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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화기구는 FRAND 의무와 같은 IPR 정책을 통해 표준특허 보유자가 과도한 시장지배권을 가지는 것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IPR 정책에 동의한 멤버가 해당 정책을 위반할 경우 어떻게 될까요?
표준화기구는 국가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공권력을 행사할 수는 없습니다. 표준화기구 중 일부는 IPR 정책 위반이 발생할 경우, 관련 기술을 표준에서 배제할 수 있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표준화 기구의 제재 만으로는 IPR 정책 미준수에 대한 조치가 불충분합니다.
특히, 이미 표준화 및 상용화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에서 특허권자가 IPR 정책을 따르지 않는 경우, 해당 기술을 표준에서 배제하기는 매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세계 각국은 공정거래법 또는 독점규제법과 같은 자국 법률에 기초하여 FRAND 의무 위반을 규제하고 있습니다. 국가마다 법률과 법원의 입장이 다르다 보니 FRAND 의무 위반에 대한 취급에도 국가 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1. FRAND 조항의 적용범위
IPR 정책에 동의한 멤버는 FRAND 의무를 준수하겠다는 선언을 합니다. 기본적으로 FRAND 선언은 자발적 선언입니다(물론, 표준화 절차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FRAND 의무 준수에 대한 선인이 필수적으로 요구됨).
따라서, 자발적으로 FRAND 선언한 멤버에게 FRAND 조항이 적용되는 것은 자명합니다. 필자는 여기서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FRAND 선언을 한 특허권자가 FRAND 선언을 하지 않은 제3자에게 특허권을 양도한다면?
최초 특허권을 취득한 특허권자가 FRAND 선언을 했으니 그 효력이 특허의 양수인에게도 미치는 것인지? 혹은 특허의 양수인이 FRAND 선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FRAND 조항에 적용을 받지 않는 것인지가 모호합니다. 관련 자료를 찾다보니 외국의 사례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유럽 IPCom 사례
ETSI의 회원으로 FRAND 선언을 한 Bosch가 IPCom에게 표준특허권을 매각하였습니다. 이 후 IPCom은 자신이 FRAND 선언에 구속되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Nokia를 상대로 특허침해소송을 제기하여 무리한 손해배상 청구를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유럽집행위원회는 Bosch가 한 FRAND 선언을 IPCom이 따르지 않으면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하였고 IPCom은 조기에 FRAND 선언을 준수하겠다고 하여 조사가 진행되지는 않았습니다.
미국 N-Data 사례
National이 IEEE 표준화 과정에 참가하면서, 자신의 통신기술 특허에 대해 최초 1회 1,000$의 실시료만 받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그런데 National이 Vertical Networks에 표준특허를 매각했고, Vertical Networks는 N-Data에 해당 표준특허를 매각했습니다.
이후 N-Data는 National의 선언과 달리 1,000불 이상의 실시료를 제조사들에게 요구했습니다. 미국 FTC는 N-Data의 행위에 대해 공격적인 동시에 기만적인 행위로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사업자들이 표준 설정에 소극적이게 만든다고 했습니다. FTC는 N-Data의 행위가 연방거래위원회법 제5조 위반이라 판단했습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법 제5조는 시장에서 불공정행위 및 기만적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비록 우리나라 사례는 아니지만, 외국 사례들을 보았을 때에 FRAND 선언을 한 특허권자로부터 FRAND 선언을 하지 않은 양수인이 특허를 양수한 경우 양수인에게도 FRAND 조항의 효력이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됩니다.
2. FRAND 조항 미준수에 대한 국내 사례 – 퀄컴 1조 311억원 과징금 부과 확정
사건 요약
2017년 1월 : 공정거래위원회는 퀄컴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하여 시장지배적지위를 남용하여 경쟁 모뎀칩셋 제조사, 휴대폰 제조사의 사업활동을 방해한 행위에 대해 1조 31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함
2023년 4월 :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처분에 대해 퀄컴이 제기한 상고심에 대해 대법원이 과징금 처분이 적합하다는 판결을 확정함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적한 퀄컴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공정거래위원회는 퀄컴의 3가지 행위를 문제로 삼았습니다.
행위 1
퀄컴이 휴대폰 부품 중 하나인 칩셋 제조사에게 표준특허의 라이선스를 제공하지 않았음. 구체적으로 퀄컴은 i) 칩셋 제조사가 퀄컴이 지정하는 휴대폰 회사에게만 칩셋을 납품할 것, ii) 칩셋 제조사가 퀄컴에게 영업 실적보고를 정기적으로 할 것, iii) 칩셋 제조사는 퀄컴 등(퀄컴 및 퀄컴이 지정하는 휴대폰 제조사 등)에게 자신의 특허권 라이선스를 무상으로 제공할 것이라는 조건을 수용해야만 표준특허의 라이선싱을 허여함
행위 2
퀄컴이 휴대폰 제조사가 자신이 제시하는 표준특허 라이선스 조건을 수락하는 경우에만 자사의 칩셋을 공급함
행위 3
퀄컴이 휴대폰 제조사에게 정당한 산정 절차 없이 포괄적 라이선스를 제공하면서 휴대폰 제조사는 무상으로 자신들에게 라이선스를 허용하도록 요구함
위 3가지 행위 중에 2가지 행위에 대해 대법원은 위법성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대법원이 위법성의 판단 근거로 FRAND 조항을 인용했다는 것입니다.
대법원 판결(2020두31897) 주요 부분
대법원은 퀄컴에게 FRAND 조건으로 협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은 퀄컴의 행위 1이 FRAND 조건에 의한 협상절차를 위반한 것이라 판시했습니다.
또한, 대법원은 퀄컴의 행위 2(칩셋 공급을 볼모로 라이선스 계약을 강요한 행위)가 FRAND 조건으로 협성하기 어렵게 한 것이라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판결(2020두31897) 판결에 대한 검토 의견
이번 대법원 판결은 FRAND 조건을 위반하거나 무력화하는 라이선스 계약이 공정거래법 위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표준특허 라이선스 계약에서 정상적인 실시료 외에 제품(칩셋) 판매처를 제한하거나 영업 실적 보고 등을 강제하는 조건을 제시할 경우 FRAND 조건 위반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제품(칩셋) 판매를 볼모로 하여 강제로 라이선스 조건을 수용하도록 강요하는 것 또한 FRAND 조건 위반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승준(특허법인 영비 대표 변리사)
특허법인 영비는 특허청이 지정한 발명 등의 평가기관으로서 IP 가치평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특허청의 IP 가치평가 지원사업을 이용하여 IP 가치평가 비용의 대부분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영비는 IP 가치평가에 기초한 투자 유치, IP를 활용한 수익화 사업을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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