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고 정확하게 업무 부담을 줄여드릴게요!
기업 성장에 모든 시간을 쏟으세요
제품과 서비스가 날개 돋힌 듯 팔리는데 뭔가 찝찝하다
당신은 정말 온몸을 갈아서 죽을 만큼 일했다. 철저하게 시장과 고객을 조사했고 거기에 맞춰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시장이 반응하고 고객이 지갑을 열게 만들기 위해 혹할 만한 메시지와 채널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도 각별히 신경 썼다. 물론 거기에 맞춰서 가격과 유통까지 완벽하게 설계했다. 이제 드디어 제품과 서비스가 고객과 만날 시점이다. 시장에서 얼마나 화제가 될까, 고객들이 얼마나 좋아할까, 그리고 얼마나 많이 팔릴까? 설레이기도 하고 흥분되기도 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두렵기도 하다. 정말 내 제품과 서비 스가 팔릴까? 런칭일이 다가올수록 자신감은 점차 사라지고 기분은 냉탕과 온탕을 왔다갔다하며 오르락내리락 한다.
제품과 서비스를 런칭하고 며칠이 흘렀다. 기대보다 더 많은 고객이 왔고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매출과 수익도 예상치를 훌쩍 넘어섰다. 지금까지의 의심은 다시 확신으로 바꾸고, 사라졌던 자신감은 어느덧 다시 돌아와서 어깨를 빵빵하게 한껏 올려놓았다. 함께 고생한 임직원들과 사무실에서 피자와 치킨, 맥주를 시켜놓고 간단히 축하파티도 했다.
다시 며칠 뒤 흥분을 가라앉히고 고객과 매출 데이터를 꼼꼼히 살펴보는데, 갑자기 멘붕이 왔다. 분명 많은 고객이 내 제품과 서비스를 샀고 제품과 서비스가 좋다면서 칭찬하는 리뷰도 한트럭이다. 이미 목표로 한 금액을 넘어서 매출과 수익은 계속 올라가고 있고 수요에 맞춰 생산량을 어떻게 맞출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주 행복한 상황인데 왜 멘붕이 왔을까?
문제는 우리 제품과 서비스를 산 고객이었다. 원래 타겟으로 했던 고객들이 아니라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고객들이 우리 제품과 서비스를 사고 있었다. 하물며 타겟팅한 고객이 아니다 보니 우리가 집행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활동으로 유입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우리가 목표로 한 고객들은 구매는 커녕 광고조차 거의 누르지 않았다. 냉랭하다는 게 가장 정확한 판단이었다. 이럴 때 과연 좋아해야 할까, 슬퍼해야 할까?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잘 팔리는데 기분은 찝찝한 웃픈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의도하지 않은 성공을 어떻게 나의 것으로 만들어 갈 지다
물건 잘 팔리고 돈 많이 버는데 뭐가 문제냐며 누군가는 행복한 고민이라 말하겠지만, 사업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한마디로 사업전략과 상품기획, 마케팅과 브랜드 전략의 대참사에 가깝다. 사업을 잘한다는 의미 중 하나는 시장과 고객을 정확하게 예측해서 가용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서 최고의 성과를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소가 뒷걸음질 치다가 쥐를 잡은 격이다. 사업에서 ‘운’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사업을 우연과 운에 의지한다면 복잡하게 머리를 쓸 이유가 없다. 중요한 의사결정은 모두 점쟁이에 맡기면 된다.
사업은 매순간 성공가능성을 높여가는 내재적 역량을 쌓아가는 과정이자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결과적으로는 잘 팔리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이유와 상관없이 대단한 것이다. 대신 우연히 얻은 성과를 어떻게 사업의 자산이자 노하우로 만들지를 고민하고 경험치를 쌓아가면서 의도한 성공을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 나가면 된다.
우연과 운으로 사업이 제대로 터져주는 일은 비단 스타트업이나 작은 기업에만 해당되는 일은 아니다. 글로벌 기업이나 대기업에서도 종종 벌어지는 일이다. 2000년대 중후반 한창 전세계의 TV생산기업들이 디스플레이 기술과 시장 트렌드 변곡점을 맞아 글로벌 시장을 두고 전쟁을 벌이던 시기가 있었다. 기술적으로는 그 당시 반세기 이상 TV시장을 장악해온 브라운관이 있었고, 브라운관TV에 반기를 들고 브라운관의 단점을 공략한 대형 평판TV의 쌍두마차 LCD와 PDP가 브라운관을 견제하면서 서로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거기에 스스로 빛을 내고 색 재현이 압도적이라는 OLED가 호시탐탐 시장에 끼어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시장은 점차 대형TV를 원하고 있었고, 일본과 유럽 TV업체들이 우리나라와 중국업체들과 피 터지는 사생결단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홀연히 등장한 LCD TV 하나가 있었는데, 반드시 이 TV 하나가 유일한 이유는 아닌 것은 사실이지만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이 혼란한 시기를 종결 시키고 TV시장을 평정해버리는 계기를 만들어냈다.
이후 기술은 LCD가 주류가 되었고 (참고로 지금 LED TV라 말하는 것들이 실제로는 LCD TV다), TV는 대형 평판 TV로 도약했고, 일본과 유럽 업체들이 사업을 접게 만들면서 우리나라가 TV시장을 장악하게 만들었다. 와인 이름을 딴 LCD TV였는데 모두가 TV의 기술적 우위와 화면 사이즈로 경쟁할 때 모두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구분하기 어려웠던 평판TV에 디자인을 입혀서 평판TV도 예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고 시장과 고객은 열광했다.
여기서 대반전은 와인 이름을 딴 디자인 TV가 처음부터 대중시장을 공략해서 판매를 극대화 시킬 주력 제품으로 기획하고 만든 제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장을 공략할 주력 제품 라인업은 따로 있었고, LCD TV도 디자인으로 가치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제품으로 이 가치에 소구하는 특정 고객을 위한 니치시장용 제품이었다. 즉, LCD TV의 새로운 고객 가치로 디자인을 생각할 수 있다는 것만 보여주면 출시 목적과 역할을 충분히 다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예상을 벗어나 전체 TV시장판을 뒤흔들어버린 메가 히트작이 되었다. 그 이후 어마어마한 성과에 맞춰서 원래부터 그럴 줄 알았고 그렇게 기획했다고 끼워 맞춰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솔직히 이 바닥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다. 의도한 바에서 벗어나도 너무나 벗어나 거의 안드로메다로 가버렸으니 사업전략과 상품기획, 마케팅과 브랜드 전략에서 측면에서는 그야말로 최악의 사례 중 하나다. 이 기업이 정말 잘한 점은 예상치 못하게 대박이 나기 시작하자 즉각적으로 사업방향성을 거기에 맞춰 기민하게 대응해서 그 기회를 잘 활용하고 성공경험을 자산으로 만들어가면서 결국 TV시장을 장악했다는 것이다.
의도한대로만 되어야 좋은 걸까?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앞서 이야기한 TV사례에서 그 기업이 가장 잘한 것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시장과 고객이 확인된 순간 곧바로 그 흐름을 탔다는 점이다. 영리기업이라면 돈이 모이고 돈이 보이는 시장에 들어가서 고객 니즈에 맞춰 고객이 제품을 살 이유를 제공하고 돈을 쓰게 만드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자 행동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게 시장과 고객이 제품과 서비스의 쓰임새와 효용을 직접 만들어내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는 것이다.
한 기업을 컨설팅 할 일이 있었다. 손톱에 붙이는 패션네일을 만드는 곳이었는데, 제품이 기대한만큼 안 팔려서 이미 재고가 잔뜩 쌓여 있었고 어떻게 재고를 줄이고 판매를 늘릴 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현황을 꼼꼼히 점검하는데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전반적으로 판매가 매우 부진했는데 지방의 특정 지역 몇몇은 숫자가 확 튈 정도로 판매가 잘 되고 있었다.
그래서 그 지역 판매에 대한 세부자료를 요청해서 분석을 진행해보니 지방의 시나 읍 규모 지역에 사는 40대 중반 이후부터 60대 초반까지의 소득 기준 중하층민 여성 고객이 제품을 사고 있었고 재구매율도 매우 높았다. 반전은 제품 기획부터 출시까지 이들을 타겟 고객으로 전혀 생각하지 않았었고 그런 이유로 유통채널이나 프로모션도 이들과 이들이 사는 지역에 깔지도 하지도 않았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온라인 판매채널까지 들어와서 사고 있었다. 고객 리뷰를 확인하고 약식으로 추가 인터뷰를 진행해보니 이들의 제품 만족도는 매우 높았고 주위에 입소문까지 내주고 있었다. 고객들은 주로 식당 일 등 몸을 쓰는 일을 하시는 분들이었는데, 이 기업이 만든 패션네일의 특징인 붙였다 떼었다를 반복할 수 있는 접착 기능과 요즘 찾기 어려운 과감한(?) 디자인에 열광했다. 몸 쓰는 일을 하다 보니 일하는 동안은 네일을 붙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타겟을 재조정해서 접근한다면 지금 기업이 갖고 있는 문제를 한번에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였다.
하지만 그 기업은 그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그 기업 창업가가 원하지 않았다. 자신이 이 네일을 만든 이유는 트렌디하고 패셔너블한 대도시의 2030 젊은 여성을 위한 것이었고, 목표는 자신의 네일을 붙인 여성들이 강남 거리를 활보하는 것인데, 자기 네일을 지방에 사는 아줌마들이 쓰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며 기분이 나쁘다고까지 했다.
그렇게 말하고서 내게 자기 네일을 자기가 원하는 고객들이 쓸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그런데 역시나 돈은 없고 재고를 먼저 팔아야 하고 디자인도 바꿀 생각도 없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나는 당연히 거절하고 더 이상 컨설팅을 하지 않았다. 이후 이 기업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시장과 고객이 정해준 내 제품, 서비스의 효용과 가치를 인정하면 돈이 보인다
또 이런 일도 있었다. 캠핑용품을 기획, 제작해서 파는 스타트업이었는데, 제품 자체의 강점과 차별적 우위도 명확했다. 이미 캠핑용품 시장의 얼리어댑터들에게는 반응도 좋았다. 하지만 얼리어댑터 고객을 넘어서 대중시장으로 좀처럼 넘어가지 않았다. 그야말로 제품과 서비스 성장 단계 과정 중 캐즘에 빠진 것이다. 캠핑용품을 사는 주요시장 고객들은 별관심이 없었다. 인지도 문제인가 싶어서 캠핑시장의 유명 인플루언서와 함께 마케팅을 진행했어도 매출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어떻게 현상황을 극복해야할 지 컨설팅을 요청 받았다.
캠핑시장은 매니아층과 일반인층이 명확하게 구분된 레저, 스포츠 시장의 전형 중 하나다. 매니아급의 경우 이미 자기 취향이 분명하고 웬만큼 필요한 제품은 이미 다 가지고 있으며 캠핑용품에 대한 소비를 아끼지는 않지만 매우 까다롭다. 반면에 일반인층은 매니아를 따르며 캠핑 문화를 동경하는 성향을 가진 부류와 남의 눈치 안 보고 자기 상황에 맞춰 실속 있게 가볍게 즐기는 부류로 다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이 스타트업의 제품은 기능적 차별성이 극대화된 제품으로 어떤 용기로도 버너 없이 간편하게 물을 끓이거나 소독을 할 수 있는 강점을 갖고 있는데, 캠핑 문화를 적극적으로 즐기거나 동경하는 사람들에게는 매력이 떨어졌다. 조금 불편해도 그 자체가 캠핑이라고 생각하거나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제품의 브랜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편리함과 실용성이 앞선 제품은 캠핑용품으로 인정받기가 어려웠다. 캠핑을 가볍게 즐기는 일부 사람들과 캠핑 초보에게만 팔기에는 시장 자체가 작았다.
마찬가지로 기존 고객들이 이 제품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반년 이상 먼저 판매를 시작해서 고객수와 반응이 다양한 일본 판매 현황을 분석하다가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했다. 일본의 20대 남성과 40대 중반 이후 남성의 판매 비중이 높았는데 캠핑을 취미로 하지 않는 고객 비중이 꽤 높았다.
이들이 왜 샀고 어떻게 쓰고 있는지를 조사했는데, 집에서 물을 끓여서 라면 등으로 가볍게 한끼를 하거나 차를 마실 때 쓴다는 것이었다. 용기 모양을 가리지 않으니 물 끓이느라 냄비나 커피포트를 쓰고 음식이나 차를 담기 위해 다시 그릇이나 잔을 쓸 일 없이 한번에 해결할 수 있어서 설거지도 줄고 매우 편리하다는 반응이었다. 제품을 내놓을 때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당연히 해결책은 캠핑시장을 포기할 필요는 없지만 (이미 나온 제품들과 후속 제품 라인업이 캠핑 카테고리를 구성하고 있어서 사업 방향성 전체를 흔들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본 제품에 대한 쓰임새를 고객들이 보여준 쓰임새에 맞춰서 다시 타겟팅해서 새로운 시장과 고객에 포지셔닝하여 즉각적이고 단기적으로 매출을 끌어올리도록 했다. 두 시장은 매우 이질적이라 기업이 아주 유명해지기 전까지는 당분간 서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고객이 직접 Product-Market-Fit을 찾아서 열어주는 시장도 있다
고객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찾아 제품과 서비스를 팔 수 있는 기회를 찾게 되는 일이 자주 있다. 사업하면서 보통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았다고 하는 경우들로 이를 단순히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거나 운이 좋았다고 넘기면 다음을 기약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런 기회가 생겼더라도 만약 사업방향성이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심각하게 해치면서 당장은 몰라도 중장기적으로 사업 성장을 방해하는 경우 보다 멀리 보고 이 기회를 스쳐 보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고객들이 점점 더 적극적으로 제품과 서비스에 개입해서 기업의 의도한 방향이나 방법보다 자신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해서 사용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는 현실을 생각할 때 고객이 직접 찾아주는 Product-Market-Fit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반영해서 유연하게 가는 것도 또다른 사업 전략이자 제품 전략일 수 있음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강재상(패스파인더넷 공동대표)
Product-Market-Fit을 기반으로 스타트업과 로컬 비즈니스, 대기업 사내벤처나 신사업개발팀을 대상으로 교육과 컨설팅을 하고 있으며, ‘미매뉴얼’을 통해 사업과 일의 성장을 원하는 사람들을 돕고 있습니다.
경력: ST 유니타스 스콜레 본부장. 브랜드 메이저 전략실장 | 두산인프라코어 APE 마케팅 파트장 | 현대카드/캐피탈/커머셜 브랜드 매니저, 마케팅 담당 | 삼성SDI 마켓인텔리전스팀 마케팅 전략 담당 등
저서 : <당신의 제품과 서비스가 팔리지 않는 이유> | <뉴 노멀 시대, 원격 꼰대가 되지 않는 법> |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습니다> | <일의 기본기, 일 잘하는 사람이 지키는 99가지>
에디터 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