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테크 IPO시장 전망

2025년 본격적인 회복을 예고한 테크 IPO 시장

2024년 미국 테크 IPO의 마지막을 장식한 서비스타이탄(ServiceTitan)의 상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초기 로드쇼 단계에서는 2년 전 시리즈 G 라운드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주당 52 - 57달러 범위에서 수요 예측을 시작한 서비스타이탄은 예상외로 뜨거운 투자자들의 반응에 밴드를 65 - 67달러로 한차례 상향 조정하였으며, 최종적으로 71달러에 공모가를 확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상장 첫날이었던 지난 12일 주당 101달러로 거래를 마치며 하루 만에 42%의 상승률을 기록하였습니다.

지난 3년간 최악의 불황기를 겪었던 미국의 테크 IPO 시장이 2025년 본격적인 회복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규모 면에서는 2021년 호황기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2024년은 공모 규모, 가격 산정 및 심사 청구 등 모든 측면에서 2022 - 2023년 대비 회복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것은 2024년에 상장에 성공한 테크 IPO 종목, 그중에서도 투심의 바로미터가 되는 벤처 투자 기반 테크 IPO 기업 (Venture-backed Tech IPO) 3곳 모두가 시장 평균을 뛰어넘는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2024년 기술주 상장의 첫 테이프를 끊은 레딧은 상장 이후 주가가 무려 257% 상승했으며, 뒤이어 상장한 아스테라랩스와 루브릭 역시 각각 110%, 98%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의 성과는 개선된 투자자 심리를 반영하며 벤처 투자 기반 기업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이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는 연말 시즌도 반납한 채, 제2의 서비스타이탄이 될 기업을 발굴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2025년 초 IPO 로드쇼 준비에 몰두하며, 새로운 유망 상장 후보들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번 주 WeeklyEDGE에서는 2025년 테크 투자 대 전망 시리즈의 첫 번째로 IPO 시장을 주목해 보았습니다. 현재 벤치에서 몸을 풀고 있는 다음 주자들, 그리고 2025년 가장 기대되는 공모주 기업들은 과연 어떤 곳들일까요?

2025년 벤치 후보군들

1. eToro

2007년 설립된 글로벌 트레이딩 및 투자 플랫폼은 골드만삭스를 대표 주간사로 선정, 12월 초 IPO를 위한 청구서를 SEC에 제출하였습니다. 75개국에서 3,800만 명 이상의 등록 사용자를 보유한 금융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eToro는 주식과 암호화폐 거래 사이트로 유명하며 ION Group 및 소프트뱅크 비전 펀드가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eToro가 2022년 베츠 코헨이 이끄는 SPAC과의 104억 달러 규모 합병을 통한 상장 시도가 무산된 바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IPO는 암호화폐 시장의 호황과 맞물려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지난 9월 미국 법인이 미등록 중개인 및 청산기관 운영 혐의로 150만 달러의 합의금을 지불하고 미국 사용자들의 암호화폐 거래를 제한하기로 한 것은 상장 단계에서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2. Cerebras

2016년 설립된 AI 반도체 제조사 세레브라스 시스템즈는 지난 9월 30일 증권신고서 S-1을 공개하며 상장을 공식화한 단계입니다. UBS와 씨티그룹을 공동 대표 주간사로 선정한 세레브라스는 엔비디아의 아성에 도전하는 반도체 스타트업 중 가장 먼저 상장 레이스에 뛰어든 곳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9월 S-1 제출 이후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조사 착수와 함께 중동 매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상장 절차가 잠정 중단된 상태입니다. 특히 주요 고객이자 투자자인 아부다비 기반 G42와의 긴밀한 관계에 대해 투자자들은 판단을 유보하는 모습입니다. 다만 시장에서는 AI 반도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여전히 뜨거운 만큼, 투자 심리가 개선되면 세레브라스가 언제든지 상장 프로세스를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3. Shein

중국 패스트패션 이커머스 기업 쉬인(Shein)은 현재 뉴욕 대신 런던증권거래소 상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08년 설립된 쉬인은 지난해 230억 달러 매출을 달성하며 글로벌 패스트패션 시장의 강자로 부상했으며, 지난 5월 프리IPO 라운드에서 66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도 하였습니다.

쉬인은 지난 6월 초 영국 금융감독청(FCA)에 기밀 상장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유럽의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비공식 로드쇼도 진행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 공급망에 대한 높은 의존도 및 신장 위구르 강제 노동 논란이 이어지고 있어 현재 목표한 2025년 1분기 상장이 가능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단계입니다.

2025년 기대 주자들

1. Klarna

스웨덴의 대표적인 BNPL 서비스 기업 클라나(Klarna)가 2025년 상반기 NYSE 상장을 목표로 지난 11월 12일 SEC에 심사 청구서를 제출하였습니다.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를 포함 총 12개 은행이 참여하는 초대형 공동 주간사단을 구성한 클라나는 이번 상장에서 200억 달러 이상의 기업 가치를 달성한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실적 턴어라운드에도 성공하며 상장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습니다. 2024년 1-3분기에는 9억 크로나의 세전이익을 기록하며 4년 만에 흑자 전환에도 성공하였습니다. 유럽 최대 핀테크 기업 중 하나인 클라나의 성공적인 상장은 다수의 유럽 대형 스타트업들의 미국 증시 상장 러시를 촉발하는 도화선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2. CoreWeave

AI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 코어위브(CoreWeave)가 2025년 2분기 NYSE 상장을 목표로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JP모건을 대표 주간사로 선정했습니다. 현재 코어위브는 2024년 말까지 SEC에 심사 청구서를 제출할 예정이며, 약 350억 달러의 기업가치 평가를 목표로 3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입니다.

코어위브는 2024년 말까지 전 세계 28개의 데이터센터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10개의 신규 시설을 추가로 오픈할 계획입니다. AI 인프라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코어위브의 IPO는 2025년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3. Flipkart

인도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플립카트(Flipkart)가 2025년 말에서 2026년 1분기 사이 상장을 목표로 준비 작업에 착수했습니다. 현재 기업가치 360억 달러로 평가받는 플립카트는 상장을 위한 핵심 절차인 본사 소재지 이전(싱가포르→인도) 내부 승인을 완료했으며, 올해 5월 구글로부터 3.5억 달러를 포함해 약 10억 달러의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습니다.

플립카트의 상장은 조마토, 스위기 등 인도 소비자 인터넷 기업들의 성공적인 상장 흐름을 이어갈 전망입니다. 특히 인도가 세계 3위 스타트업 시장으로 부상하면서 테크 IPO의 새로운 핫스팟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플립카트의 상장은 인도 스타트업 생태계의 성장을 상징하는 초대형 IPO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월마트가 지분 72%를 보유한 플립카트의 상장은 인도 신경제 기업 중 가장 큰 규모의 기업공개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핵심 키워드: 팬데믹 인벤토리 vs. AI 네이티브

2025년 IPO를 준비 중인 기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양상이 발견됩니다. 한 축은 e토로 클라나, 플립카트와 같이 10 - 15년의 업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팬데믹 시기의 상장 기회를 놓친 ‘팬데믹 인벤토리’ 기업들입니다. 다른 한 축은 코어위브, 세레브라스와 같이 AI 슈퍼사이클의 붐을 타고 빠르게 성장한 ‘AI 네이티브’ 기업들입니다.

IPO 시장의 양적 회복을 위해서는 두 그룹 모두가 필요하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은 후자에 더욱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3년 만에 회복하기 시작한 2011 - 2012년 IPO 호황기를 돌이켜보면 더욱 분명해집니다. 당시 IPO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링크드인, 징가, 그루폰, 페이스북과 같이 새롭게 부상한 소셜 - 디지털 - 모바일 신경제의 주역들이었기 때문입니다.

2025년 테크 IPO 시장이 그 어느 때보다 기대되는 이유는 AI 네이티브 기업들뿐 아니라 오랫동안 기다렸던 핀테크, SaaS, 이커머스 플랫폼까지 다양한 영역의 기업들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연 이들의 상장이 테크 IPO의 새로운 사이클을 여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기대를 가지고 지켜봐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