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을 위한 투자자 리포트 원칙
최근 수정일: 2024년 8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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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율본 파트너변호사 / 그래비티벤처스 전략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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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유치 후, 스타트업은 투자자들에게 정기적으로 회사 현황을 보고하게 되는데요. 어떤 원칙을 기준으로 보고하는 것이 좋을지, 투자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은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한지 궁금해하는 대표님들이 많습니다.
호황기에는 TIPS 프로그램 선정, 새로운 투자 유치, 목표 매출 달성 등 긍정적인 소식이 많았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손쉽게 카카오톡, 이메일, 전화 또는 직접 만나서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많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처럼 시장의 분위기가 안 좋을 경우 매출 하락, 런웨이 소진, 구조조정 등 부정적인 소식을 투자자에게 전달해야 하는데요.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투자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기본 마인드셋, 투자자 보고는 기본 의무다
우선 투자자에게 보고를 하는 것은 투자를 받은 기업으로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투자계약서 상에도 보고/통지 의무와 협의/동의 의무가 있지만, 법적의무와는 별개로 기본적으로 나와 우리 회사를 믿고 투자를 해준 투자자에게 주요 업데이트 사항에 대해 공유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마인드셋을 바탕으로 보고 방식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꼭 잊지 말아야 할 점은 투자자와 스타트업 대표는 같은 배를 탔다는 것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한 스타트업이 성공해야만 투자회사도 성공보수를 확보할 수 있고 담당 심사역도 좋은 레퍼런스를 쌓을 수 있습니다. 즉, 양측의 니즈가 상당부분 일치하는 것이죠.
이렇게 생각하면 투자자들을 대하기가 조금 더 수월해지는데, 때로는 이를 망각하고 투자자에게 적대적으로 대하거나 투자자의 연락을 의도적으로 피하는 스타트업 대표들도 적지 않습니다. 사소한 자존심 문제 등으로 이렇게 문제가 커지는 경우를 종종 보았는데, 사실 이렇게 되면 점점 거대한 벽이 생기게 되고, 이것이 심해지면 계약파기나 소송 등의 결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첫 번째, 정기 리포트로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라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예측 가능성입니다. 스타트업 대표라면 투자자와 동료들에게 예측 가능성을 보장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예측 가능성이 깨지면 조직의 리더십 위기, 투자자와의 관계 문제, 갈등 및 오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좋은 상황이든 나쁜 상황이든 상관없이 주기적으로 리포트를 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리포트의 내용이 대단히 풍부하거나 복잡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 이 대표님은 중요한 사항은 숨기지 않고 투명하게 공유하시는구나’라는 인식을 각인시킨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결국, 예측 가능하고 꾸준한 정보 제공이 포인트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은, 문제에 대해 전혀 논의나 협의가 없다가 갑작스럽게 안 좋은 결과를 알리는 것입니다. 몇 달 동안 아무런 소식도 없이 갑자기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알리는 건 갑작스럽게 뒤통수를 맞은 것과 같겠죠.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법률 검토나 재무 검토를 시작하고, 손해배상 청구, 위약금, 주식매수청구권의 행사까지 고려하게 됩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을 겪고 있을 때 진행 상황과 대처 방안을 투자자들과 수시로 공유했다면 어떨까요? 비록 현재 상황이 힘들다 하더라도 정기적인 리포트를 통해 대표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 꾸준히 전달받은 투자자라면 스타트업에 대한 추가 투자를 고려하거나 도움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투자자에게 손해가 있을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더라도 곧 바로 법적 조치보다는 일단 위로가 담긴 술 한잔을 건넬 수 도 있습니다.
결국 투자도 사업도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람 간에 오고간 소통과 대화와 커뮤니케이션의 힘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두 번째,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 나쁜 소식은 먼저 전해라
“안 좋은 일이 있으면 일단 피해요. 전화도 안 받고, 몇 주째 연락이 없어요. 아니, 뭐라도 이야길 해야 도와줄 수라도 있죠.”
스타트업에 투자한 심사역들에게 수도 없이 들은 이야기입니다. 많은 대표님이 투자자들에게 전하기 어려운 사항들이 있을 때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할 일은 많은데 투자자들에게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해야 할지까지 고민하다 보니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고민하지 마세요. 메세지를 전달하는 방식보다 중요한 건, 당일 보고의 원칙입니다. 가능하면 당일에, 아니면 적어도 그 주에는 반드시 중요사항을 보고하세요. 짧게 이메일 5줄이라도 충분합니다. 월요일에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 주 금요일까지는 반드시 보고하십시오. 특히 나쁜 소식일수록 지체 없이 보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무엇인가를 속인다고 생각하며, 이것이 쌓이면 결국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대기업 법무실장님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이분은 강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는, 까다롭고 호불호가 갈리는 스타일의 인물입니다. 그런데도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소송에서 이기든 지든, 항상 상부에 당일 보고하는 원칙을 지켰습니다. 보고를 할 때는 장황하게 보고하지 않습니다. 핵심 메세지 위주로 5줄 이하로 이메일로 보고합니다. 이런 행동을 계속 쌓다 보면 결국 리포트를 받는 사람은 이 사람이 솔직하고 적어도 나를 속이지 않는다고 인식하게 됩니다. 그렇게 예측 가능성이 생기고 신뢰를 쌓을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지금 투자 계약서를 다시 읽어보라
마지막 조언입니다. 투자 계약서를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읽어보세요. 투자계약서에는 언제 투자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 언제 투자자와 협의해야 하는지, 언제 투자자에게 사실의 통지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항과 시점까지 명확하게 나와 있습니다.
꼭 검토해야 할 세 가지 조항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경영 상황에 대한 동의권 및 협의권입니다. 동의 및 협의 사항에 속한 사항들은 투자자에게 반드시 사전 협의를 하거나, 관련 사항에 대한 서면 동의가 필요합니다. 두 번째 조항은 보고 및 자료 제출에 관한 것으로, 어떤 자료를 언제까지 제출해야 하는지, 자료에 관해 질문받을 경우 얼마 내에 응답해야 하는지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조항은 주식매수청구권에 관한 것입니다. 최근 경영진과 투자자 사이에 불신이 쌓여 갈등을 겪는 경우, 주식매수청구권을 검토하는 벤처캐피탈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투자 계약서에는 주식매수청구권을 발동시킬 수 있는 상황들이 일반적으로 15개 이상이 되고, 귀책사유가 있는 이해관계인에게도 주식매수청구권이 발동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관련 조항을 꼼꼼히 읽고, 위반되지 않도록 사전에 주의 깊게 리포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투자도 비즈니스도 장기적으로는 사람들 간의 신뢰의 문제이죠. 그리고 한번 신뢰가 깨지면 겉잡을 수 없이 신뢰관계가 무너집니다. 그 신뢰관계를 유지하는 핵심은 예측불가능성이거든요.
그리고 예측불가능성의 확보는 성실한 리포트에서 시작됩니다. 너무 고민하지 마시고, 너무 형식에 구애받지 마시고, 너무 잘 리포트하려고 하지도 마세요. 그냥 그 때 그 때 짧고 간결하게라도 보고를 하세요. 투자자와의 신뢰는 그렇게 쌓아나가는 거에요.
참고
류재언 (법무법인 율본 파트너변호사 / 그래비티벤처스 전략이사)
비상장회사 경영권 분쟁과 주주권 및 투자자문을 전문으로 합니다. 8년째 세바시 협상스쿨을 운영하고 있으며, <협상 바이블>과 <대화의 밀도>의 저자입니다. 유튜브 <협상가 류재언>에 더 많은 콘텐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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