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숨은 조력자, 비밀주의 VC 그린옥스 (Part II)

2023년 3월 9일 목요일, 실리콘밸리은행은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2023년 3월 10일 금요일 아침,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곧바로 실리콘밸리은행 폐쇄를 발표하고 모든 자산을 동결, 파산 보호 절차에 대한 준비를 시작하였습니다. 

실리콘밸리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두고 HR 및 급여 지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SaaS + 핀테크 기업 리플링(Rippling)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2주마다 급여 지급이 이뤄지고 회사마다 지급 시점도 상이하여 매주 상당한 자금이 수시로 회사의 계정에서 근로자의 계좌로 흘러갑니다. 당시 3월 10일 금요일에 리플링 시스템을 통해 급여를 지급받는 고객의 수만 55,000명이 넘었습니다. 당장 급여가 나가지 못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생업에 지장을 받는 것입니다.

주말 동안 실리콘밸리은행에 묶여있던 리플링의 고객 자금만 5억 5천 달러에 달하였습니다. 주말이 지나면 3일 안에 고객들에게 지급되어야 하는 자금이었습니다. 월요일에 실리콘밸리은행을 통한 자금 인출이 가능해질지, 가능하더라도 얼마까지 인출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에서 리플링의 창업자 파커 콘래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야 했습니다.

금요일 아침 9시 30분, 파커는 곧바로 그린옥스를 이끄는 닐 메타에게 전화를 걸기로 결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