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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증하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폐업
최근 미국에서는 스타트업의 폐업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이 문을 닫는 일이야 일반적인 일이지만 상당한 자금의 벤처 투자를 받은 기업들도 갑작스럽게 문을 닫거나 자산 처분을 위한 염가 M&A에 나서는 사례가 부쩍 증가하고 있습니다.
서터힐벤처스의 인큐베이팅을 거쳐 2017년 탄생한 고스트 오토노미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왔습니다. 수십조 원이 소요되는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비용을 낮추겠다는 비전을 바탕으로 서터힐벤처스, 파운더스펀드, 코슬라벤처스, 코투매니지먼트 뿐 아니라 최근에는 오픈AI까지 투자자로 끌어들이며 승승장구하던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자율주행의 미래를 설파하던 고스트는 갑작스럽게 폐업을 선언하고 모든 직원들을 해고하였습니다.
미국의 스타트업 폐업 증가는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Carta의 집계에 따르면 2023년 3분기 폐업한 스타트업은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증가하였습니다. 게다가 폐업 스타트업 중 시드 및 시리즈 A 이상 단계까지 자금조달을 한 스타트업의 비중 또한 절반에 육박하는 모습입니다.
스타트업의 폐업이 증가하니 덩달아 주목받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바로 폐업 절차를 전담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나란히 2023년에 설립된 심플클로저(SimpleClosure)와 선셋(Sunset)은 최근 벤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폐업 대행도 테크와 결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폐업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발견하다
창업만큼 폐업도 자유로운 미국이지만 폐업 절차가 그리 간단치는 않습니다. 회사 설립보다도 많은 서류들을 여러 관계 기관에 제출해야 함은 물론 향후 소송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기존 직원들에 대한 해고 절차 및 퇴직 패키지 제공 또한 말끔하게 해결해야 합니다. 게다가 회사의 자금은 다 떨어졌는데 폐업을 위해 변호사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는 것도 창업자에게는 고통스러운 과정입니다. 폐업 대행 스타트업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듭니다.
1️⃣ 심플클로저 (SimpleClosure)
심플클로저는 1) 폐업 온보딩 2) 법적 해산 3) 실제 폐업 완료의 세 가지 주요 단계에 걸쳐 폐업 프로세스를 자동화합니다. 이를 위해 심플클로저는 AI, 핀테크 및 리걸테크의 기술을 활용, 고객에게 폐업 프로세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안내하는 동시에 폐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관리합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비용 효율성에 더불어 기존에 수개월이 걸리던 폐업 프로세스가 며칠 만에 마무리되니 편리할 뿐 아니라 창업자가 잘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 폐업 절차를 대행해 주니 더할 나위 없이 반기게 되는 서비스인 것입니다.
2023년 9월 서비스 론칭 이후 6개월 만에 매출 14배, 사용 고객수 6배 및 ARR $ million을 달성한 심플클로저는 설립과 동시에 $1.5 million 프리시드 펀딩을 유치한데 이어 지난 3월 말 인피니티벤처스의 리드로 $4.0 million 시드 펀딩까지 마치며 설립 6개월 만에 주목받는 스타트업으로 성장하였습니다.
2️⃣ 선셋 (Sunset)
폐업은 스타트업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마이크로 SaaS나 이커머스 사이트 인수의 경우 자산양수도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M&A 이후 기존 법인의 폐업이 필요합니다. 법인 인수의 경우 폐업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권리관계에 대한 실사가 선행되어야 하다 보니 시간이나 리소스가 부족한 소규모 M&A에서는 그다지 선호되지 않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폐업 서비스 스타트업 선셋은 미국의 유명 마이크로 SaaS 거래 사이트 Acquired.com과 파트너십을 체결, 스타트업뿐 아니라 다양한 소규모 법인의 폐업을 지원합니다.
“사업을 접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몇 달간 재충전할 생각이었죠. 하지만 폐업을 결정한 순간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습니다. 변호사에게 보낼 이메일, 서명해야 할 문서, 정부에 납부해야 할 세금, 해지해야 할 서비스, 청산해야 할 자산, 신고해야 할 세금 양식 등이 쏟아졌죠. 휴식은커녕 몇 달간 폐업 업무에 매달려야 했습니다.”
선셋 공동창업자 브렌단 마호니
와이콤비네이터 출신 창업자인 브렌단 마호니는 연쇄 창업 과정을 거치며 다수의 M&A 및 폐업 과정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폐업 과정을 경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폐업을 고려하는 수많은 와이콤비네이터 기업들로부터 조언과 자문 요청을 받게 된 브렌단은 ‘폐업을 위한 원스톱 서비스’를 기치로 내걸고 2023년 초 선셋을 창업하게 됩니다. 회사는 최근 허슬펀드와 위켄드펀드로부터 외부 자금을 유치하며 사업성도 인정받게 됩니다.
스타트업의 기근 ≠ 스타트업 아이디어의 고갈
혹자는 폐업 서비스가 얼마나 커질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지만 해당 기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탈들은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반박합니다. 특히 지난 몇 년간 스타트업 설립과 관련한 다양한 서비스들이 등장하여 법인 설립 및 사업 개시와 관련한 진입 장벽을 낮추며 성장했던 것처럼 폐업 서비스도 자동화되고 간편화된다면 오히려 폐업에 대한 장벽을 낮춰 추가 수요가 창출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중소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미국에서는 매년 70만에서 100만 개의 회사가 문을 닫았습니다. 시장의 니즈는 언제나 존재해 왔던 것이죠. 단지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선셋 공동창업자 브렌단 마호니
카르타(Carta), 엔젤리스트(AngelList), 스트라이프(Stripe) 등 법인의 설립 단계에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폐업 서비스까지 확장하며 심플클로저 또는 선셋과 파트너십을 맺거나 이들에 대한 인수에 나설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합니다. 카르타는 최근 Carta Conclusion이란 서비스를 출시하며 시장의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입니다.
심플클로저와 선셋의 등장은 스타트업이 시작되는 가장 기본적인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두 기업은 첫째, 창업자들이 직접 경험한 문제에서 출발하였고, 둘째, 실제로 고객들이 당면한 문제점을 해결하자 자연스럽게 폭발적인 성장이 시작되었으며, 셋째, 수요가 자연스럽게 급증하는 시기에 등장,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였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최근 들어 스타트업 신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이야기들이 많이 들립니다. 하지만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지점에서 출발하는 가장 본질적인 스타트업의 방법론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생각입니다. 스타트업의 폐업에서도 스타트업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것처럼 기회는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는 교훈을 다시금 되새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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