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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Market)은 분석대상이 아닌 해석영역이다

최근 수정일: 2024년 8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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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훈

내러티브 큐레이터, 그라운드업 벤처스 이사

유망 스타트업과의 딜 소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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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생각(해석)의 크기가 곧 시장 기회의 크기다

해석 필요성

시장은 결코 한 단어로 설명되지 않는 추상적인 개념이다. 예를 들어 시장 크기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한다면 규모(사이즈)를 참고해야 한다. 미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알고 싶다면 CAGR(복합 연평균 성장률)을 고려할 수 있고, 시장 경쟁력을 평가하려면 시장 점유율을 확인한다. 따라서 분석하고자 하는 사람이 어떤 기준을 적용하는가에 따라 시장을 해석하는 결과도 달라진다.

그럼에도 투자자에게 시장 정보는 중요하다. 아이디어 타당성, 확장성 확인을 위해서 시장 관련 자료는 스타트업이 반드시 제공해야 하는 필수적인 자료다. 그러나 스타트업이 제공하는 자료만으로 시장 정보를 제대로 파악할 수는 없다. 특히, 비교할 대상이 없는 새로운 시장의 경우 수치로만 설명하기가 어렵다. 앞서 말한대로 시장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서 다르고, 통계 수치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못하는 특징이 있다. 투자자와 스타트업 모두에게 시장은 분석 대상이 아닌 해석 영역이다.

A16Z VC 시장 해석사례

투자업계에서 전설적인 투자수익율을 기록한 회사를 손꼽으라면 Andreessen Horowitz, AH Capital Management, LLC(이하 A16Z)를 꼽을 수 있다. 실리콘 밸리 전설적인 투자회사 중 하나인 A16Z는 마크 안드레센과 벤 호로비츠가 2009년 공동 창업한 미국의 IT 벤처 투자 전문 회사다. 이 회사가 유명해진 이유는 타 벤처캐피털 대비 높은 천문학적인 투자 수익율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이유는 대부분 초기 단계 스타트업을 발굴해서 성장시킨 후에 높은 기업가치에 매각하는 투자 전략과 관련이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A16Z에서 발굴한 스타트업 대부분 초기단계로 시장 관련 객관적인 근거자료가 미비해서 판단이 어려운 상태임에도 투자한 점이다. 2011년에는 트위터에 8000만 달러를 투자하는 등, 지금 유명해진 비상장 소셜 미디어 회사인 페이스북, 그루폰(Groupon), 트위터, 징가(Zynga)의 주식을 모두 보유한 벤처캐피털로 기록됐다. 이 당시 소셜 미디어 서비스가 태동하는 시점으로 성장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였음에도 A16Z는 선제적으로 발굴하고 투자했다. A16Z의 미래지향적인 투자방식이 알려지면서 A16Z가 투자한다고 하면 해당 투자 테마주가 인기가 상승하는 후광효과가 생겼다.

아직 아무런 역사적 근거가 없는 스타트업의 성장 가능성을 과연 어떻게 바라봤기 때문에 가능했을까? 유망한 시장, 혁신적인 시장 크기는 측정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의 뛰어난 인사이트 결과다. 각종 투자기법, 내부에 축적된 데이터베이스 등이 아니라 A16Z의 설립자인 Mark Andressen과 Ben Horowitz의 선제적인 시장해석 덕분이다.

시장을 바라보는 투자자 생각의 크기를 키우는 법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미래가 현재를 만든다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스타트업 투자가는 미래의 큰 흐름을 읽고 과감하게 베팅하는 존재이다. 투자자라면 앞으로 가까운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확고한 관점이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를 만들어 가는 역할도 해야 한다.

그러려면 시장을 올바르게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잘못된 믿음에서 벗어나는 것이 첫 번째 시작이다. 당연하고 여겼던 믿음에서 벗어나면 투자자 생각의 크기는 확장되고 곧 시장 기회의 범위도 확장된다.

1. ‘시장 규모가 중요하다‘는 잘못된 믿음

시장은 고정적이고 불변해서 통계 수치를 기준으로 한 분석이 옳다는 투자자 입장이다. 스타트업도 부동산과 주식처럼 데이터(수치)가 중요하다 믿는다. 이는 전통적인 산업구조에는 일부 적용되지만 불확실성이 높은 신규 산업, 특히 성장이 불투명해서 시장 영역자체가 유동적인 상황에는 적용이 불가하다.

우리 시장의 SOM(Serviceable Obtainable Market)은 500억 원, SAM(Serviceable Available Market)은 4,000억 원, TAM(Total Addressable Market)은 2조 원입니다

위의 문구는 스타트업 피치 덱에서 흔히 보는 시장 관련 내용이다. 스타트업이 제시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시장규모가 TAM-SAM-SOM이다. TAM-SAM-SOM 수치가 나오게 된 근거를 따지는 것은 자칫 불필요한 논쟁만 된다.

시장을 바라보는 가장 흔한 실수가 숫자로만 판단하는 점이다. 투자자라면 수치는 참고하되, 수치가 지닌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투자자는 오히려 수치가 주는 의미를 집요하게 물어봐야 한다. 스타트업이 수치를 어떤 의미로 활용했는지, 공격적인 목표치인지, 보수적인 목표인지 질문을 통해서 숨은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고객 문제의 크기가 시장의 크기

이 과정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될 사항이 있다. 바로 고객 문제의 크기, 즉 Problem Size다.

혁신적인 사업 내용일수록 통계자료가 없어서 시장을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에게는 수치에 의존하는 대신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고객은 단순히 숫자나 통계가 아니기 때문에, 시장의 규모보다는 고객이 직면한 문제의 크기를 중시하는 것이 더 유용하다. 고객이 겪고 있는 문제의 크기가 시장의 크기라고 해석하는 방식이다.

막연한 시장규모 대신 고객 문제의 크기를 물어봐야 하는 이유가 있다. 고객 문제크기를 이야기하려면 반드시 창업팀의 관점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시장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각종 통계, 언론기사, 보고서 등을 인용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고객은 통계만으로 설명하기 부족하기 때문에 주관적인 해석이 들어간다. 고객이 처한 상황, 문제로 발생하는 실제 피해 등을 언급하면서 문제의 크기를 말한다.

인공지능 솔루션 펄핏 perfitt 사례

인공지능 솔루션 ’펄핏Perfit’은 시장 규모 수치와 의미를 잘 활용한 사례다. 피치 덱 내용을 보면 시장규모에 대해서 온라인 신발 유통시장에서 반품비용 15조원 시장규모를 언급했다. 15조원 반품 비용 시장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조사별 신발 사이즈 불일치로 인식하고 고객단위로 시장을 재정의했다.

신발반품 시장규모(15조)를 신발 사이즈로 어려움을 겪는 개별 고객 문제의 크기로 재해석했다. 펄핏이 제공하는 개인별 발 사이즈 정보로 반품문제 개선을 원하는 신발 매장, 커머스플랫폼 사업자. SNS 포털 등 구체적인 고객을 열거하면서 펄핏 엔진 수요처는 15조원 시장에 속한 고객인 점을 확인시켜준다.

IBK 창공 데모데이 펄핏 이선용 대표의 발표영상 (출처: perfitt 유튜브 채널)

시장 해석을 돕는 투자자 질문

고객 문제의 크기가 곧 시장의 크기라는 생각을 하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스타트업에게 던져야 한다. 수치가 아닌 고객의 문제 크기를 파악하는 질문을 통해서 스타트업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시장기회를 발견해야 한다.

Is the problem Unworkable (how painful):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가?

문제로 인해서 발생하는 고객 고통의 크기를 파악하는 질문이다. 불완전한 비즈니스 프로세스가 조치되지 않아서 누군가에 측정 가능한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제조사별 신발 사이즈가 달라서 온라인 커머스 시장에 신발 반품율 줄어들지 않고 지속되어왔다. 반품율 원인은 제조사와 고객간의 신발사이즈 정보 불일치를 해결할 수 없는(Unworkable) 상태였다. 펄핏은 이러한 문제를 시장기회로 인식한 것이다.

Is fixing the problem Unavoidable? (how necessary): 문제해결이 불가피한가?

고객 문제가 주로 거버넌스 또는 규제 통제와 관련돼 있는지 파악하는 질문이다. 예를 들어,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되면서 사고안전을 위한 사전교육여부를 법적근거로 활용하기 위한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법률적인 의무사항은 피할 수 없는 것으로 고객이 해당 분야에 속했다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은 높다.

Is the problem Urgent? (how time sensitive): 긴급한 문제인가?

해결하고자 하는 고객 문제가 고객의 최우선 순위에 해당되는지를 파악하는 질문이다. 예를 들어 ESG 경영과 관련된 문제와 연관되었다면 기업에서 적극적인 검토와 투자가 가능할 것여서 초기 시장형성이 쉬울 것이다.

2. ‘최종 산출물 중심 산업분류가 정답이다’는 잘못된 믿음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기존 산업 경계가 무너진 현대사회에서 업종분류로 해당 비즈니스를 설명하기에는 벅차다. 이처럼 경계가 흐릿해진 빅블러(Big Blur) 현상은 시장해석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다. 이로 인해 ‘나이키의 경쟁 상대가 닌텐도’와 ‘갤럭시S 스마트폰 경쟁자가 코카콜라’라는 말도 안되는 경쟁관계가 지금 말이 되고 있다.

나이키-닌텐도, 갤럭시S-코카콜라 모두 산업분류상 결코 경쟁관계가 아니다. 하지만 시간과 재미라는 고객 관점으로 연결하면 나이키와 닌텐도가 경쟁자가 된다는 해석이다.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서 야외활동을 자주하게 되면 닌텐도 게임할 시간이 줄어들게 되어서 판매량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그러나 보여지는 제품과 서비스를 기준으로 시장을 이해하는 사람들은 ‘제품/서비스 자체가 시장이다’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관점을 가진 투자자들은 종종 최종 산출물을 통해 기업의 정체성을 규정한다. 그리고 최종 산출물의 형태가 속한 표준산업분류 방식을 선형적으로 따라가며, 스타트업 제품/서비스도 이러한 분류 중 하나에 속할 것으로 생각한다.최종 산출물로 산업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시도는 보이지 않는 혁신적인 시장의 크기를 알아볼 수 없게 된다.

피트니스계 넷플릭스 펠로톤 Peloton 사례

펠로톤은 트레드밀 운동기구와 운동코칭 콘텐츠를 제공하는 피트니스 스타트업으로 팬데믹 기간 중 빠른 성장을 했다. 재밌는 점은 펠로톤은 스스로를 ‘넷플릭스의 경쟁자’라 부른다. 눈에 보이는 자전거, 트래드밀 등 하드웨어를 판매하지만, ‘더 뛰어난 성능 하드웨어’에 집중하는 제조업이 아니라 새로운 운동 경험을 제공하는 콘텐츠에 집중했다. 펠로톤이 제공하는 콘텐츠 종류는 1만개 이상이고 헐리우드 수준 스튜디오 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면 펠로톤 CEO 역시 미국 최대 서점 체인 반즈앤노블스의 전자상거래부문 사장을 지낸 콘텐츠 전문가다.

펠로톤이 넷플릭스를 경쟁사로 인식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자신들이 제공하는 제품을 기준으로 업을 해석하지 않기 때문이다. 펠로콘 장비를 구입하는 진짜 이유는 운동을 효과적으로 하는 것에 있으며, 운동을 도와주는 다양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구독 서비스 회사가 넷플릭스이기 때문에 경쟁사로 보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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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해석을 돕는 투자자 질문

스타트업이 인식하지 못한 핵심을 찾아내고, 고객에 대한 다른 관점의 재정의, 미처 인식하지 않는 시장기회를 파악하고 새로운 가치 창출 경로를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투자 전문가의 역할이다. 스타트업이 보여주는 제품/서비스 최종 산출물이 제공하는 흐름을 따라가지 않고 투자자가 새로운 시장 해석을 위해서는 어떤 질문을 해야할까?

우리 회사와 동일한 고객, 유사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략집단은 누구인지?

경쟁사 인식 범위를 확인하는 질문이다. 이미 알려진 경쟁사를 열거하기보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범위까지 경쟁자 범위를 확장해서 주관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전략집단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전략집단은 블루오션에서 시장의 경계를 허무는 Six Framework에서 나온 개념으로, 창의적인 시장해석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예를 들어 On Demand 목적은 모바일을 통해 고객의 요구를 신속하게 충족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On Demand 관점에서 보면 배달의 민족(음식), 쿠팡(생활용품), 쏘카(자동차) 산업은 다르지만 전략적으로 유사한 그룹이다.

우리 회사는 무엇을 하는 회사인가? (업의 정의, 비전)

업의 정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인하는 질문이다. 이때 단순히 산업분류표가 아니라 업의 본질과 특성에서 출발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회사 이름만 가린다면 어제 봤던 다른 스타트업 피치 덱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동어반복이라면 업에 대한 해석이 아니다.

아쉽게도 스타트업조차도 업의 정의, 비전을 투자 유치와 무관한 남의 일로 여긴다. 필자가 보기에 가장 강력한 업의 재정의는 고객 재정의와 연관된다. 기존 고객이 아닌 미처 알지 못하는 새로운 고객을 발견하는 회사야말로 업의 재정의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이며 바로 투자자가 가장 찾고 싶은 기업이다.

Wii은 닌텐도가 게임시장에서 비고객인 여성과 가족을 신규고객을 발굴을 목적으로 만든 제품으로,게임 시장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였다. 우버가 완성차 제조회사보다 기업가치가 높은 이유는 자동차산업 고객군(면허증 보유)보다 더 많은 새로운 고객군을 확보하고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새로운 업(공유경제)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시장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석이 먼저다. 즉, 문제를 제대로 해석해야만 해결 가능하다. 수치와 데이터로 이루어진 시장분석은 현상을 보여줄 뿐 해석된 내용이 아니다. 해석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투자자가 시장을 해석하려면 능동적인 질문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숨겨진 시장 기회, 시장 가치가 보인다.

올바른 시장 해석에 도움이 될, 질문의 방향성 몇 가지를 정리 해보았다. 잘못된 믿음에서 벗어나 올바른 시장 해석이 가능한 투자자가 되는데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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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훈(내러티브 큐레이터, 그라운드업 벤처스 이사)

관찰을 통한 발견, 남다른 이해와 해석, 가까운 미래 제시라는 3가지 원칙하에 티칭이 아닌 코칭을 위한 혁신 전문가 양성를 위해서 ‘코어피칭 연구회’, 메더스 파트너스, 조조살롱 연구소를 운영하는 커뮤니티 설계자입니다. 저서로는 ‘피칭(23년)’ 등 3권이 있습니다.

백상훈 링크드인 / 코어피칭 브런치 매거진 / 코어피칭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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