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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투자 심사역이 주목하는 3가지 투자포인트

최근 수정일: 2024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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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오

포스텍 홀딩스 심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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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멤버를 구성하고 멋진 사업 아이템을 결정한 초기 창업팀. 넘치는 의욕과 달리 앞으로 산적한 과제들에 마음이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중에서도 초기 창업팀이 가장 막막해하는 것이 바로 처음 겪어보는 투자자와의 만남일 것입니다. 초기 투자자는 창업팀의 어떤 면들에 주목하는지 몇 가지 포인트를 간단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초기 투자자에 본인들의 경쟁력을 어떻게 보여주면 좋을지 가늠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1. 팀 구성과 ‘합’

사실 과장을 조금 하자면, 투자자 입장에서 초기기업 혹은 예비 창업자는 마땅한 회사의 실체가 없다 싶은 느낌을 받을 때도 많습니다. 말 그대로 극초기 기업이기 때문이죠. 기술개발 정도나 사업 진행 정도 등 일반적인 항목으로는 투자 판단이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초기 기업이 정말 아무것도 없는 존재라는 뜻이 아닙니다. 바로 ‘팀’이 있기 때문이죠.

기존 플레이어와 무엇이 다를까?

기업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고 난관을 잘 극복해 나갈지는 팀 멤버들에게 달려있기에, 결국 초기 기업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는 팀 구성원을 들여다볼 수 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많은 분들이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보여줄 수 있는 고학력, 고스팩 전문가로 구성된 조직이면 투자자에게 더 어필될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구성원 개개인이 팀으로 합쳐졌을 때 기존 플레이어와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고, 경쟁사와는 다른 점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합니다. 이를테면 전혀 다른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온 구성원들이 팀으로 만난다면, 새로운 시각에서 시장의 문제를 풀 수도 있는 것이죠.

지치지 않을 수 있을까?

팀 멤버의 창업 동기와 구성원 간 합도 투자자가 초기기업을 고려할 때 주목하는 요소입니다. 문제를 풀 수 있는 역량이 있는가도 중요하지만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지치지 않을 팀인지도 중요합니다. 투자자는 이를 알기 위해 구성원의 창업 동기와 서로 간 정서적, 업무적 합에 주목합니다.

예를 들어 공동 창업자 간 지분 구조, 멤버들의 근무 형태, 멤버의 수 등을 검토하며 앞의 요소들과 어떤 연관이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를 종합해 팀이 정말 좋은 합을 가지고 있을지, 이것이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을지 구조적인 측면을 고민해 봅니다.

현재 회사가 세운 사업계획은 실전에서 무용지물이 될 수 있고, 앞으로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합니다. 높은 확률로 수많은 변화를 감행하고 전혀 다른 아이템으로 피벗을 여러 번 해야 합니다. 이것이 가능해지려면 빠르게 외부 상황을 인지하고 제품을, 고객을, 혹은 조직을 유연하게 변화시켜 나갈 수 있는 팀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빠르고 유연한 성장은 초기 기업에 꼭 필요하지만 대부분 팀원을 체력적으로 그리고 정서적으로 지치게 하는 요인이라는 겁니다. 따라서 팀이 지치지 않으려면 구성원들이 사업 아이템으로 제시한 문제점을 열광적으로 풀고 싶어 해야 합니다. 서로를 이끌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합’이 있어야 합니다.

이를 알기 위해 투자자는 팀 구성원이 어떻게 알고 모이게 되었는지, 서로 간 정서적, 업무적인 합은 어떠한지 등을 알고 싶어 합니다. 투자 검토를 하는 짧은 기간 이를 낱낱이 알아내는 것은 매우 어렵겠지만 이에 대한 고심의 과정에서 궁극적으로 오래 갈 수 있는 팀일지 어느 정도 판단이 서게 됩니다.

일례로 회계사 출신의 한 대표님의 경우 경력과는 전혀 다른 에듀테크 영역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계십니다. 대표님뿐만 아니라 팀원 모두 교육과는 거리가 먼 이전 경력을 가지고 있지만, 특유의 숫자 감각과 빠른 제품 개발 속도, 산업 분석 감각으로 팀 전체가 계속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이 팀은 이전 한 번의 실패로 팀원들이 흩어졌었음에도 실패 직후 새 아이템으로 피벗해서 빠르게 성장했고 멤버들도 하나, 둘 다시 모여 똘똘 뭉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단합력 역시 해당 팀에 주목했던 이유입니다.

유연한 학습 자세와 역할 분담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제품 개발 이외에도 자금 조달/관리, 인력 관리, 외부 커뮤니케이션 등 운영 측면에서 수행할 업무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이 아닌 이상 각 분야 전문가를 모두 갖추기는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구성원들이 당장 모르는 영역이라도 유연하게 학습하여 실행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아니라면 대략적이라도 소위 안살림, 바깥 살림 식의 역할 분담에 대해 내부적으로 논의가 되어있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예기치 못한 역할 수행을 하게 되어도 되어있는지 파악하게 됩니다.

한 팀의 경우 공동창업자 3분 모두 AI 박사 출신 개발자였습니다. 하지만 역할 분담이 잘되어 창업자 3분이 투자자 대응과 외부 커뮤니케이션, 제품 개발, 인력 관리나 회사 운영 측면 3가지 업무를 각각 맡아 하시는 모습을 보며 믿음직한 팀이라는 인상을 많이 받았습니다.

2. 시장의 크기만큼 중요한, 아이템의 뾰족함

투자 검토에 있어 시장의 크기는 물론 중요합니다. 기본적으로는 큰 시장을 공략할수록 창업팀에게 주어지는 기회의 크기도 클 것이라 가정하는 측면이 있고요. 너무 지엽적이거나 혁신과 거리감이 있어 보이는 영역은 스타트업으로는 적합하지 않은 사업 영역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대기업의 무대가 될 만큼 거대한 시장을 이제 첫걸음을 뗀 초기기업이 목표로 택할 경우에도 현실적으로 사업 실현이 매우 어려워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시장은 무어라 단정지어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시장의 미래를 안다는 것은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과 같기에, 결국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현실에 가깝습니다. 투자자나 창업자의 수 만큼 다양한 것이 시장에 대한 관점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 회사가 공략할 시장을 제시할 때에는 큰 시장을 작은 세부 시장으로 쪼개고, 이 중 우리가 경쟁력을 가지고 빠르게 침투해 볼 수 있는 영역이 무엇일지 보여주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경쟁자와의 대결에서 우리가 어떤 뾰족함(차별성)으로 승리 할 수 있을지 보여주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특정 영역에서 경쟁사 대비 뾰족함을 보여줄 수 있는 우리 제품(혹은 서비스)의 압도적인 강점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처럼 작더라도 압도적으로 승리할 수 있는 영역을 기업이 확보할 수 있다면, 이후 큰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기초 체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스케일업 시나리오 보여주기

연관되어, 작은 승리 후 관련된 인접 시장으로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 스케일업 시나리오를 보여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인접 시장으로 확장할 때는 어떤 외부 요소들이 변하는지, 우리 제품의 강점은 그대로 유지될 수 있는지 등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합니다. 제품을 보강할 때에 내부 조직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총체적인 기업 운영 계획도 제시되어야 합니다.

시작은 작은 시장으로 하되 최종 목표로는 야망이 느껴질 만한 큰 시장을 보여줄 수 있다면 창업팀이 가진 꿈의 크기 또한 함께 유추될 것입니다.

푸드테크에 뛰어든 한 팀의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이 팀은 최종적으로 세상의 모든 요리를 자동 조리하는 솔루션을 만든다는 큰 비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작점은 작은 영역인 ‘육류 그릴’, 그중에서도 삼겹살을 첫 진출 영역으로 목표했습니다. 작은 시장에서 작은 승리를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은 식재료의 상태를 파악하는 센서 성능에 있어 독보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불가피할 경우 직접 삼겹살 가게라도 오픈해 살아남는다는 창업팀의 계획에 해당 영역에서의 제품에 대한 자신감, 현실적인 생존 감각과 험블한 자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3. 사업 이력, 투자 히스토리, IP(지식재산권) 등 서류상 보이는 요소들

초기 기업이라면 기관투자자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투자 유치 전 추가로 정비되어야 할 사항들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전에 동일 사업을 개인사업자로 운영했다면 영업의 양수도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투자 유치를 위해 정관상 내용 추가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투자 의사결정에 중요 요소는 아니나, 회사의 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두루 검토해야 하는 사항들입니다. 뒤늦게 발견되었을 경우 투자 검토를 지연시킬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필요한 정보는 가급적 투자자에게 먼저 오픈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외 엔젤투자자나 앞선 타 투자자가 있다면 이들과의 관계, 투자 히스토리 등도 참고하게 됩니다.

특히 팀이 확보한 지식재산권이 대학이나 연구소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은 것이라면 권리관계 등도 필수로 파악하게 됩니다. 앞서 언급된 주요 제품의 강점과 관련된 기술이라면 더욱 유심히 검토해 봐야 합니다.

이상 초기 투자 시 심사역이 고민하는 포인트들을 간단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정말 어렵고 알 수 없는게 초기 투자인 것 같습니다. 창업팀이 제시한 시장이나 제품의 파급력에 대한 제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가기도 하고, 시장 상황이 갑작스레 변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기적적으로 피벗에 성공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어오시는 창업팀들도 계십니다.

많은 가능성을 가진 팀이라 해도 대개는 그 가능성을 알아볼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것이 초기 투자의 특성입니다. 때문에 초기 기업 투자를 고려하는 투자자라면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더 발견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 좋은 전략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미션을 가지고 업무에 몰두하고 계실 초기창업팀들을 응원하며, 제가 정리한 내용이 다음 스텝에 작게라도 도움이 되시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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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오(포스텍 홀딩스 심사역)

포스텍 홀딩스에서 초기 투자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예비창업 및 실험실 창업팀을 만나 많은 시간 소통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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