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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관점을 디자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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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백상훈 박사

내러티브 큐레이터, 그라운드업 벤처스 이사

평가자로 머무를 것인가? 진정한 투자 전문가로 성장할 것인가?

엔젤 투자자로 스타트업 생태계에 첫 발을 들여놓은 지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스타트업’이라는 외래어가 이제는 드라마 소재가 될 정도로 전 국민이 아는 표준어가 되었다. 대외적으로 글로벌 유니콘 기업 탄생, 서울은 전 세계에서 창업하기 좋은 도시 10위권에 선정되는 등 지난 10년 대비 스타트업 생태계가 양적으로, 질적으로 모두 성장했다.

그렇다면 생태계에 속한 나 자신도 그만큼 성장했을까? 얼마 전 국내 유명 엑셀레이터이면서 TIPS 운영사 대표가 옆 자리에 앉게 되면서 던진 질문이다. 돌아온 답변은 예상과 달리 스타트업은 성장했지만, 정작 중간지대에 있는 전문가 그룹은 성장하지 못했다는 데 동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투자자 수준이 올라가기보다 오히려 정체되거나 변질되어가고 있어서 안타깝다고 했다.

필자가 글을 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누군가는 중간지대에 활동하는 투자자, 전문가 그룹들이 직면하는 문제점을 언급하고 발전을 위해서 이야기해야 한다. 전문가라는 무게감 혹은 노하우 노출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밀도를 높일 수 있는 모임을 찾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일부 투자스킬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과 교육생 중심으로 네트워킹만 활발하다. 모두가 스타트업 성장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전문가를 키우거나 육성하는 것에는 관심 밖이다. 이렇게 되면 어떤 문제가 일어나게 될까? 과거의 경험. 지식만으로 미래 가치를 창출하는 스타트업을 판단하는 모순이 발생한다.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는 투자자가 아니라 평가자만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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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챗gpt

필자 역시 지금 모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고민했다. 미래형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서 전문가라는 틀을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잘못된 생각, 고정관념이 생기기 쉬운 집단이 전문가다. 그래서 잘못된 생각이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여기서 벗어나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이번 연재는 초기 단계 투자자가 오해하는 잘못된 믿음을 알려주고 이를 벗어날 수 있도록 자극해 주는 것이 목적이다. 진정한 투자 전문가로 성장을 돕는 역할이다.

아쉬움만 늘어나는 피칭 자리들

IR 데모데이, IR 피칭, 투자설명회 등 모두 투자유치를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의 다른 명칭이다. 명칭은 많이 생긴다는 점은 투자유치 기회가 풍부해졌다는 긍정적인 신호다. 반면 양적인 기회가 많아지면서 투자유치를 위한 피칭(Pitching)에 대해서 잘못된 인식들이 생겼다. 한 번이라도 피칭 관련 행사에 참석한 투자 전문가라면 아래와 같은 경험을 겪어보았을 것이다. 개인정보 유출을 문제삼아 사전에 피치 덱 검토 시간도 충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CEO 생각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질문과 답변할 수 있는 여유도 없다. 투자자와 스타트업 모두 의미있는 관계형성(Investment Relation)보다는 의례적인 행사로 변했다.

피칭(Pitching)은 투자자와 스타트업 모두에게 중요한 자리다. 왜냐하면 스타트업이 피칭을 마친 후 투자자와의 질문과 답변을 통해서 투자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결코 평범한 자리가 아닌 만큼 투자자 역시 질문에 임하는 태도도 각별하다.

그러나, 일부 피칭 행사에 참석하면서 진지한 질문과 답변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단상에서 발표하는 스타트업 피칭을 들으면서 이게 과연 창의적, 혁신적인 사업 내용을 피칭하는 것인지 발표대회에 참석한 것인지 혼란이 온다.. 더욱 아쉬운 점은 발표하는 스타트업보다 투자 전문가들이 보여주는 태도다. 피칭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스타트업에 질문을 할 때에, 투자자의 판단기준이 ‘언변력’으로 끌려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

‘말을 잘 하는 것(언변력)’이 선택 기준이 된 평가자는 피칭을 어떻게 들을까?

발표 당일 눈에 보여지는 사업 내용을 파악하는 데 집중한다. 그래서 기승전결로 구성되는 스토리 완결성을 중시하며, 관련 데이터 및 수치 근거 제시 여부, 재무적인 수치와 관련된 사업타당성 등 부족한 결함을 찾는다. 질문 시간이 주어지면 시장 규모에 관련된 출처는 무엇인지? 가격 산출 근거? 재무계획에 들어 있는 수치의 타당성? 등 주로 특정 슬라이드에 관련된 내용을 확인한다. 혹시라도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대안을 먼저 제시하기 보다는 자신이 지닌 과거 경험, 지식을 드러내고자 질문을 이용한다. 질문 자체가 목적이여서 상대편 스타트업 답변은 관심이 적다.

어디선가 많이 보았던 모습이다. 발표자료를 기준으로서 판단하고 평가 항목에 맞추어서 질문하는 것은 정부지원사업에서 하는 평가자 역할이다. 평가자들은 주로 보여지는 것을 중심으로 판단한다. 왜 현재 아이템을 선택했는지? 창업팀 구성이 성장에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스타트업의 내면적 가치보다는 언변력 등 밖에서 보여지는 부분이 선택기준이 된다.

평가자가 아닌 투자 전문가는 어떻게 다를까?

눈에 보여지는 화려한 PPT 디자인, 언변력은 참고일뿐 이야기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하려고 한다. 스타트업 피칭의 핵심은 빠른 성장이다. 남다른 성장속도와 관련된 서사 구조를 염두하며, 자주 언급되는 단어, 장표에 쓰여진 표현에 주목하는 투자 전문가는 우리 기업이 지닌 핵심(Core)를 찾아낸다. 그렇기 때문에 발표 내용을 한 발치 떨어져서 보게 된다.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것이다.

올바른 투자 전문가는 화려한 언변력에 마음을 뺏기지 않는다. 긍정적인 언어만을 쏟아내는 발표력에 빠지지 않는다. 자신만의 중심이 있어야 한다. 투자자가 중심을 잡는 방법은 투자 실패 등 경험을 통해서 해결된다. 필자는 초기 투자를 여러번 진행하고 성공보다는 실패한 적이 많았다. 그 덕분에 깨달은 교훈이 있다. 피칭을 파악할 때 합리적 의심을 위한 ‘핵심 키워드’를 발견했다 .

피칭에서 투자 전문가가 파악해야 할 2가지 키워드

오랜 경험상 ‘Problem(문제점, 문제인식)’이야말로 피치 덱 전체 맥락을 결정하는 키워드다. 수년 전 에어비앤비 등 피치 덱에 들어가는 항목을 조사해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Problem은 모든 투자자에게 압도적으로 필요한 항목으로 선정되었다. 처음에는 잘 이해가 가질 않았지만 경험을 통해서 어느 순간 타당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 이유를 해석하면 이렇다.

문제 인식이야말로 창업가(팀)이 과거부터 지내온 경력, 경험과 반드시 연결된다. 예를 들어, 생성형 AI에 문제점을 언급하는 스타트업이 있다면, 반드시 해당 팀 구성원 중에서 누군가는 관련된 기술, 프로젝트 등을 실제로 진행해보며 문제 인식을 했을 것이다. 이런 문제 인식에서 나온 키워드는 더 나아가 시장, 스케일업과도 연결된다. 해당 문제점을 지닌 고객들이 모인 공간이 바로 시장 아닌가. 이처럼 Problem에서 언급한 키워드는 창업팀-시장규모-스케일 업으로 이어지는 성장 스토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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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lidebean

만약 이러한 흐름에서 벗어난다면 두 가지 경우다. 첫 번째는 논리적인 결함이고, 두 번째는 제대로 사업흐름을 알지 못하고 ‘언변력’에 의존한 것이다. 필자는 두 번째에 해당하는 스타트업은 투자 후보에서 과감하게 제외한다.

투자자라면 중심을 잡아야 될 또 하나의 기준은 리스크(Risk)다. 스타트업이 미래 성장을 긍정적으로 이야기할 때, 투자 전문가는 숨겨진 사업 리스크를 봐야한다. ‘벤처캐피털 투자는 리스크를 어떻게 인식하는 행위’(Calcurating the Risk)’라는 문구가 생각난다. 그만큼 리스크에 대해서 스타트업보다 민감해야 한다. 사업초기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일까? 바로 사람에 대한 부분이다. 피칭에서 가끔 투자 이후에 채용계획이 있다고 답변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투자자의 생각은 다르다. 사업 아이디어를 추진할 수 있는 핵심 팀 구성원이 확보되지 않은 점이 이 스타트업의 가장 큰 리스크라고 간주해야 한다.

투자자 관점으로 해석하기

누구나 시작은 평가자처럼 입문하게 된다. 평가자 단계에서 더 높은 수준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게 있다. 바로 관점의 전환이다. 평가자가 바라보는 방식은 언변력 등 눈에 보여지는 내용(수치, 데이터)에 따른 해석이다. 이는 나름 타당하고 가치평가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방식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약점이 있다. 기업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데 유용하지만, 기업을 경영하는 구성원의 역할에 대해서는 설명력이 약하다.

반면, 초기 스타트업은 과거형 숫자가 거의 없고, 비즈니스 모델 또한 불확정적이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을 설명하는 변수는 전적으로 사업 스토리(Story)다. 사업 스토리 완성도는 사업 내용의 혁신성보다 누가 이 사업을 추진하는 지에 달려있다. 투자 전문가가 파악해야 될 두 가지 핵심 키워드는 앞서 언급한 문제인식과 리스크로, 모두 사람과 관련 있다. 문제인식을 예를 들면 사업 자체가 문제를 인식하는 것이 아니고 스타트업 창업가가 인식한 결과가 피치 덱에 문제점으로 담겨지게 된다.

이처럼 피칭 자리에서 평가자가 아닌 투자자 관점으로 스타트업을 보려면, 피칭에서 보여지는 사업내용에 대한 질문(Waht)보다 사업을 이끄는 팀구성과 사업시장을 기준으로 질문(Why, How)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래 내용은 그동안 경험을 통해서 투자자 관점을 정리한 것이다. 이론적으로 완벽할 수 없지만, 조금이나마 ‘언변력’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만의 기준을 잡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더 많은 투자자들의 생각이 더해져서 내용이 풍부해 지길 기대한다.

창업가

투자자

사업성

창업가는 자신의 비즈니스가 우선적으로 기회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함

사업 위험 요소를 우선적으로 인지하며 사업성을 확인하려는 중립적 입장

사고의 중심

팀, 제품, 고객 성장, 경쟁력 유지 등 현상에 초점을 둠

성장 속도에 중점을 두며 MVP를 통해 얻는 학습 속도와 진척도, 재무적 결과, 잠재적 결과에 주목함

주요 고민(질문)

지금 내 사업은 어떻게 되고 있을까? (분기/연도)

  • 주요 비즈니스 지표 및 미래 자본 요구사항은 무엇일까?

  • 지금보다 앞으로 얼마나 클 수 있을까?

오늘 내가 경쟁사 대비 얼마나 나은가?

경쟁사가 제공하지 못한 부분을 가지고 있는가? 누가 미래의 잠재 경쟁자가 될 것인가?

매출액을 보며 내가 속한 시장의 규모를 판단

그 시장이 정말 크다고 생각하는가? 눈에 보이지 않는 혁신적 시장 크기는 얼마나 되는가?

출처: 피칭 - 혁신 스타트업을 만드는 CPST 스토리텔링(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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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백상훈 박사(내러티브 큐레이터, 그라운드업 벤처스 이사)

관찰을 통한 발견, 남다른 이해와 해석, 가까운 미래 제시라는 3가지 원칙하에 티칭이 아닌 코칭을 위한 혁신 전문가 양성를 위해서 ‘코어피칭 연구회’, 메더스 파트너스, 조조살롱 연구소를 운영하는 커뮤니티 설계자입니다. 저서로는 ‘피칭(23년)’ 등 3권이 있습니다.

► 백상훈 링크드인 / 코어피칭 브런치 매거진 / 코어피칭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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