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창업자들이 투자 유치하며 자주 하는 실수는? | ZUZU 투자 인사이트 클럽 7회차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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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해당 Q&A에 표현된 견해는 참석자 및 발화자의 견해이며, 반드시 코드박스(ZUZU)의 견해가 아닙니다.
2025년 6월 25일에 제7회 투자 인사이트 클럽이 열렸습니다. 초기 라운드에서 열심히 성장 중인 스타트업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이번 모임에서는 ‘투자자의 마음은 어떤 순간에 움직이는가’를 중심 질문으로, 피칭 현장에서 자주 하는 실수와 궁금한 것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실제 심사역들이 어떤 지점에서 매력을 느끼는지, 어떤 표현은 오히려 리스크로 해석되는지, 그리고 학력이나 업력, 밸류에이션 등 창업자가 민감해할 만한 요소들이 투자 판단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다양한 팀이 고민을 나눈 이날의 핵심 Q&A를 정리해 소개합니다.
Q. 창업자들이 투자 유치 과정에서 자주 하는 실수가 있다면?
자주 나오는 실수 중 하나가, 밸류에이션을 대충 정하고 계신다는 거예요. ‘대충 우리 희망 밸류는 이쯤이겠지’, ‘지분은 10%쯤 넘기면 되겠지’ 이런 식인데, 이건 시장에서 통하지 않아요. 정작 본인이 무슨 근거로 그 밸류를 정했는지는 설명 못 하시는 경우가 많거든요. 투자사 입장에선 향후 성장성과 회수 가능성을 보고 밸류를 판단하는데, 창업자가 말하는 밸류가 그 그림과 전혀 안 맞으면 그냥 빠집니다.
더 안타까운 건, 간혹 블러핑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다른 투자사가 이미 확정 투자했다거나, 대기업과 협업이 거의 확정 단계라고 말해놓고, 실제로는 아닌 경우요. 스타트업 생태계는 생각보다 작아요. 우리는 다 압니다. 다른 투자사에 전화 한 통만 돌리면 금방 확인되거든요. 그 순간 신뢰는 무너지고, 다시는 검토하기 어려운 팀이 되어버려요. 신뢰가 깨지는 건 투자 검토 자체를 날려버리는 일이에요.
또 하나, ‘고객 수요가 있다’는 걸 너무 성급하게 확신하는 경우도 많아요. 설문조사나 의향만으로 “이거 다들 사고 싶어 하더라” 말하시는데, 실제 구매로 이어지는 건 완전히 다른 얘기예요. 그래서 MVP나 시제품을 빨리 만들어서, 작게라도 실제 반응을 체크해보는 게 중요해요. 근데 고객을 무서워하거나 아직 안 만나봤다고 하시는 경우도 있어요. 그건 IR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부분입니다.
Q. 하드웨어 스타트업처럼 지표가 부족하거나 IR 문법이 잘 안 맞는 팀은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요?
하드웨어나 로보틱스처럼 제품 개발 주기가 길고, 매출 지표도 쉽게 안 나오는 팀들 입장에선 일반적인 IR 기준이 굉장히 버겁게 느껴질 수 있어요. 실증은 끝났는데 고객이 돈을 아직 안 냈거나, 보안 때문에 자료도 공개 못 하고, 지표도 들고 나올 수 없는 상황. 실제로 그런 팀들 꽤 많아요.
심사역들은 이럴 때 ‘다음 투자자’를 먼저 그려요. 우리 투자사는 시드 단계지만, 이 회사가 커졌을 때 받아줄 수 있는 펀드가 존재하는가? 그걸 역산해서 투자 가치를 판단합니다. 예를 들면 원자력 관련 펀드, 공공기관 펀드, 하드웨어 펀드를 미리 조사해보고, 이 팀이 성장했을 때 자연스럽게 라운드를 이어갈 수 있을지를 보는 거죠. 이걸 IR에서 같이 보여주면 설득력이 확 올라가요.
그리고 중요한 건, 눈앞의 심사역만 설득하려 하지 말고 ‘뒤에 있는 출구까지 보여주는 시야’를 갖추는 거예요. 어차피 한 번 투자 받고 끝날 팀은 거의 없어요. 그다음 라운드를 어떻게 만들고, 어떤 투자자에게 넘어갈 수 있을지, 그 그림까지 같이 설명해줘야 우리가 판단을 할 수 있어요.
또 하나 중요한 건, 창업자가 너무 움츠러들지 않아야 해요. “지표가 없어서 죄송합니다” 이러실 필요 없어요. 대신, 지금까지 만든 것 중에서 가장 강력한 신호 하나를 중심으로 논리를 짜세요. 예를 들어 “이 기술은 실증 완료했고, 유일하게 도입 가능한 구조를 갖췄다”, “이 고객이 지금은 못 사지만 내년 예산에 넣기로 결정했다” 같은 팩트 하나하나가 모이면 충분히 ‘배팅 가능한 그림’이 됩니다.
결국, 하드웨어 IR은 정면돌파보단 우회 전략이 더 효과적일 때가 많아요. 당장의 매출 지표 대신, 다음 펀드 구조, 정책 펀드 흐름, 실증 자료, 파일럿 계약 여부 같은 걸 잘 엮어서 ‘이 팀이 어떤 조건에서 성장할 수 있는가’를 설명하는 게 핵심이에요.
Q. IR 시 어떤 지표를 가장 중점적으로 보시나요?
지표 얘기를 하면 창업자분들이 종종 이렇게 물어보세요. “어떤 숫자를 보여드리면 되나요?” 근데 그게 사실은 질문이 좀 반대예요. 우리는 숫자 그 자체보다, ‘이 비즈니스가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주고 있는지’를 그 숫자를 통해 느끼고 싶어 하는 거예요. 그게 결국 지표의 역할이거든요. IR에서 지표를 다룰 때는 ‘우리가 만든 숫자’가 아니라 ‘고객의 행동을 통해 증명된 숫자’여야 해요. 그리고 그 안에 숨어 있는 인사이트를 같이 보여줘야 심사역도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B2B SaaS의 경우, 리드 전환율, 리텐션, 매출 — 여기에 플러스 알파로 LTV, CAC 같은 지표들이 기본이에요. 근데 그 숫자가 어느 정도냐보다, ‘이 팀이 숫자에 대한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 그리고 ‘왜 이 숫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느냐’를 더 눈여겨봐요. 단순히 “리텐션 90% 나왔습니다” 하면, 아 그렇구나 하고 마는 게 아니라, “왜 이렇게 나왔는지, 어떤 고객 군에서 나왔고, 어떤 개선의 결과였는지”까지 얘기해줘야 설득력이 생기거든요.
B2C는 또 케이스마다 다르지만, 요즘 저희가 제일 많이 보는 건 결국 리텐션과 ‘액션의 질’이에요. 그 중에서도 실제 구매 전환이 중요하죠. 아무리 트래픽이 많고 MAU가 높아도, 구매로 이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제가 자주 말씀드리는 건 “넓고 얇게 가지 말고, 좁고 깊게 가라”는 거예요. 많은 초기 팀들이 전국 단위 마케팅을 하고 싶어 하시는데, 그렇게 되면 투자자는 설득이 안 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작은 시장을 얼마나 깊이 장악했는가’를 보면서 이 사업의 침투력을 판단하거든요.
실제로 어떤 팀은, 소상공인 ERP를 만들면서 특정 지역에서만 3개월 동안 집중해서 퍼포먼스를 쌓았어요. 몇 퍼센트를 고객으로 전환했는지, 어떤 채널이 효과 있었는지를 정리해서 IR에 가져오니까 좋은 반응을 얻었죠.
중요한 건, 이 지표들이 단순히 수치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고객이 이 서비스를 ‘왜’ 쓰고 있는지를 설명해주는 근거라는 거예요. “고객이 이걸 왜 사야 하지?” 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할 수 있어야 해요. 고객의 비용을 줄여주거나, 이전엔 놓쳤던 기회를 새로 만들어주는가. 그게 없다면 아무리 정교한 지표를 갖고 와도, 투자자는 설득되지 않아요.
Q. 학력이나 배경이 투자 판단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나요?
심사역도 사람이라서 당연히 편견이 없을 순 없어요. 하지만 좋은 심사역이라면 그걸 자기가 의식하고 깨뜨리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실제로 많은 투자사에서 투자 심사역을 뽑을 때 그런 편견에서 자유로운 시각을 가진 사람인지를 중요하게 봐요. 그렇기 때문에 대표님이 스스로 학력이나 배경때문에 움츠러들 필요는 전혀 없어요. 지금 내 비즈니스에 대해 훨씬 더 또렷한 논리를 만들고, 시장에서 ‘고객이 이걸 왜 써야 하는지’를 집요하게 설명할 수 있다면, 그게 진짜 설득력이 있는 팀이에요.
물론 기술 창업, 특히 딥테크 같은 영역에서는 팀을 볼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어요. 기술의 원천성과 난이도를 생각하면, 그걸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인력 구조와 리소스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하거든요. 그럴 땐 전공이나 커리어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케이스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경우 학력보다는 실행과 절박함, 팀의 몰입도 같은 게 훨씬 중요하게 작용해요. 예를 들어 어떤 부부 창업팀은 한국에서 창업해서 외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완전히 현지화에 성공했어요. 돌아갈 데가 없다는 절박함이 결국 시장을 만들었습니다. 학력은 전혀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어요. 오히려 현실에 철저하게 몰입한 자세, 시장에 꽂힌 눈, 그리고 어설픈 허세 없이 묵묵히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힘. 그런 게 훨씬 결정적이에요.
결론적으로, 학력은 투자에서 ‘참조 항목’일 수는 있어도 ‘판단 기준’은 아니에요. 오히려 그걸 넘어서서, 지금 내가 이 문제를 어떻게 풀고 있고, 고객이 왜 이걸 선택하게 되는지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투자 받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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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코드박스 | ZUZU 성장지원매니저)
ZUZU에서 매력적인 콘텐츠를 통해 스타트업, 비상장주식의 세계를 알리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문제는 해결 가능하며, 스타트업이 그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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