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발명, 회사 것 vs. 직원 것? 직무발명 보상제도 이야기

사무실에 개인 고객이 상담하러 올 때가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뉩니다. 첫 번째, 직장에 고용되어 일을 하고 계신 분. 두 번째, 직장에 고용되어 있지 않으신 분. 첫 번째 부류의 고객들은 제게 이렇게 질문합니다.

이걸 회사가 아니라 제 이름으로 출원해도 되나요?

저는 그럼 판단을 위해 이런 질문들을 합니다.

발명이 직무 발명에 속하나요? (사실, 이렇게 질문하지는 않고 필요한 정보를 받아 제가 판단합니다)/회사에서 직무발명 보상규정에 대해 들어 보셨어요?/회사가 중소기업인가요? 대기업인가요?

내 발명은 직무발명일까?

세상의 발명들을 두 가지로 나누자면, 저는 직무발명과 자유발명으로 나눕니다.

쉽게 말해서 직무발명은 종업원이 회사 업무와 관련해서 이뤄낸 발명을 말합니다. 자유발명은 직무발명이 아닌 나머지 모든 발명입니다(간혹, 자유발명 중에서 일부를 업무발명으로 구분하는 경우가 있지만 법적으로 취급에 차이가 없기에 구분에 큰 의미는 없습니다). 자유발명은 이 기고에서 다룰 내용도 없고 그 정의가 명확합니다. 법에서 규정된 직무발명의 정의는 아래와 같습니다.

직무발명은 몇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1. 종업원의 발명이어야 합니다.

고용계약이 존재한다면 종업원에 해당합니다. 법인의 임원(대표자 포함)도 종업원에 해당합니다. 상근, 비상근 여부는 중요하지 않으며 고용관계만 있다면 종업원에 해당합니다. 교수나 대학원생 등과 같이 고용관계가 다소 모호한 경우가 있는데 흔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이런 부분은 다음 기고에서 다루겠습니다.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럼 퇴사하고 출원하면 되나요?”

종업원인지 여부는 발명의 완성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따라서, 퇴사하고 출원하더라도 발명을 재직 당시 완성했다면 직무발명에 해당합니다. 다만, 발명의 완성 시점이라는 것을 딱 잘라서 말하기 모호하거나 혹은 입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원론적으로 기술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구체화된 시점을 발명의 완성 시점으로 봅니다만, 여전히 그 기준이 모호합니다. 실험의 과학이라고 볼 수 있는 화학 발명의 경우 실험데이터가 제시되기 전에는 완성된 발명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례가 있습니다(2001후65 판결 등). 기계 또는 ICT 기술은 실험을 하기 전에도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서 아이디어가 제품 등으로 구현되기 전에도 발명을 완성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발명을 재직 중에 완성했다면 직무발명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발명의 완성 시점이 모호하거나(혹은 의도적으로 발명자가 발명의 완성시점을 숨기거나) 발명의 완성 시점에 대해 다툼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통상적으로 발명을 완성하는데 소요된 기간, 발명의 완성에 연구시설이 반드시 필요한지 여부, 연구노트 등의 기록 등을 참고하여 발명의 완성 시점을 추정하게 됩니다.

2. 종업원의 발명을 한 행위가 현재 또는 과거의 직무에 속해야 합니다.

과거의 직무도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R&D 부서에 있다가 행정지원 부서로 옮긴 후에 R&D 부서 직무와 연관된 발명을 한 경우도 직무발명에 해당합니다.

‘직무’의 범위도 사실 경계가 모호합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이 정한 기준은 ‘그 발명을 하게 된 행위가 종업원의 현재 또는 과거의 업무에 속하는 것’이라 함은 종업원이 담당하는 직무내용과 책임 범위로 보아 발명을 꾀하고 이를 수행하는 것이 당연히 예정되거나 또는 기대되는 경우’ 입니다.

여전히 와닿지 않을 수 있는데요. 제가 몇 가지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직무발명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승준씨가 엔진 개발 부서에 근무하지만 자동차 개발이라는 넓은 범위에서 보아서 바퀴에 대한 발명을 꾀하고 이를 수행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직무발명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승준씨가 비록 자동차 회사에서 근무하지만 화장실 청소는 바퀴 개발과 관련성이 현저히 떨어지며, 승준씨가 바퀴 발명을 꾀하는 것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3. 발명한 것이 사용자 등의 업무 범위에 속해야 합니다.

사실, 2번 조건이 만족되는 경우 대부분 3번 조건이 만족되기 대문에 2번 조건을 주로 검토합니다. 그래도 한 가지 예시를 아래와 같이 드립니다.

직무발명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화장실 세면대 개발은 사용자 등(게임회사)의 업무 범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경우, 종업원의 직무와 관련성도 떨어집니다.

정리를 하자면,

1. 종업원 A 씨가 재직 중에 발명을 완성했는데

2. 그 발명이 회사의 업무 범위, A 씨의 과거 또는 현재 직무와 관련성이 높으면 직무발명에 해당합니다.

직무발명을 직원 개인 이름으로 출원해도 될까?

종업원은 직무발명의 완성 사실을 신고해야 한다

간혹 근무중 발명을 한 사실을 숨기시는 분이 있는데 그러지 않기를 권합니다. 직무발명 완성 사실을 숨기는 것은 경우에 따라 배임에 해당할 수도 있습니다.

회사는 종업원에게 직무발명의 승계여부를 통지해야 한다

회사는 종업원에게 직무발명의 승계여부를 통지해야 합니다. 특히, 회사가 직무발명을 승계받지 않기로 결정하더라도 회사는 직무발명의 신고가 들어온 후로부터 4개월 안에 승계여부를 통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회사가 4개월 안에 승계여부를 통지하지 않을 경우, 발명을 무상으로 실시(사용)할 수 있는 통상실시권도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24년 8월부터는 회사에 당연 승계 규정이 있는 경우, 회사가 승계여부 통지가 필수가 아님)

직무발명의 권리승계 규정

“종업원이 자기 이름으로 특허출원을 할 수 있을까요?”의 답

직무발명이 아닌 자유발명이라면 당연히 출원할 수 있습니다. 자유발명은 회사와 무관합니다. 물론, 종업원이 회사에게 자유발명을 양도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직무발명이라면 회사에 직무발명 권리승계 규정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다릅니다.

사용자(회사)가 직무발명 권리를 승계하기로 하는 규정이 직무발명보상규정 또는 근로계약서 등에 명시되어 있었다면, 회사의 허락 없이 종업원은 자기 이름으로 특허출원 할 수 없습니다. 그 대신 회사가 직무발명을 승계한 경우, 종업원은 정당한 보상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직무발명 권리승계 규정이 없었다면, 종업원은 직무발명을 사용자에게 신고한 뒤 자신의 이름으로 출원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사용자와 종업원 각각에게 TIP을 드릴 수 있습니다.

사용자에 대한 TIP

직무발명 보상규정을 체계적으로 갖추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근로계약이나 기타 근무 규정 등에 직무발명 권리 승계 규정이라도 마련하기를 바랍니다. 예를 들어, 근로계약 또는 근무 규정에 아래와 같은 문구를 추가할 수 있습니다.

“회사는 종업원이 그 직무발명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를 승계한다. 다만, 회사가 불승계결정을 내리고 이를 종업원에게 통지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직무발명 보상규정을 마련하는 것을 제안 드립니다. 위의 승계규정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에 불과합니다. 직무발명 보상규정이 없다면, 추후 종업원이 받아야 할 보상액과 관련하여 분쟁의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종업원들이 적극적으로 발명을 신고할 동기가 떨어지며 경험상 직무발명 보상규정이 없는 회사의 종업원들은 특허출원 등에 매우 소극적입니다. 따라서, 가급적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직무발명 보상규정을 마련하기를 제안드립니다.

종업원에 대한 TIP

종업원들 대부분이 발명은 당연히 회사에 귀속되는 것으로 알고 계십니다. 물론, 중소기업의 경우 회사는 발명을 무상으로 실시할 통상실시권이 보장됩니다. 하지만, 직무발명 승계규정이 없다면 발명은 회사에 당연 귀속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직무발명 승계규정이 없는 경우, 회사와의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을 수 있습니다.

근무 중 완성한 발명을 완성했다면 우선 회사에 신고는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직무발명 승계규정이 없는 경우, 회사의 의사에 반해서 종업원 본인 이름으로 출원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