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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테이블(CapTable)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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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italEDGE

테크 + 벤처 + 투자 뉴스레터

CapTable, 영문으로 Capitalization Table의 줄임말이며, 국내에서는 일반적으로 ‘주주명부’로 통용되는 문서입니다. 물론 조금의 차이는 있습니다. ‘주주명부’는 기업의 주주에 대한 실체성에 중점을 두는 문서인 반면, CapTable은 누가 얼마를 투자해 어느 정도의 지분을 가졌는지에 대한 자본(Equity) 구조에 방점을 찍고 있는 문서의 의미가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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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해외 스타트업 투자를 시작하고 나서 NDA를 맺고 실사를 하다가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펀딩 뉴스를 보면 짧은 기간 몇몇 대형 투자자와 자금 유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실제로는 1)굉장히 많은 수의 투자자들이 주주로 등재되어 있고 2)수천억 원의 펀딩 라운드에도 오억 원 십억 원씩 소규모의 투자를 집행하는 펀드들도 많고 3)펀드레이징 또한 실제로는 6개월에서 1년씩 장기간에 걸쳐 여러 번 클로징을 진행한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입니다.

실리콘밸리 투자자들은 확신만 있으면 거금을 과감히 투자한다고 들어왔는데 실상은 외부에 알려진 것과는 거리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언론에 대규모 자금 유치로 소개된 건도 실제로는 한 투자자가 다수의 투자 펀드를 통해 여러 번에 나눠 조금씩 투자를 집행한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회사의 투자자 현황은 ‘주주명부를 열람하기 전에는 절대 예단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종사자들이 가지고 있는 공감대이기도 합니다.

투자 유치 언론보도가 이야기하지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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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문단은 우리가 언론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반적인 스타트업의 펀딩 뉴스입니다. 보통 어떤 단계의 라운드에서 라운드 규모와 투자자가 누구인지 알리는 형태로 언론보도가 구성됩니다. 또한, 리드 투자자가 누구인지 언급하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기사만 보면 마치 네 곳의 기관이 $70 million 규모의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Sapphire Ventures가 리드 투자자이니 아무래도 제일 많은 자금을 투입했을 것이고, 나머지 세 곳의 기관이 라운드의 15~20%를 책임졌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진실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입니다. 시리즈 D 라운드에서 투자자가 20곳이 넘는데 그 중 유명한 곳들로만 이름을 썼을 수도 있고, 아니면 언급한 대로 딱 4곳의 투자자만으로 라운드를 구성했을 수도 있습니다. 대체로 라운드가 초기 단계일수록, 그리고 라운드를 오랜 기간 진행했을수록 투자자 수는 언론에 공개한 것보다 많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스타트업 A의 CapTable

최근 투자 검토를 위해 ‘뉴모빌리티’ 영역의 기업 한 곳의 실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0년 설립되어 상반기 중 시리즈A 라운드 클로징을 위해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인 기업인데, 새로운 형태의 운송 수단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보니 아직까지 매출은 없고, 2025년부터 첫 대규모 생산을 목표로 하는 ‘딥테크’ 분야의 기업입니다. 편의상 ‘스타트업 A’라고 부르고자 합니다.

자료를 받아 실사하던 중 회사의 주주 구성이 워낙 방대하여 호기심에 분석을 한 번 진행해 보았습니다.

  • 지금 진행 중인 시리즈A 라운드 이전까지 투자에 참여한 우선주 주주 수가 무려 75곳에 달합니다. (동일한 기관이 여러 기구를 통해 투자한 경우는 하나의 주주로 집계하였습니다)

  • 현재까지 조달한 총 금액은 $50 million 입니다. 그런데 어느 곳도 아직까지 $5 million 이상 투자를 집행한 곳이 없었습니다.

이정도면 굉장한 롱테일 방식의 펀드레이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어느 한 투자자도 전체 조달 금액의 10%를 넘지 않으며,

  • 총 16개 기관으로부터 전체 조달 금액의 80%를 투자받았으며, 

  • 초기 프리시드에 집중되기는 했지만, 투자금이 십만 불 이하인 개인 및 기관의 수가 무려 37곳입니다.

그렇다고 자금 조달이 어려워 미국 전역을 돌며 소규모 투자자를 모집한 것도 아닙니다.

  • 프리시드 단계부터 피터틸의 파운더스펀드와 마크 큐반의 래디컬 인베스트먼트가 4번에 걸쳐 투자를 집행하였고,

  • 창업과 동시에 2021년 초 와아콤비네이터 프로그램을 거쳤고

  • 2021년 12월 시드 라운드 이후부터는 프리시리즈A 형태로 전략적 투자자들의 참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서로 다른 조건으로 상시적으로 진행되는 펀딩라운드입니다. 언론 기사에서 ‘프리시드’ 또는 ‘시드’ 라운드라고 언급되면 동일 조건의 하나의 펀딩 라운드가 진행되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 회사의 주주명부 및 자본구성을 보면 서로 다른 조건의 소규모 자금 조달이 꾸준히 진행된 경우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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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A의 자금 조달 형태를 보면 서로 다른 밸류에이션 상한(Cap) 및 할인(Discount) 조건이 반영된 SAFE(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를 거의 매달 발행하며 기업가치를 꾸준히 높여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회사는 2020년 11월 설립 후 2021년 12월 시드 라운드 진행 전까지 무려 13종류의 서로 다른 조건의 SAFE를 발행하였습니다.

  • 이는 회사가 매달 기업가치를 조금씩 올리며 ‘이번 달이 다음 달보다 싸다’는 식으로 투자 유치를 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갈리는 접근법입니다.

  • 특정 마일스톤을 정해놓고 이를 달성할 때마다 소규모 라운드를 통해 꾸준히 기업가치를 높이고, 실제 증권을 발행하는 정식 라운드에서는 조달 금액과 주당 가격을 대폭 높이는 ‘빅배스’ 방식도 많이 활용됩니다. 

투자자들이 이와 같은 경매스타일의 펀드레이징에 브릿지/SAFE 라운드 형태로 참여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단기간 내 ‘마크업(Mark-up)‘이라는 당근이 주어지기 때문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2~3달 먼저 투자하는 대가로 정식 라운드 대비 주당가치의 20~30% 할인을 받기 때문에 이는 곧 2~3달 내 정식 라운드 진행 시 곧바로 20~30% 투자 가치 상승을 의미합니다.

만약 위 차트에서 어떤 투자자가 ‘Pre-Seed (9)‘에 주당 1달러가 못미치는 가격으로 투자에 참여하였다면 3개월 뒤 주당 3.1달러로 진행된 시드 라운드에서 곧바로 3배 이상의 장부상 투자가치 상승을 기록하였을 것입니다. 자금을 회수한 것은 아니지만 결국 이런 마크업 지표가 벤처캐피탈 펀드 조성 시 중요하게 고려되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펀드레이징은 끊임없는 ‘확인(Validation)‘의 과정

얼마전 AngelList에서 재미난 통계를 하나 발표하였습니다. 만약 시드 및 시리즈 A 기업이 투자 유치 이후 12개월 내에 더 높은 기업가치로 투자를 받는 ‘마크업’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앞으로 기업가치를 높여 투자를 받을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진다는 것입니다.

  • 스타트업 펀딩 라운드를 18~24개월에 한 번씩 진행하는 이벤트로 이해하는 국내의 투자환경에 비춰보면 직관적이지 않은 수치입니다.

  • 해당 통계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스타트업 A’처럼 거의 매달 기업가치를 ‘마크업’하며 SAFE 형태로 자금을 조달하는 실리콘밸리식 펀딩 전략을 이해해야 합니다.

  • 실리콘밸리의 많은 스타트업들이 라운드와 라운드 사이에 기업가치를 조금씩 높여가는 SAFE 형태의 펀딩을 진행하기 때문에 ‘마크업’ 또한 그만큼 빈번하게 이뤄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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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접근 방법의 차이라고 볼 수 있지만 사실 초기기업 투자를 바라보는 근본적인 철학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초기기업의 펀드레이징을 상시적으로 진행되는 ‘검증(Validation)‘의 과정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차피 초기 기업은 내세울 게 많지 않고 제품이나 지표가 완벽하기 어렵기 때문에 끊임없이 새로운 투자자를 만나 설명하고 설득하고 소규모 투자를 받고 다시 증명해내는 과정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창업 서적들, 벤처캐피탈 블로그에서는 ‘한눈팔지 말고 제품과 지표에만 집중해라’, ‘투자자 찾아다니면서 네트워킹 한다고 시간 낭비 하지 마라’, ‘제품이 좋으면 투자자들이 알아서 줄을 설 것이다’란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사실 상위 1% 스타트업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펀드레이징을 2~3년에 한 번씩 이벤트처럼 진행하는 로드쇼라고 이해하게 되면 사실 한 번에 많은 것을 걸어야 하기 때문에 리스크도 높고, 펀딩 실패 시 타격도 큽니다. 물론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한 시리즈B 이상 단계의 스타트업은 다르겠지만,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끊임없이 투자자와 만나고 피드백을 받고 ‘마크업’을 기록하는 것이 다음 라운드로 가는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 중 하나입니다. 

창의성이 필요한 초기기업 펀드레이징

‘스타트업 A’의 창업자를 보면서 소규모 투자를 꾸준히 유치하며 기업가치를 계단식으로 높여가는 방식이 영악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투자 액수와 관계없이 한 명의 투자자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부지런히 미팅을 진행하고 시드 단계에서만 50곳 이상의 투자자를 확보한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동시에 하게 되었습니다.

스타트업의 펀드레이징에서 창의성이 개입할 부분이 많지는 않습니다. 회사를 일구는 것이 주 업무인 창업자의 경우 1) 벤처자금조달이란 살면서 경험해본 적 없는 굉장히 낯선 업무이며 2) 투자 계약이란 법률의 영역이기 때문에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상식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 A’와 같은 사례를 볼 때마다 자금조달에 있어 초기기업이 남들이 정한 고정관념에 구지 갇힐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 펀딩은 로드쇼처럼 기간을 정해서 하는 것 👉 창업자는 365일 펀딩 모드

✅ 리드 투자자, 단일 투자금 큰 곳 중심 👉 롱테일로 소액투자자까지 최대한 확보

✅ 라운드 진행 시 한 번에 투자금 받음 👉 SAFE 활용, 선착순으로 투자금 받음

선택은 창업자의 몫입니다. 하지만 투자 환경이 바뀌었다고 시장만 탓할 수는 없습니다. 매출이 없어도 기업가치를 꾸준히 높이며 700억 원에 가까운 자금을 유치한 ‘스타트업 A’의 사례를 보며, 펀드레이징도 결국 정답이 없는 예술에 가깝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떠올려 봅니다.

좋은 딜을 발굴하는데 들이는 시간과 노력, ZUZU가 아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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