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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의 진정한 역할 - 리스크 편

최근 수정일: 2024년 8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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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훈

내러티브 큐레이터, 그라운드업 벤처스 이사

유망 스타트업과의 딜 소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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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의 진정한 역할 - 리스크 편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Khosla Venture의 설립자인 코슬라(Khosla)는 최근 대담한 주장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VC의 90%는 스타트업에 아무런 가치를 제공하지 않으며, 심지어 70%는 스타트업에 해를 끼치기도 한다.”

이 영상이 화제 된 이유는 유명 벤처캐피탈리스트인 비노드 코슬라와 AI 혁신기업 OpenAI의 설립자인 샘 앨트먼이 스타트업 성장과 투자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를 밝혔기 때문이다. 코슬라(Khosla)의 인터뷰는 창업 경험이 없는 투자가들이 어설픈 조언으로 회사를 망치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이 논쟁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 코슬라(Khosla) 대표가 우려했던 ‘어설픈 조언’이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도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의 무분별한 조언이 기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대규모 투자 유치 후에도 오히려 성장이 둔화하거나 방향성을 잃는 이유 중 하나가 투자자의 부적절한 조언 때문이라는 어느 엑셀러레이터 대표 이야기가 기억난다. 투자자의 잘못된 개입은 투자 유치를 계기로, 스타트업이 원하지 않거나 준비되지 않은 사업모델로 사업을 부추기는 ‘일종의 가스라이팅‘이 된다고 강조했다.

코슬라(Khosla) 대표의 인터뷰는 엑셀러레이터의 올바른 역할에 대해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과거에는 투자자의 역할이 재정적 지원에 국한되었다. 스타트업도 투자자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자금 지원뿐이었다. 하지만 사업 환경이 변화하면서 스타트업과 투자자 모두 서로에게 기대하는 역할이 달라졌다. 투자자를 부르는 명칭도 엑셀러레이터, 벤처캐피탈, 엔젤 투자자 등으로 세분화되었다. 투자자도 명칭에 걸맞은 역할을 수행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엑셀러레이터가 투자자의 단기 수익 추구가 아닌, 스타트업의 실질적인 성장과 성공을 위한 조력자가 되어야 하는 점이다. 엑셀러레이터는 말 그대로 성장에 어떻게든 기여하는 역할에 충실한 것이 본질이다.

멘토링, 데모데이 등 프로그램 제공이 아닌 창업가와 함께 고민하고 성장하는 진정한 투자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엑셀러레이터가 알아두어야 할, 창업가가 간과하기 쉬운 부분과 이에 대해 어떤 식으로 조언할 것인지 방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리스크도 엑셀러레이팅 대상

사업 리스크와 엑셀러레이팅 투자의 본질은 투자 이후 급격한 성장을 통한 투자수익 극대화다. 투자수익 극대화를 위해서 성장에 이르기까지 예상되는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리스크와 성장 두 가지 변수를 어떻게 다루는가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 본질이다. 벤처투자는 다양한 리스크를 전제로 하는 투자 행위로 리스크 회피가 아닌 최소화를 통해서 급격한 성장 과정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이 엑셀러레이팅 역할이다.

리스크와 성장을 주목하게 된 직접적인 배경은 린 스타트업이다. 린 스타트업은 창업에 들어가는 비용이 획기적으로 감소하면서 노트북과 와이파이가 연결된 공유 오피스에 누구나 쉽게 창업을 가능케 만들었다. 손쉬운 창업으로 관련 비용은 감소했으나, 창업에 따른 리스크도 과연 줄어들었을까? 오히려 다음과 같은 이유로 리스크가 더 커진 측면이 있다.

가벼운 창업으로 인해 더 많은 창업가가 생겨나면서 혁신적인 제품/서비스 출시 속도가 빨라지게 되었다. 많은 제품/서비스 등장은 성공에 대한 문턱을 높였다. 린 스타트업은 사업 소요비용을 줄어들게 했으나, 사업 리스크마저 줄어든 것은 아니다. 국가, 산업 간 경계를 넘어서는 초불확실성의 시대(The age of hyper uncertainty)가 되면서 사업 관련 리스크는 오히려 늘어났다.

특히 사업 초기 시드(seed) 단계는 제품 개발, 자금 조달, 시장진입 등 많은 과제가 있어 가장 리스크가 높은 시기다. 창업가 역량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워서 전문가 도움이 필요한 영역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시드 엑셀러레이터’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시드 단계의 높은 리스크를 고려할 때, 투자자는 창업자보다 훨씬 더 세심하게 리스크에 주의를 기울이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조언자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리 알아두어야 할 리스크가 Team Risk와 Market Risk이다.

1. Team Risk 팀 리스크

사업 초기 단계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바로 팀 구성원이다. 대부분 투자자는 사업 초기에는 아이디어 및 제품이 구체화되지 않아서 창업팀을 보고 투자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사업 시작 단계에서 기술이나 제품의 우수성을 객관적으로 설득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는 대안으로 해당 사업 관련 경험을 보유하거나 관련된 전문 지식을 습득 여부를 통해서 증명해야 한다.

또 다른 이유는 Team Risk는 나중에 사업 성장 과정에서 피봇하기 어려워서 리스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업 내용에 적합한 팀 구성이 사업 초반 이루어졌다면 투자자 관점에서 하나의 리스크가 줄어든 것으로 판단된다. 아이디어는 투자자도 의견 개진을 통해서 얼마든지 교체 가능하지만, 사람 문제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향후 리스크가 되지 않기 위해서 처음부터 깊게 고민해야 하는 지점이다.

Team Risk 대처방안 : Founder –market fit 활용

팀 리스크는 사업 초기 비중 높은 리스크임에도 그동안 충분히 체계적인 접근이 이루어지지 못한 영역이다. 필요한 인력을 찾아서 매칭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지만, 그 밖에 해당 사업수행에 최적의 팀 구성이 이루어졌는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창업자-시장 적합성(Founder–market fit)방법은 창업자의 기술, 경험, 지식, 열정이 스타트업을 통해 목표로 하는 특정 시장 또는 산업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데 유용하다.

Founder-market fit를 파악하는 데 유용한 Personal Business Model Canvas(이하 캔버스)가 있다. 실제 현장에서 필자가 자주 활용하는 것으로 한 장의 캔버스에 창업자의 관심사, 보유 기술, 열정이 아이템 발견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20년간 세무, 회계경력을 지닌 창업가의 기술, 경력, 관심사와 커피박을 활용한 세제와의 적합성을 캔버스로 적용해 보았다.

Key Resource인 창업가의 경력, 보유 기술과 Key Activities인 그동안 활동 경력이 세제 제품개발에 필요한 기술력(생산, 조달)과 무관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팀 구성도 이루어지지 않는 점을 파악했다. 창업가와 시장(제품) 간의 적합도가 적절하지 않아서 최종적으로 투자 후보에서 제외했다. 캔버스를 활용해서 창업자-시장 적합성 여부를 파악했을 뿐만 아니라 팀 구성에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를 통해서 엑셀레레이팅 방행성을 제시한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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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 NFX는 자신들의 경험을 통해서 Founder–market fit를 판단할 수 있는 4가지 기준으로 Obsession, Founder Story, Personality, Experience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Obsession(집착)을 가장 혁신적인 창업을 끌어내는 커다란 동기로 본다. 창업가에는 시장에서 설명할 수 없는 방식으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창의적인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고 보고. 이러한 건강한 집착의 한 가지 징후는 지식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낸다고 했다.

엑셀러레이터라면 나름대로 창업자-시장 적합성(Founder –market fit)를 파악할 수 있는 자신만의 생각을 담은 질문과 방법론이 있어야 할 것이다. 구체화한 방법으로 창업가와 창업 아이템, 시장과의 적합성 분석함으로써 외부자의 객관적 시야로 창업가의 실체를 가늠하고 필요한 통찰과 실질적인 조언이 이뤄질 수 있게 된다.

2. Market Risk 시장 리스크

Market risk는 스타트업이 많이 오해하고 있으며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엑셀러레이터 본격적인 관여와 역할이 필요한 부분이다. Team Risk만큼 사업이 진척되고 나서 향후 피보팅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사업 초기 발생하는 마켓 리스크 대부분 고객 개발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Market risk를 위해서 가장 많이 시도하는 방법이 시장조사(분석)이다. 대부분 경우 쉽게 구할 수 있는 정부 기관 발표 자료, 보고서, 언론 기사에 나온 자료를 아무 생각 없이 인용해서 정리한다. 이러한 내용을 정리해서 아무렇지 않게 시장 분석이라고 주장한다. 투자자는 이미 이런 수치들을 창업가보다 더 많이 잘 알고 있다. 창업가 자신이 바라보는 시장이 무엇인지, 남들이 미처 인지 못 하는 시장 기회가 무엇인지를 해석한 결과물이 시장조사다. 이처럼 시장조사 과정 하나만 보더라도 리스크 발생은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창업가 자신의 통찰력을 얻기 위해서는 시장조사(분석) 아니라 먼저 고객 조사를 해야 하도록 조언해야 한다. 시장조사는 top down 관점에서 향후 성장성, 시장 크기, 플레이어에 대한 부분이라면 고객 조사는 Bottom up 시각에서 개별 고객 대상으로 니즈/문제점, 해결책을 탐색하는 것이다. 고객조사를 통해서 얻어진 인사이트로 시장 분석을 해야만 창업가의 관점을 드러낸 풍부한 시장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고객 조사 관련해서 또 다른 리스크가 있다.

지난 몇 년간 약 200개의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하면서 깨달은 놀라운 사실이 있다. 필자가 만났던 초기 단계 스타트업 60% 이상이 실제 고객을 제대로 만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정하기 쉽지 않겠지만 설문조사로 고객을 이해했다고 착각하거나, 창업팀과 무관한 엉뚱한 고객을 지금까지 만난 고객이라고 착각한 경우가 상당하다. Market risk 상당 부분은 고객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데서 발생하기 때문에 투자자라면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왜 많은 스타트업(심지어 대기업의 신규사업 담당자조차도)이 사업 아이디어에 대해 검증하지 않는 것일까? 의외로 이유는 단순하다. 실제로 스타트업을 접하면 제품구현, 자금, 마케팅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그 제품/서비스가 고객이 진짜 원하는 것이냐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검증 노력은 뒷전으로 밀린 경우가 많다. 그 밖에 다른 이유로는 검증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다. 방법을 모른다면 적절한 방법을 찾아서 제시하는 것이 투자자의 중요한 역할이다.

Market Risk 대처방안: 고객 인터뷰 중심 시장검증 프로그램 활용

린 스타트업에서는 고객개발을 강조한다. 그래서 제품/서비스를 개발하기 전에 고객부터 먼저 개발하라 혹은 사무실 밖으로 나가서 잠재고객을 만나라고 한다. 그럼에도 스타트업이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이를 잘 지키지 않고 있다면 엑셀러레이터 역할을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미국에서 시작된 3 Day Startup은 3일이라는 짧은 기간을 통해서 아이디어의 구체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기업가 정신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3일 동안 참가자를 대상으로 아이디어 검증을 위한 인터뷰 기회를 모두에게 제공한다. 주최 측 시간표에 따라서 정해진 시간 안에 투자자, 소비자, 업계 전문가, 기술자 등 참가자를 대상으로 아이디어 피칭 및 피드백을 반복한다.

3일 동안 다양한 고객 대상으로 설명과 질문하는 과정을 통해서 스타트업은 자기 생각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프로그램 종료 이후 3일간 인터뷰 내용을 토대로 제품/서비스 개발방향은 완전히 달라지는 점은 분명하다. 실제 고객 대상 인터뷰 과정이 마켓 리스크를 줄여준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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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을 직접 만나는 과정은 일본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23년 중소벤처기업 연구원에서 발표한 ‘성장하지 않는 일본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보고서에 의하면 일본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은 미국 대비 고객·시장 리스크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고객 발견기법의 활용이 매우 부진을 원인으로 지적했다. 사업 초기 고객 발견이 제대로 이루어지 않아서 미국 스타트업에 비해서 비즈니스 모델 피봇도 과감하게 이루어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의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은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크게 변함+약간 변함)가 ‘솔루션’(65%)에 편중되어 있고, 9요소 모든 항목에서 변화가 없다(전혀 변하지 않음+별로 변하지 않음)고 응답한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미국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은 9요소 모든 항목에서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매우 높게 나타난 것으로 일본 스타트업과 매우 대조적인 결과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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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조사 결과뿐 아니라 국내외 많은 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볼 수 있듯이, 고객과 스타트업의 제품/서비스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의 괴리 때문에 사업이 실패한다는 얘기는 차고도 넘친다. 고객 검증 방법에 대해서 투자자라면 주목해야 하고 올바른 대책 방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리스크를 대하는 일반적인 반응은 ‘피한다’ 혹은 ‘줄인다’이다. 그러나 스타트업 투자에서는 다른 관점과 접근법이 요구된다. 특히 시드 단계 투자자(엑셀러레이터)라면 더욱더 그러하다. 창업가 성향, 시장/고객이 갖는 맥락적인 요소를 고려해서 스타트업이 미처 인지하기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는 방향 제시가 진정한 투자자 역할이다.

이러한 본질을 회피한다고 하면 코슬라 대표가 언급한 90%의 아무런 가치를 제공하지 못하는 투자자에 속하게 된다. 반대로 10%에 속하는 가치 있는 투자자가 되려면 스타트업이 직면하는 리스크 본질을 이해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통찰력과 구체적인 대안 제시를 해야 한다. 리스크가 지닌 또 다른 측면은 스타트업 혁신과 성장 가능성과 맞닿아 있다.

리스크가 클수록 성공 시 그 파급력과 가치 창출 정도도 크다. 투자자는 이러한 리스크의 기회 측면도 균형 있게 바라보고, 혁신과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방향으로 리스크에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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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훈(내러티브 큐레이터, 그라운드업 벤처스 이사)

관찰을 통한 발견, 남다른 이해와 해석, 가까운 미래 제시라는 3가지 원칙하에 티칭이 아닌 코칭을 위한 혁신 전문가 양성를 위해서 ‘코어피칭 연구회’, 메더스 파트너스, 조조살롱 연구소를 운영하는 커뮤니티 설계자입니다. 저서로는 ‘피칭(23년)’ 등 3권이 있습니다.

백상훈 링크드인 / 코어피칭 브런치 매거진 / 코어피칭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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