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인베스터 - ‘혹한기’ 스타트업 투자 유치, 투자자가 ‘꼭’ 묻는 질문이 있다
최근 수정일: 2024년 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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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진출한 핀테크 기업 밸런스히어로, 패션 브랜드·플랫폼 기업 메디쿼터스, 반려동물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바잇미, 프리미엄 육아용품 제조기업 폴레드, 공유리빙 서비스 맹그로브를 운영하는 엠지알브이 등
특정 산업을 파고드는 심사역이 있는가 하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사업 그 자체, 본질에 집중하는 심사역도 있습니다. 후자에 해당하는 유성욱 ES인베스터 상무의 포트폴리오는 이런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데요. 심사역으로 일하며 50여 곳 가까운 기업에 투자하면서 요즘과 같은 시장 혹한기와 호황기에 모두 통하는 그만의 투자 인사이트를 쌓았습니다.
인터뷰 내내 현재 스타트업 생태계를 바라보는 냉철한 시각과 녹록지 않은 환경에 고군분투하는 창업자에 대한 깊은 애정이 엿보였습니다. 이번 인터뷰는 투자 유치에 요즘 고민이 깊은 대표님들께 꼭 읽어보시길 추천하고 싶습니다. ZUZU가 유성욱 ES인베스터 상무와 나눈 이야기, 지금 공유합니다.
1. 스타트업 펀딩 양극화, 투자자가 창업자에게 ‘꼭’ 묻는 2가지가 있다
ES인베스터가 바라보는 요즘 스타트업 업계
Q. 먼저 ES인베스터는 주로 어느 분야에 투자하는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결성된 펀드명에 드러나있듯 초기에는 플랫폼과 소프트웨어, 일반 콘텐츠 등 전반적인 디지털 산업에 투자하는 디지털 콘텐츠 펀드를 많이 운영했어요. 이후에는 영상과 음악, 전시, 공연 등에 투자하는 콘텐츠 펀드를 결성했습니다.
건설·부동산 개발에 전문성을 가진 그룹의 도움으로 부동산으로도 시야를 넓혀 공유 주택에 투자했고, 연장선에서 물류회사와 전기차, 2차전지, 프롭테크 등까지 포괄하는 국토교통펀드도 만들었죠.
최근 결성한 ‘이에스제11호 청년창업펀드’는 섹터를 한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펀드 규약상 기준으로는 대표이사가 만 39세 이하이거나 회사 임직원의 절반 이상이 만 39세 이하여야 합니다.
ES인베스터는 그동안 초기 투자에 집중해왔는데, 이번 펀드는 후속 투자나 프리IPO(기업공개)를 목표하는 후기 기업을 주로 발굴하고자 합니다. 전에는 성장 가능성이나 접근 가능한 시장 규모를 보고 투자했는데, 제품 출시나 시장 반응, 매출·이익이 검증된 기업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Q. ES인베스터는 창업팀을 어떻게 발굴하시나요?
투자 유치 단계 후기 기업을 발굴할 때는 벤처캐피탈업계의 투자자 네트워크를 활용합니다. 엑셀러레이터 등이 먼저 투자하고 후속 투자로 요청해오는 경우들이 있고요. 또는 전에 투자한 회사의 대표가 소개해 줄 때도 많습니다.
Q. 최근 벤처업계 투자 유치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즘 시장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최근 분위기는 시장이 좋았던 2010년대 후반과는 많이 다릅니다. 당시에는 긍정적으로 시장을 보고 공격적으로 투자를 집행하는 심사역이 많았어요. 최근 2~3년 사이 시장이 안 좋아지니 투자자 성향이 보수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요즘에는 보수적으로 밸류에이션을 검토하는 경향이 짙어졌고, 숫자(성과)가 나오는 기업, 상장으로 투자금 회수가 가능한 기업들을 찾아요.
투자 검토 대상에 오른 기업도 양극화됐습니다. 지금은 밸류가 낮지만 성공하면 큰 폭의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극초기 기업 혹은 당장 내년이나 내후년에 투자금 회수를 기대할 수 있는 프리IPO 단계의 기업으로 나뉘었어요. 이런 우량한 기업들에 한해서는 현재 시장 분위기가 안 좋다고 볼 수는 없어요.
반면 시리즈 B, C와 같이 투자 유치 중간단계의 기업들을 만날 때는 투자자들이 이익 실현 시점 등을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입니다.
Q. 그런 분위기에서 투자자들은 창업자에게 어떤 것을 확인하나요?
첫째는 해외 진출에 대한 계획, 두 번째는 목표 상장 시점입니다. 해외 진출이 먼 얘기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우리나라 출생률이 낮아지다 보니 내수에서 유통하는 정도로는 회사의 성장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인식이 벤처업계 전반적으로 깔려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단순 소비재나 커머스 기업이라도 동남아나 일본 등으로 진출할 계획을 가진 회사에 점수를 주는 편이죠.
지금 투자하는 초기 기업은 8~10년 뒤 상장을 바라보는데요. 지금으로부터 10년 뒤에는 내수가 늘지 않고 오히려 줄어든다고 봅니다. 특히 낮은 출생률은 미래 유통과 커머스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고요. 당장 회사 실적이 좋아도 이런 추세가 서서히 반영되는 미래, 회수하는 시점에서 장기적으로 봐야 합니다. 그래서 밸류도 보수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예상 상장 시점을 묻는 건 앞서 말씀드렸듯 투자가 양극화되다 보니 회수 기간을 얼마나 앞당길 수 있는지 가늠하기 위해서예요. 호황기였던 2010년대 후반에는 기업공개(IPO)를 하지 못하더라도 벤처캐피탈 시장에서 수백억 원을 펀딩 받아 런웨이를 늘리며 성장할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불가능합니다.
2. 시행착오 빨리 줄이는 것이 사업 성패 가른다, 중요한 건 ‘창업자 경험’
ES인베스터가 스타트업을 평가하는 기준
Q. 상무님의 주 투자 분야와 스타일이 궁금한데요. 상무님께서 그간 쌓아오신 투자 경험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삼성물산 상사부문에서 소재·부품을 트레이딩 하는 일을 했습니다. 이후 한국투자파트너스에서 소재·부품·장비에 주로 투자했어요. 심사역 초기는 스마트폰이 나오던 시절이었는데, 관련 테마가 지나고 소프트웨어와 게임, 인터넷, 플랫폼, 커머스, 콘텐츠 등에 투자했어요.
제 커리어를 돌아보면 바이오·영화산업을 제외한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 경험을 쌓아왔어요. 다양한 경험이 장점일 수도, 한편 단점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요. 투자 분야를 가리지 않고 어떤 사업이든 선입견 없이 접근하는 점이 투자자로서는 장점이겠네요.
대신 다른 투자자와 마찬가지로 창업자를 많이 봅니다. 또 시류에 휩쓸리지 않으려 노력해요. 분위기를 좇아 투자하면 잘 되더라도 보람이나 감흥이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또 충분한 검토나 주관 없이 유행에 휩쓸려 투자했다가 실패해 후회도 해봤고요. 남들이 좋다고 하는 분야가 유망할 수 있지만, 거품이 끼어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계합니다.
저는 시장이 좋든 안 좋든 투자 대상을 검토할 때 보수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시장이 좋을 때는 그만큼 치고 오르는 힘이 약할 수 있지만, 시장이 안 좋을 때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방어하게 해줍니다. 불황기에도 제 포트폴리오사의 생존 비율은 높다는 점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Q. 스타트업을 만날 때 어떤 점을 눈여겨보시나요?
정량적으로는 회사가 제품을 출시하고, 시장의 호응을 얻어 얼마나 성과 지표가 올라가는지 봅니다. 한 마디로 어떤 성장 단계의 기업이든 PMF(프로덕트·마켓·핏)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투자 단계별로 나누어 보자면 초기 기업이라면 MAU(월 활성 이용자 수), DAU(일 활성 이용자 수) 등을, 후기라면 매출과 이익 등의 재무 성과를 봅니다.
정성적으로는 창업자의 경험을 중요하게 봅니다. 이전에 다른 회사를 창업했거나 대기업에서 개발한 경험, 다른 스타트업에서 근무한 경험 등이 지금 하려는 사업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당시 경험을 현재 사업에 얼마나 쏟을 수 있는지 봐요.
스타트업은 투자 후 시행착오를 많이 겪는데요. 시행착오를 얼마나 줄이는지가 사업 성패를 가릅니다. 이것이 돈과 시간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창업자의 경험을 보는 것이고요. 물론 경영진과 임직원 등 인적 자원도 중요하지만, 스타트업에서는 대표이사가 쌓아온 경험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Q. 투자 성공 사례를 소개해 주세요.
래디쉬 미디어가 기억에 남아요. 한국투자파트너스 재직 당시 처음 이승윤 대표를 만났는데, 당시에는 투자하지 못했고요. ES인베스터로 온 이후 투자 유치를 한다기에 다시 만났는데, 사업모델이 상당히 정교화되어 있더군요.
처음 만난 2015년쯤은 웹 소설 등의 콘텐츠가 우리 시장에 자리 잡지 않았던 시기예요. 두 번째 만난 2018년은 웹툰과 웹 소설을 비롯한 콘텐츠 시장이 무르익었던 시기죠.
해외에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을 국내로 들여오려는 창업자가 있고,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모델을 해외 시장에서 시도하려는 창업자가 있습니다. 이승윤 대표는 후자였어요. 콘텐츠 성장을 주도하는 우리 시장에서 좋은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었기에 2019년 처음 투자했고, ES인베스터가 다른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당시 200억 원 가까이 펀딩에 성공했었죠. 이후 2020년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투자했고, 2021년에는 인수·합병(M&A)으로 빠르게 엑시트한 모범 투자 사례입니다.
이승윤 대표의 창업에 대한 열정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요. 영국에서 학업을 마치고 곧바로 창업했고, 스타트업을 경영한 경험이 있었고요. 외국인이 영미권 네트워크에 들어가는 게 쉽지 않은데, 이 대표는 래디쉬 미디어를 경영하며 미국에서 투자를 유치했어요. 또 탄탄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좋은 인력들도 여럿 유입시켰고요.
Q. 최근 결성된 ‘이에스제11호 청년창업펀드’에 금융권, 제조업, 중소·중견기업 등이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포트폴리오사와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요?
어려운 시기에도 제조업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중소·중견기업이 ‘이에스제11호 청년창업펀드’에 출자했습니다. 기업이 벤처펀드에 출자할 때는 단순히 금전적 수익을 좇는 것이 아니라, 신사업에 대한 갈증을 채우려는 니즈가 있는데요. 출자사들의 관심 분야는 다양합니다.
이 펀드는 출자사와 포트폴리오사 간 협력을 통한 동반성장과 혁신 즉, 오픈 이노베이션의 기회를 찾고 있는데요. 펀드를 통해 발굴한 스타트업을 출자사와 연결해 상부상조할 수 있고, 포트폴리오사가 자금 조달뿐 아니라 사업적으로 기회를 찾는 데 저희가 투자자로서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오픈 이노베이션에 성공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합니다. 물론 출자사와 스타트업 양쪽의 니즈가 맞아야 연결할 수 있겠죠.
3. 투자자에게 연락을 두려워말라, 지나친 경영 간섭은 ‘지양’
ES인베스터의 투자 철학
Q. 다른 투자사와 차별화되는 ES인베스터만의 강점과 투자 철학이 궁금합니다.
저희 그룹사와 연계할 수 있는 공유 주택 및 국토교통 분야, 또 앞서 말씀드렸듯 펀드 출자사와 시너지 낼 수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 기회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자 하는데요. 단순히 금전만 투자하기보다 자금 조달 이외 사업 활동에 많은 도움을 드리고자 하고, 이것이 ES인베스터의 차별점입니다.
제 투자 철학도 이와 일치합니다. 대부분의 창업자가 첫 창업 또는 두 번째 도전인데 자신의 분야에는 전문가지만, 인사를 비롯한 경영에 대한 경험은 많지 않지요. 저는 이분들이 사업하다가 어려움에 부딪힐 때 극복할 방법, 문제 해결 방법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제까지 수많은 회사에 투자하다 보니 창업자보다는 경험을 더 쌓았다고 생각하고, 이런 점에 대해 조언자로서 역할하고자 합니다.
제가 대표자에게 꼭 드리는 말씀이 있어요. 투자자에게 연락하는 것을 어려워하지 말라고요. 좋은 소식은 기사로 보는데, 안 좋은 소식은 대비할 수 있도록 미리 알려달라고도 당부합니다. 주어진 24시간 안에서 다른 포트폴리오 회사보다 어떻게든 투자자로서의 제 경험을 더 많이 가져가기 위해 싸우시라고도 해요. 대면 만남이나 전화, 메신저 어떤 것이든 좋아요. 10년 이상 투자 경험을 쌓아온 저만의 노하우를 적극 활용하시라고 말씀드립니다.
한편 투자자의 역할이 너무 지나쳐도 안된다고 생각해요. 투자자 또한 주식회사의 지분 3~5%를 가진 주주일 뿐입니다. 대표이사의 경영에 과도하게 간섭하는 건 안된다고 보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Q. 투자한 이후에는 어떤 점에 신경 쓰시나요?
ES인베스터가 투자한 기업에 후속 투자를 적극 유치하려고 노력합니다. 여건상 우리 회사나 펀드에서 해결되지 않으면 다른 벤처캐피탈을 소개하기도 하고요. 기존에는 초기 투자에 집중했던지라 투자한 회사가 성장한 뒤에 후속 투자하기 어려울 때가 있었는데요. ‘이에스제11호 청년창업펀드’를 통해 기존 포트폴리오사 중 일부 안정적으로 성장한 기업에도 투자할 생각입니다.
투자한 기업들이 성장을 지속하려면 자금 조달이 계속 필요합니다. 한 번으로 끝나고 후속 투자를 못 받으면 망할 수 있기 때문에 후속 투자는 생존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또 제가 투자한 회사를 다른 투자자에게 소개하고, 투자가 성사되면 나중에 저 또한 좋은 기업을 소개받는 기회를 얻기도 하고요. 상부상조하는 거죠.
Q. 유망한 스타트업이 우리 회사를 만나야 하는 이유 또는 초기 창업팀에게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많은 심사역들이 ‘대표가 문제에 부딪혔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투자자가 되고 싶다’고들 이야기합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되도록 한 달에 한 번, 최소한 분기에 한 번 정기적으로 직접 만나서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자 합니다. 10년 이상 50여 개 기업에 투자하면서 다양한 산업을 경험했고, 제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이 창업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벤처캐피탈 네트워크를 통해 후속 또는 공동투자를 제안하고, 자금 조달을 지원해 드릴 수 있고요.
당장은 투자 유치도 사업 환경도 녹록지 않습니다. 하지만 부침을 겪다가도 어느 순간 오르는 것이 시장입니다. 지금의 안 좋은 시장을 잘 버텨 잠재적 역량을 기르다 보면 분명 좋은 시절이 옵니다. 스타트업 창업자분들께 버티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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