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달러보다 강력했던 저커버그의 한마디
작성일: 2025년 2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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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정일: 2025년 3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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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데 걸리는 시간: 약 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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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M&A의 모범 사례
빅테크 기업들의 인수합병(M&A) 성공 사례를 살펴보면 언제나 특별한 무언가가 느껴집니다. 구글이 유튜브와 안드로이드를,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과 와츠앱 인수한 역사를 돌아보면, 우리가 매일같이 사용하는 대표 서비스들이 사실은 빅테크 기업의 ‘미래 내다보기’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죠.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이러한 인수 결정이 이루어진 시점과 지불한 가격입니다. 2006년 구글의 유튜브 인수나 2012년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인수 당시, 두 서비스 모두 유의미한 매출을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빅테크 기업들은 조 단위 거액을 투자하는 결단을 내렸고, 결과적으로 이는 탁월한 선택이었음이 증명되었습니다.
2014년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인수 역시 같은 맥락에서 주목할 만한 사례입니다. 설립된 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스타트업에 20억 달러라는 거금을 투자한 이 결정은 당시로서는 상당히 파격적이었습니다. 마크 저커버그는 어떤 미래를 그리며 이런 과감한 베팅을 했을까요?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페이스북-오큘러스 사례를 통해 베일에 가려진 빅테크 M&A의 세계를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2015년 마크 저커버그가 AR/VR 전략을 설명하며 내부 임원진에게 보낸 이메일은 빅테크 기업의 장기적 비전과 M&A 전략을 보여주는 명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지난주 공개된 오큘러스 창업자 팔머 럭키의 인터뷰는 신생 스타트업이 2014년 페이스북 매각을 결정하게 된 생생한 순간을 담고 있습니다.
2015년 저커버그의 이메일
특히 2015년 저커버그가 AR/VR 전력과 관련하여 내부 임원들에게 공유한 이메일을 보면, 10년 이상의 미래를 내다보는 시각과 구체적 실행 로드맵, 그리고 이미 유니티(Unity) 같은 인수 대상을 염두에 두고 사내 컨센서스를 형성하는 능력이 돋보입니다. 이는 곧 빅테크 M&A가 단순히 “시장에 나온 물건을 사들인다”는 차원을 넘어, 다음 컴퓨팅 패러다임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치밀한 계산을 바탕으로 때로는 통 큰 베팅에 나선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전략적 목표는 명확합니다. 구글과 애플이 모바일 시대의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어 앱에 기반한 우리의 경쟁력은 절대적으로 취약한 상황입니다. 때문에 차세대 컴퓨팅 시대에서는 더 강력한 입지를 확보해야 하며, 이는 주요 플랫폼과 핵심 앱을 모두 개발할때만 가능합니다.”
“The strategic goal is clearest. We are vulnerable on mobile to Google and Apple because they make major mobile platforms. We would like a stronger strategic position in the next wave of computing. We can achieve this only by building both a major platform as well as key apps.”
혁신적인 브랜드는 실체가 있는 새로운 제품에서 비롯됩니다. 우리의 VR/AR 프로젝트가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기존의 소셜 네트워크는 더 이상 새롭지 않고, 모바일은 혁신보다는 확장에 가깝습니다. AI는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죠. 각 분야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더 잘 전달할 순 있겠지만, 향후 5-10년간 가장 혁신적인 잠재력을 지닌 것은 단연 VR/AR입니다."
“An innovative brand comes from building tangible new products. Our work in VR/AR is the best example we have. Our core social networking work is no longer new, Internet.org is extending something rather than inventing it, and AI is not yet tangible. We can do more to tell our story in each of these areas, but succeeding in VR/AR has the most innovation potential in the next 5-10 years”
“목표 달성의 핵심이 되는 기술은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더라도, 직접 소유하면 통합의 기회는 늘어나고 리스크는 줄어듭니다.”
“At some level, it’s important to own the core technology you depend on to achieve your mission. Even if there is potentially a path forward with it, owning it increases integration opportunities and decreases risk”
무려 10년 전에 쓰인 내용이지만 2025년 현재의 메타의 상황에 적용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느껴집니다. 리얼리티 랩을 만들고, 오픈소스를 통해 AI에 뛰어들며 로보틱스까지 넘보는 메타의 확장성, 중구난방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저커버그가 10년 전 제시한 명확히 전략과 방향성을 보면 충분히 수긍이 가는 행보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애플은 이미 시장의 정점에 있습니다. iOS와 안드로이드로 폰을 팔고, MS 오피스와 운영체제 라이선스로 돈을 벌죠. 이들은 현재의 질서를 흔들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반면 페이스북은 달랐습니다. 자체 운영체제도, 하드웨어 플랫폼도 없었기에 VR과 AR로 전체 판도를 바꾸고 싶어했죠. 적어도 이 주장만큼은 명백히 맞아 보였습니다.”
“Microsoft, Google, Apple - they’re already at the top of the food chain. They’re making iOS, they’re making Android, they’re selling phones, or they’re selling Microsoft Office; they’re selling computer operating system licenses. The people at the top don’t want to shake everything up. But Facebook, we don’t have an operating system; we don’t have a hardware platform. We want to make the whole universe move to VR and AR. And I think that it was just obviously true.”
“마크는 단순히 회사를 사겠다는 것이 아니라, 향후 10년간 매년 최소 10억 달러를 연구 개발에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제가 차고에서 겨우 예산을 긁어모으며 사업을 이어가던 사람이었다는 걸 생각해보세요. 누군가 와서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10억 달러를 가상현실 발전을 위해 투자하겠다’라고 한다면 얼마나 매력적인 제안이겠습니까.”
“Mark promised not just to buy our company, but to invest a minimum of a billion dollars a year into research and development for the next decade. That was really the thing. When you’re someone like me who’s used to working with garage budgets and scraping money here and there and trying to keep your thing going, imagine what that sounds like. Someone comes to you and says, ‘I’m going to give you a billion dollars a year for the next 10 years of your life to try and push virtual reality forward.’“
“사람들은 ‘팔머, 당신은 고작 20억 달러 때문에 회사를 매각했다’라고 말하지만 전 ‘아니다’라고 답합니다. 만약 20억 달러가 목적이었다면 저 혼자서도 그만큼은 벌 수 있었죠. 하지만 마크는 100억 달러 규모의 연구 개발을 약속했고, 그건 제가 20억 달러를 번다고 해서 가능한 건 아니었습니다.”
“People, they often say, ‘Well, Palmer, you really just did it for the two billion.’ I say, ‘No,’ like, if this is about two billion dollars, I could have just made that myself. But Mark was offering 10 billion dollars in research and development, and me getting two billion dollars from somebody doesn’t do that.
M&A는 빅테크처럼
빅테크 기업의 M&A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좋은 기업을 산다’는 차원을 넘어서기 때문입니다. 2014년 오큘러스 인수 당시 저커버그가 팔머 럭키를 설득이 주효했던 이유는 단순한 인수금액이 아닌, 10년간 매년 10억 달러 규모의 R&D 투자였습니다. 이는 저커버그가 2015년 내부 이메일에서 강조했던 ‘핵심 기술의 확보’라는 전략적 방향성과도 정확히 일치하는 행보였습니다.
팔머 럭키가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이 아닌 페이스북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미 모바일 OS와 하드웨어로 시장을 장악한 거대 기업들과 달리, 페이스북은 현재의 질서를 뒤흔들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고자 했습니다. 담대한 비전과 비전이 만난 것이었죠.
그렇다면 페이스북의 오큘러스 인수는 성공적이었을까요? 2024년 현재 시점에서 평가하자면 다소 유보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AR/VR 시장은 예상보다 더디게 성장했고, 2021년 회사명을 메타로 변경하며 가상현실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였지만 성과가 부진하자 VR 개발용으로 대량 구매했던 GPU를 AI 개발로 전환하는 모습까지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메타가 원했던 시장 선점이라는 전략적 목표는 이미 달성했다는 점입니다. 현재 VR 헤드셋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으며, 최근 애플 비전 프로의 부진한 성적을 보면 경량화와 대중화에 초점을 맞춘 메타의 전략이 옳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언제 도래할지 모르는 미래를 미리 준비하고, 그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는 것. 이것이 바로 빅테크 기업들이 M&A를 통해 시장을 선도하는 핵심 전략인 것입니다.메타가 페이스북 이후 직접 만들어낸 혁신적인 제품이 있느냐고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와츠앱, 오큘러스 모두 인수합병을 통해 확보한 사업이죠. 하지만 과감한 베팅과 해당 서비스를 십억 유저 서비스로 키워내는 역량은 아무나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오큘러스의 창업자 팔머 럭키가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이 아닌, 페이스북을 인수 상대로 낙점한 궁극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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