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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투자를 만들어가는 디딤돌, 소통
소통에서 가장 큰 문제는, 그게 이루어졌다는 착각이다.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의 명언으로 알려졌지만, 출처가 확실하지 않은 이 말은, 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오해나 정보의 단절이 생길 수 있다는 위험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수많은 불확실성 속에서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신뢰를 쌓아가야 하는 스타트업 대표와 투자자 간의 관계에서는, 몇 번이고 되새겨야 할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에서는 특히 초기 스타트업 대표가 심사역과 어떻게 소통하면 좋을지에 대해 투자의 네 가지 단계로 나누어, 구체적인 팁을 나누고자 합니다.
1. 개인 미팅: 신뢰를 쌓는 단계
투자를 받기 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심사역에게 “이 팀과 함께하고 싶다”라는 확신을 심어 주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서로 간에 신뢰를 형성하는 과정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선 글에서 말씀드렸듯이, 저는 대표자의 동기 부여와 팀 빌딩 과정을 통해 함께 하고 싶은 분인지를 고민하는데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아이디어를 넘어, 그 뒤에 품고 계신 목표와 열정의 크기를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결국은 대표자의 동기와 비전을 잘 어필하는 것, 그리고 팀 빌딩 과정을 통해 대표 자신의 비전과 가치를 어떻게 팀원들에게 전달하고 있는지가 신뢰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대표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초기 투자의 경우 팀과 심사역 간에 많은 소통과 함께 긴 호흡이 필요하기에, 대표자와 심사역의 성향이 맞는 것이 중요합니다. 깊은 대화를 통해 심사역이 어떤 분야에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가졌는지, 우리 팀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팀을 대할 때 어떤 성향을 지니고 있는지, 업에 대해 진심인지, 등을 면밀하게 파악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2. 밸류 협상: 가능성과 리스크 사이의 줄다리기
n번의 사전 미팅을 통해 심사역과의 교감이 형성되면, 다음 단계로 투자사 내 다른 분들을 모시고 IR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 단계가 되면 심사역은 대표자와 한 팀이 되어 투자사를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때 함께 논의되는 토픽인 밸류(기업 가치)는 투자 유치 과정에서 가장 민감한 주제라 할 수 있습니다. 밸류를 논하는 과정에서 대표님에게는 어떤 마인드 셋이 필요할지, 철저히 심사역의 관점(!)에서 가감 없이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금액 및 밸류 산정은 초기 스타트업 대표님과 투자사가 투자 협상을 시작할 때 가장 넘기 어려운 벽을 형성하고는 합니다. 특히나 정량적 지표가 찍히지 않는 초기 단계에서는 정성적인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고, 절대적인 정답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서로 간 의견 차이가 클수록 에너지가 많이 소비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지요.
대표자 입장에서는 제안받은 밸류와 금액이 생각했던 것보다 낮아서 아쉬울 수 있지만, 심사역은 “내부 직원들을 설득”해야 하는 관점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기에, 최근 내부에서 행해진 투자 건들을 기준 삼아 밸류를 산정하게 됩니다. 정량적 근거는 아니지만 참고할 수 있는 투자 건을 기반으로 획득 지분율과 유치 금액의 타당성 등, 나름의 근거를 더해 제안하게 됩니다.
저는 이 치열한 논의의 과정에서, 앞서 쌓은 상호 간 신뢰가 큰 역할을 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후속 투자를 생각했을 때 밸류가 높다고 마냥 좋은 것은 아니고, 제시한 밸류가 낮다고 해서 팀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밸류 산정은 투자사 내부 설득의 문제이고, 심사역 역시 대표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표님께서는 앞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담당 심사역과 치열하게 논의하시되, 담당 심사역의 커뮤니케이션 자세가 어떤지도 꼭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논의 과정에서 밸류와 금액의 숫자에 집중하기보다는, 담당 심사역이 논의 과정에서 진심으로 대표님과 팀플레이를 하고 있는지를 보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밸류 논의 과정은 심사역이 우리 회사의 비즈니스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잘 활용하신다면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쌓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니다.
3. 투자 진행: 속도와 정확성
밸류 산정까지 마무리되었으면, 대표자와 심사역은 팀을 이루어 IR 및 투자심의 위원회, 그리고 납입 프로세스를 준비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심사역은 대표자에게 IR 덱, 회사 관련 서류, 사업 계획, 재무 계획, 인력 계획 등 수많은 자료를 요구하게 되는데요,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와 정확성을 바탕으로 한 효율적인 소통입니다. 의외로 이 과정에서 서로 간의 신뢰가 무너지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합니다.
내부의 여러 절차를 거치게 되는 투자 프로세스의 특성상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심사역 입장에서는 제때 자료를 전달받아야 내부의 투자 프로세스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요청하는 자료는 매우 세밀하고, 때로는 기존에 준비되지 않은 새로운 자료가 필요할 때도 있어서, 생각보다 많은 소통과 에너지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초기 투자라는 행위는 사업에 꼭 필요한 마중물을 길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고, 대표님께서 제공해 주시는 자료의 퀄리티와 전달 속도가 투자 의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투자 유치 시기만큼은 심사역과 한 팀이라고 생각하시고, 매 순간 긴밀히 소통하시면서 꼼꼼하고 빠르게 대응하실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4. 투자 후: 동반 성장의 파트너
투자심의 위원회를 통과하고 납입을 거쳐 투자가 최종 완료되면, 대표님과 심사역이 급격히 멀어지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주총 이외에는 잘 연락하지 않아서 회사에 무슨 일이 있는지 심사역이 알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지는데, 초기 기업일수록 심사역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팀 입장에서는 성장의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수많은 변수가 매복하고 있기에 수많은 변수들을 함께 고민하고 대응해 주는 존재가 필요할 수 있으며, 심사역 입장에서는 포트폴리오 사의 성장을 위해 회사의 재무 상태, KPI 달성 여부, 주요 마일스톤 달성 상황 등에 대한 정기적인 업데이트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밀접한 관계를 위해서 필요한 것은, 역시 진실한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초기 기업일수록 문제나 리스크가 발생했을 때 이를 빠르고 솔직하게 공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데이터나 텍스트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담당 심사역이 회사의 현 상황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는 심사역 입장에서 대표자의 운영 능력을 신뢰하게 만들고,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투자의 가치를 믿게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대표자 입장에서도 심사역 및 투자사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팀이 직면한 도전 과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덧붙임: 비언어적 요소의 중요성
단계별로 소통을 강조하면서 속도와 정확성, 솔직함 등을 말씀드렸지만, 결국 위의 모든 소통 과정을 관통하는 것은 비언어적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글에서도 말씀드렸듯, 비언어적 요소는 대표자의 진정성과 리더십을 평가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눈맞춤, 말투, 몸짓, 팀원들과의 상호 작용 같은 작은 신호들이 심사역에게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기에, 성공적인 소통을 위해서는 이러한 비언어적 요소를 신경 쓰시면서, 일관되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가식적일 필요는 없지만, 대표님과 팀원들이 회사에 얼마나 진심인지 등을 전달하고 싶다면 백 마디 말보다 눈빛, 말투와 같은 것이 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결론
스타트업의 성공은 단순히 뛰어난 아이디어나 기술만으로는 부족하고, 투자자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소통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에서 다룬 여러 팁을 통해 대표님께서 초기 투자자와 끈끈한 협력 관계를 만들어 나가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초기 투자의 여정은 길고 험난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소통이 올바르게 이루어진다면, 장기적으로 팀에 도움이 되는 풍부한 성과를 만들어내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함슬범(블루포인트파트너스 오픈이노베이션팀 / 책임 심사역)
슬기로운 호랑이라는 뜻을 가진 제 이름에 걸맞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때로는 지혜를 드리고, 때로는 용기를 드리며, 세상을 바꾸어나가는 멋진 분들의 모든 순간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 사람 좋아하고 물지 않으니 언제든 편하게 찾아주세요! 함슬범 심사역 링크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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