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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학개미를 위한 자본시장 해설서 6편 - 유상·무상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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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감..자? 회사가 감자하면 어떻게 되나요 - 유상·무상 감자

주주총회가 한창인 3월, ‘감자’라는 단어를 많이 보셨을 거예요. 쌀, 밀, 옥수수와 함께 4대 식량 작물로 꼽히는 구황작물, 그 감자 말고요. 유상감자, 무상감자 할 때 나오는 그 감자입니다. 감자란 기업이 자본금을 줄인다는 의미예요. 주주에게 투자를 받아 자본금을 늘리는 증자와 반대되는 개념이죠. (기억이 가물가물하시다면 3편 유상·무상증자로!)

이번 콘텐츠에서는 유상감자와 무상감자를 살펴봅니다.

1. 감자란? - 증자 → 감자 → 증자 반복한 에어부산

감자와 증자를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는 사례 중 하나가 에어부산입니다. 지난 2022년 에어부산은 창사 후 첫 무상감자를 단행했습니다.

🔼 출처: 기업공시채널 KIND

공시의 감자방법을 보시면 ‘기명식 보통주 3주를 동일한 액면주식 1주로 무상병합’이라고 쓰여있죠. 그러니까 주식 3개를 1개로, 주주에게 무상으로(?) 합치겠다는 내용입니다.

감자 전후 회사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1939억 원 상당이었던 자본금이 약 646억 원으로, 발행주식 수도 각각 딱 3분의 1로 줄었습니다.

에어부산은 무상감자 후 곧바로 유상증자를 했어요. 게다가 에어부산은 무상감자에 앞서서도 두 번이나 유상증자를 했었죠. 당시 투자자 성토가 터져 나왔는데, 증자와 감자의 반복이라니 주주들이 지칠 만도 하죠.

친애하는 독자 여러분, 우리의 목표는 뭐다? 이 짤막하고 무미건조한 공시의 행간을 읽는 것, 기업이 자본금을 줄이는 행위에 어떤 의도가 숨어있는지 아는 겁니다! (일어나십시오!!!) 그러려면 먼저 감자가 무엇인지 알아봐야겠어요.

2. 주주에게 보상을 하나, 안 하나 - 유상감자 vs 무상감자

자본금을 줄이는 대가로 주주에게 보상을 지급하면 유상감자라고 합니다. 회사가 주주에게서 주식을 사서 소각함으로써 자본금을 줄이는 거예요. 법으로 보면 유상감자는 주주가 투자금을 회수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입니다. 만약 주주가 유상감자로 이익을 보면 이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하죠.

보통 회사를 팔거나 합병하는 등 인수 · 합병(M&A), 투자 유치 등을 앞둔 회사가 유상감자를 하는 경우를 볼 수 있어요. 이를 포함해 자본금이 과도하게 커 회사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낮추고자 할 때 유상감자를 합니다. 유상감자는 주식시장에서 흔치는 않은 일인데, 우리 독자 여러분도 무상감자를 더 자주 접하셨을 거예요.

반면 무상감자는 주주에게 아무런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자본금을 줄이는 거예요. 자본금은 ‘액면가 X 발행주식 수’이니, 액면가 또는 발행주식 수를 줄이는 겁니다. 발행주식 수를 줄이는 게 대부분이고요. 에어부산의 예를 다시 보면 보통주 3주를 1주로 합친 결과, 발행주식 수가 1억 9392만 주에서 6464만 주로 줄었습니다.

그럼 기업은 왜 주주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무상감자를 하는 걸까요?

🔼 출처: giphy

3. 무상감자, 왜 할까? 내 주식에는 무슨 일이?

무상감자를 하는 대부분의 회사는 자본잠식 상태이거나 그럴 위험에 놓인 회사들이에요. 이 말은 무상감자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자본잠식, 많이 들어보셨죠? 회사가 돈을 잘 벌면 좋겠지만 해마다 손실이 쌓이면 재무제표에 결손금이라는 참 난감한(!) 항목이 생깁니다. 결손금이 늘어나 자본금까지 까먹기 시작하고, 결국 총 자본이 자본금보다 적어진 상태가 바로 자본잠식이에요. 주식시장에서 자본잠식은 상장 폐지 요인입니다. 자본잠식 딱지가 붙은 비상장 회사라면 새로운 투자를 유치하기도, 은행 가서 돈 꾸기도 어렵게 되겠죠.

🔼 출처: ZUZU 가이드 자본잠식

무상증자 기억하시나요? 무상증자와 비슷하게 돈의 꼬리표를 바꾸어 자본잠식을 탈출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습니다. 무상감자를 하면 주주에게 대가를 주지 않고 자본금을 줄였으니 회사 재무제표에 ‘감자차익’이라는 자본잉여금이 생겨요. 이 자본잉여금으로 결손금을 메우는 거예요. 즉, 자본금 줄인 만큼 결손금을 없애면서도 총 자본은 유지하는 거죠. 결론적으로 총 자본이 자본금보다 많아지고 재무제표를 보기 좋게 정돈할 수 있어요.

참고로 이렇게 총 자본이 유지되는 무상감자를 ‘형식적 감자’, 실제 주주에게 보상한 만큼 총 자본이 줄어드는 유상감자는 ‘실질적 감자’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 회사의 미래와 한배를 탄 주주의 희생으로 회사가 경영상 위기를 탈출한다고나 할까요(…) / 출처: ZUZU 가이드 감자

에어부산도 무상감자에 대한 변(!)으로 **‘결손의 보전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들었어요. 당시 에어부산의 자본잠식률은 65% 이상, 부채비율은 1430%에 달했죠. 코스피에서 자본잠식률 50% 이상이면 관리종목 지정 대상이고, 항공사는 일정 기간 재무구조를 개선하지 못하면 국토교통부로부터 면허가 취소될 수도 있으니 에어부산으로서는 심각한 경영 위기라 볼 수 있어요.

그렇다면 무상감자하는 회사의 주주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예를 들어 주식을 10분의 1로 무상감자했다고 해보죠. 시장에서 1000원에 거래되던 주식은 무상감자 후 1만 원으로 기준가격이 변동됩니다. 즉, 1000원짜리 100주를 가진 주주의 계좌에는 무상감자 후 1만 원짜리 10주가 들어 있다는 거죠.

이렇게 보면 무상감자 전후 이론적으로는(?) 시가총액이 그대로인 거 같죠? 냉정한 자본시장에서 ‘무상감자 = 대형 악재’로 통하기에 무상감자 후 대부분 회사의 주가는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에요. 공시 후 거래가 정지되기 전까지 주가가 맥을 못 추다가 거래가 재개되더라도 약세를 이어가더라는 거죠.

허나 다 그런 건 아닙니다.

4. 무상감자는 무조건 악재? 다 그런 건 아니더라 - ‘케바케’ 감자들

통상 ‘유상감자 = 호재’, ‘무상감자 = 악재’로 여겨지기는 합니다만, 케바케라 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감자를 통해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 가능성이 기대되고, 위기를 타개하려는 경영진 의지가 엿보이면 주가가 다시 오르는 경우도 있어요. 투자자 반응이 시시각각 나타나는 코스피나 코스닥에서는 회사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히려 오르는 경우도 많았죠. 종합 미디어 회사인 엔터파트너즈는 무상감자 후 거래 재개 첫날 상한가를 기록했어요.

꼭 자본잠식 때문에 무상감자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배달 전문 자회사 우아한청년들은 최근 무상감자를 통해 보통주 5600만 주 이상을 소각했어요. 약 300억 원에 가까웠던 자본금이 15억 원 상당으로 줄었다고 하죠. 최근 배달 시장 급성장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세가 가팔랐기에 우아한청년들이 무상감자를 선택한 이유를 두고 관심이 쏠렸는데요. 외부에서는 회사가 임직원의 대규모 스톡옵션 행사에 대비할 목적으로, 무상감자를 통해 자본잉여금을 확충한 것으로 풀이하더라고요.

그러니 우리 독자 여러분은 회사가 감자를 한다는 소식이 들리면 먼저 감자의 방식과 이유를 살펴보셔야 해요. 거기부터 시작해 찬찬히 행간을 파헤쳐 보는 거예요.

재무구조 개선 목적의 감자는 경영상 불가피한 액션일 겁니다. 하지만 이 액션으로 회사가 기사회생할 수 있는지가 투자자 의사결정의 관건이 되겠죠. 한마디로 감자한다고 하면 재무제표와 각종 정보를 토대로 현재 상황을 점검하고, 앞으로 이 회사 미래에 계속 베팅할지 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 바쁜 분들을 위한 핵심 3줄 요약

1️⃣ 감자란 기업의 자본금을 줄이는 것으로, 주주에게 그 대가를 지급하면 유상감자, 대가가 없으면 무상감자로 구분된다.

2️⃣ 무상감자는 보통 자본잠식에 빠진 기업이 재무구조를 개선할 목적으로 단행하는 것이 보통. 경영상 위기라는 신호가 투자자에게 전달되기에 보통 무상감자한 기업의 주가와 투자 심리는 부진해진다.

3️⃣ 그럼에도 최근 사례를 살펴보면 무조건 ‘무상감자 = 악재’는 아니다. 감자 소식이 들려오면 감자의 방식과 이유를 살펴보고, 앞으로 이 회사와 계속 한배를 타고 갈지 냉철하게 점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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