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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투자 IR 피칭에 관한 현직 심사역의 뼈 때리는 조언

읽는데 약 10분 정도 걸려요!

프로필

류재언

법무법인 율본 파트너변호사 / 그래비티벤처스 전략이사

현직 벤처 캐피털 심사역과 200억 이상의 투자를 유치한 경험을 가진 스타트업 대표님 그리고 스타트업 전문 변호사가 한데 모였습니다. 투자 유치를 위한 IR 피칭에서 주의해야 할 것, 신경 써야 할 것을 솔직하게 말씀드립니다.

키포인트 미리보기

1. IR 미팅 잡는 경로

IR을 위한 미팅은 동종업계 벤처 캐피털, 투자 포트폴리오,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이루어지며, 초기 기업의 경우에는 콜드 이메일이 유용할 수 있어요.

2. 효과적인 IR 스타일

IR에서는 짧고 간결하며,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는 발표가 중요해요. 심사역들이 하루에 IR을 여러 건 듣는 경우가 많으니 사업의 핵심을 이해하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해요.

3. 피해야 할 언행

심사역과 다른 투자사를 비교하거나 언급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면 별로 좋지 않을 거에요. 업계가 너무 좁아서 즉각 팩트 체크가 가능하답니다. 그리고 감정적인 대응은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 있으며, 정보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거나 질문에 대비하지 않아 얼버무리는 경우도 역시 좋지 않아요.

4. IR 후 발생하는 상황

IR 후에는 예비 심의위원회를 거쳐 투자 심의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후에 본 심의를 거쳐 투자가 결정되어요.

1. 어떤 경로로 IR 미팅을 잡게 되나요?

류재언 변호사

우선 스타트업이 어떤 과정을 거쳐 IR 기회를 얻게 되는 지가 궁금합니다.

윤서연 심사역

IR을 하기 전에는 보통 다양한 경로로 스타트업과 컨택하게 됩니다. 소개는 주로 동종업계인 벤처 캐피털에서 이뤄지기도 하고, 때로는 제가 투자하는 포트폴리오에 해당하는 스타트업 대표님들이나 커뮤니티를 통해 소개될 수도 있어요. 또는 회사의 콜드 메일로 만나기도 하고요. 이런 경로로 미팅을 잡고서 IR을 진행하게 됩니다.

류재언 변호사

콜드 메일로 미팅을 잡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요?

윤서연 심사역

현실적으로 콜드 메일로 성사되는 경우는 10% 미만일 것 같아요. 주로 스타트업 업계나 투자 업계의 신뢰 관계가 있는 사람의 소개가 많습니다.

류재언 변호사

콜드 이메일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보시겠군요.

윤서연 심사역

중, 후기 스타트업이라면 이미 업계에서는 어느정도 알려진 기업일테니 콜드 메일보다는 투자자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접근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니까요. 하지만 시드 투자 단계 등 처음 시작하는 기업은 콜드 메일을 통해 만나는 경우도 있고, 그렇게 했을 때 좋은 기업을 만날 확률도 중, 후기 스타트업보다는 높을 수 있어요.

2. IR에는 보통 몇 명의 심사역이 들어오나요?

윤서연 심사역

저희 투자팀은 현재 12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모든 IR에 투자팀 전원이 참석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른 회사들도 보통 IR을 하게 되면 전원이 참석하거나, 본부에서 섹터별로 모든 관련 직원이 함께 참여합니다.

류재언 변호사

그러면 한 번에 몇 개의 회사를 IR하는 건가요? 한 회사를 다같이 IR하나요, 아니면 여러 회사를 번갈아가며 IR을 진행하나요?

윤서연 심사역

심사역은 외근 일정이 많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여 오피스 데이를 정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일정을 맞추기가 매우 어려울 거예요. 보통은 오전부터 연이어 IR을 진행합니다. 예를 들어, 저희는 월요일과 수요일을 오피스 데이로 정하고, 스케줄이 겹치지 않는 한 그날은 오피스에 상주하면서 IR 미팅을 진행합니다.

류재언 변호사

심사역님은 혹시 IR에 누적 몇 번이나 참여해 보셨나요?

윤서연 심사역

저는 연간으로 보면 대략 100개에서 120개 정도의 기업을 만나는 것 같아요. 제가 1:1로 미팅을 하는 횟수가 그 정도이고, 회사에서 단체로 IR을 들을 때도 있으니 이것까지 합하면 연간 대략 150번 정도를 IR 미팅에 참석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 일을 시작한 지 4년 정도 되었으니까 거의 600번 들어가 봤다 할 수 있겠네요.

3. 심사역을 설득하는 IR 스타일

류재언 변호사

IR도 스타일이 다 다르잖아요 대표님에 따라서.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 IR이 가장 효과적인가요?

윤서연 심사역

역시 짧고, 간결하고, 두괄식으로 진행되는 스타일이 IR에 가장 효과적이에요. 발표 처음에는 모든 이들이 집중력이 높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집중력이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또한 해당 섹터에 대해 이해도가 낮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간결하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너무 많은 양의 정보를 넣어 설명이 끝나지 않고 늘어진다면, 심사역이 웬만하면 다 들으려고 노력을 많이 하지만 아무래도 피로감 때문에 집중력을 잃을 수 있어요. 그러면 피칭의 핵심을 전달하기 어려울 수 있겠죠.

류재언 변호사

IR을 진행하는 분들 중 배우처럼 능수능란하게 하는 분들도 있을 텐데, 그런 분들의 IR이 평범한 스타일의 IR보다 투자유치에 조금 더 유리한가요?

윤서연 심사역

말을 잘하는 것보다는 사업의 핵심을 파악하고, 사업의 허점이나 리스크를 파악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언변이 능숙하고 프레젠테이션 기술이 우수하다 해도, 사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에 대한 질문에 대답할 수 없다면 좋은 인상을 주기 어려워요. 반대로 대표님이 언변은 떨어지더라도 솔직하고 진정성 있게 이야기하시는 스타일이라면 오히려 사업의 본질을 더 잘 파악할 수 있습니다.

류재언 변호사

간결하면서 충분히 정보를 전달하는 게 좋겠네요. 서광열 대표님의 경우 IR 준비 방식과 IR 스타일은 어떠신가요?

서광열 대표

IR 자료는 항상 제가 직접 만들고 있습니다. 다른 자료를 참고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디자인이 화려하고 내용이 복잡한 것 같더라고요. 저는 되도록 담백하고 명확한 내용 설명을 목표로 자료를 짰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장표가 지나치게 간단해서 고민되기도 했는데요. 어찌 됐든 듣는 이들이 내용을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고 생각해서 계속 그렇게 작성을 했습니다.

4. IR 피칭 시 피해야 할 언행

윤서연 심사역

종종 IR 자리에 나온 심사역과 다른 투자사들을 비교하거나, 타 투자사에 대한 언급을 하실 때가 있는데요. 이런 언급은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 또 가끔은 심사역의 질문이나 피드백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심사역에게 ‘너는 이 아이템과 시장에 대해 이해가 없어’와 같은 뉘앙스가 담긴 언행을 하실 때가 있는데요.

이는 심사역의 이해 능력을 의심하는 것이기에 대화를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물론 대표님은 누구보다 해당 사업에 대해 24시간 고민하고 계시기 때문에, 1시간 남짓한 IR만 듣고 이러저러 이야기하는 심사역을 보면 감정이 상하실 수 있어요. 상황에 대해서는 공감이 가지만, 설사 심사역이 시니컬하게 반응해도 감정을 세우기보다는 이성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류재언 변호사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상대방이 다른 질문을 하기 어려울 거고, 분위기도 망치겠네요.

윤서연 심사역

가급적이면 화가 나도 안 난 것처럼, 최대한 이성적으로 대답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심사역도 답변을 이해를 하고 넘어갈 수 있고, 그래도 모르겠다면 다시 질문을 할 수 있어요. IR 자리에서는 심사역과의 티키타카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내 질문에 대표님이 화가 났다 싶으면 심사역은 ‘더 이상 이에 대한 심화 질문은 하지 않아야겠다’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게 돼버리거든요.

서광열 대표

저도 시리즈 A 투자를 받을 때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어서 남 일 같지 않네요. 심사역마다 스타일이 다양하다 보니, 같은 것을 물어보더라도 압박 면접처럼 던지면서 챌린지를 주시는 분도 있고 친절하게 물어보시는 분도 계시더라고요. 전자의 경우에는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쉬워요. 나의 역량을 의심해서 공격한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강하게 반박해서 오해를 불식시켜야겠다 판단할 수 있어요. 하지만 챌린지가 들어올 수록 냉정하게, 간결하게 반박하는 것이 좋습니다.

5. 발표 시간과 질문 시간 중, 어떤 게 더 중요할까?

윤서연 심사역

압도적으로 후자가 중요합니다. 발표 자료는 사전에 보고 들어가기 때문에 심사역은 대부분의 내용을 숙지하고 IR에 들어갑니다. IR 자리에서 심사역에게 필요한 건 정보 전달보다는 궁금증을 해소하는 거예요. 따라서 질문 시간이 아주 중요합니다. 심사역이 던진 질문에 사업에 대한 깊은 이해가 담긴 답변이 돌아온다면 대표님의 신뢰도가 많이 올라갈 수 있어요.

류재언 변호사

질문들은 보통 IR 자료를 보고 미리 준비하는 경우가 많군요. 센스있는 대표님이라면 PPT에서 예상 가능한 질문을 뽑아보고, 그에 대한 어펜딕스(Appendix)에 미리 넣어놓고 준비하는 것이 좋겠네요.

윤서연 심사역

네, 실제로 발표 시간이 20분에서 30분 안으로 끝나고 질문과 답변 시간까지 안정적으로 확보하던 대표님이 계셨어요.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좋았던 것은, 질문을 받는 시간에 질문이 들어오면 이미 어펜딕스(Appendix)로 답변이 준비되어 바로 화면으로 보여주시더라고요. 질문을 하면 즉각적으로 대답이 되는 거죠. 모든 준비가 돼 있는 대표님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신뢰감이 들었어요.

류재언 변호사

그러면 그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요? 발표가 길고, 질문에 대한 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경우는 최악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윤서연 심사역

발표가 길고도 질문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상황이 좋지 않죠. 발표는 길지만 제가 궁금한 사항에 대한 답변이 없다면 좀 당황스럽고 답답한 느낌도 들고요.

서광열 대표

다만 처음부터 다 잘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IR을 여러 번 거치며 여러 심사위원과 만나는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발전해 가시는 대표님들이 많습니다. IR 자리에서 심사역으로부터 다양한 질문을 받게 되고, 중요한 피드백도 받게 되니까요. 필연적으로 많은 IR을 거친 상태에서 하는 발표의 퀄리티가 더 좋아지게 됩니다.

6. IR이 잘됐다면, 이후에 펼쳐지는 상황은?

윤서연 심사역

일반적으로 회사마다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IR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면 저희 회사는 예비 심의위원회를 거쳐 내부적으로 투자 심의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이 회사에 왜 투자를 해야하는지를 정리하는 건데요. 이 보고서를 통해 내부 회의를 진행하고 그 과정에서 담당 심사역이 해당 회사의 방향성과 투자의 이유를 설명하고 다른 심사역을 설득합니다. 내부적으로 설득이 완료되면 이후에는 본 심의를 거쳐 계약 체결 및 자금 납입 등의 절차가 진행됩니다.

류재언 변호사

그 과정에서 스타트업 대표님이 주의해야 할 것이 있나요?

윤서연 심사역

투심위 전에 반대 의견이 나온다면 대부분 심사위원들은 상당한 양의 자료를 요구합니다. 주주명부, 법인 등기부등본 등의 형식적인 서류뿐만 아니라 사업성 검토를 위한 지표나 향후 계획에 대한 자료도 요청될 수 있어요. 대표님들이 이런 요청을 받았을 때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해 주신다면 정말 좋겠죠.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정말 치열하게 노력했는데 투심위에서 떨어진다면 대표님들도 당연히 실망하실 수 있어요. 하지만 이런 결과를 우리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로 받아들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투자 유치 실패가 회사나 사업에 대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에요.

서광열 대표

만약 예비 투심위에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 다른 투자사에서 이 회사에 투자를 결정했다면, 다른 곳에서도 그래서 다시 검토할 수도 있을까요?

윤서연 심사역

보통 재검토는 하지 않습니다. 예비 투심에서 드랍되거나 심의위를 거쳤는데도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은 건을 다시 검토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하지만 다음 라운드에서는 가능성이 열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리즈 A에서는 드랍했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시리즈 B에서 투자할 수도 있습니다.

IR을 앞둔 대표님들께 조언 한마디

서광열 대표

저희가 시리즈 펀딩을 진행할 때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돈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은 없다는 것을 알아요. 예를 들어, 서른 군데에 제안했는데 29군데가 거절해도 한 곳에서 투자받으면 성공한 거예요. 그러니까 중간에 거절당하거나 좌절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투자는 결국 한 번만 받으면 되기 때문에 포기하지 말고 계속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윤서연 심사역

초기에 펀드레이징을 하는 분들은 특히 거절당하는 것에 좌절을 많이 겪으시더라고요. 하지만 IR 자리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거절과 챌린지는 비즈니스의 성격상 피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니 심사역들의 의견 하나하나 모두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한 곳에서 투자받는다면 그것으로 충분해요. 계속해서 노력하며, 우리 회사의 가치에 공감할 1곳을 찾아가는 여정이 대표님과 회사를 성장시킬 겁니다.

류재언 변호사

저는 IR에서 심사역들의 모든 질문을 100% 방어할 수 있다고 가기보다는 ‘5~10% 정도는 나도 뚫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마인드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랬을 때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고, 또 스트레스도 덜 받는 것 같아요.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 나오면 ‘해당 부분은 확인해보고 바로 메일로 자료 전달드리겠습니다’하고 부드럽게 넘어가도 되거든요. 물론 긴장은 될테지만, 그래도 약간의 여유가 오히려 IR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참고

이 블로그는 류재언 변호사의 유튜브 채널 협상가 류재언변호사의 ‘스타트업 투자 IR 피칭에 관한 현직 심사역의 뼈때리는 조언’ 영상을 토대로 작성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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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언 (법무법인 율본 파트너변호사 / 그래비티벤처스 전략이사)

비상장회사 경영권 분쟁과 주주권 및 투자자문을 전문으로 합니다. 8년째 세바시 협상스쿨을 운영하고 있으며, <협상 바이블>과 <대화의 밀도>의 저자입니다. 유튜브 <협상가 류재언>에 더 많은 콘텐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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