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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애미를 버린 안데르센호로위츠
실리콘밸리 대표 벤처캐피탈인 안데르센호로위츠 (Andreessen Horowitz)가 마이애미 오피스를 폐쇄하고 해당 지역에서 완전 철수를 결정하였습니다. 2022년 마이애미 해변이 보이는 230평 규모 초호화 사무실의 5년 리스 계약을 체결했는데 불과 2년 만에 사무실 철수라는 결정에 이른 것입니다.
팬데믹과 크립토 붐의 최대 수혜 지역으로 떠오르며 실리콘밸리를 이을 테크 허브로 각광을 받았던 마이애미가 사람들의 관심에서 빠르게 멀어지는 모습입니다. 안데르센호로위츠는 사무실 폐쇄의 이유로 ‘충분한 활동이 없어서’라는 짧은 언급만을 남겼습니다. 불과 1년 전 인스타그램에 사무실을 자랑하는 영상을 올렸던 파트너 크리스 라이온스는 이미 샌프란시스코로 조용히 거처를 옮겼다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인가?
마이애미는 오랫동안 부유층에게 매력적인 휴양 도시로 각광받아 왔습니다. 우선 마이애미는 연중 따뜻하고 화창한 아열대성 기후, 그리고 해안 도시라는 이점을 가지고 있는 꿈의 환경입니다. 특히 추운 겨울을 피해 휴양을 즐기려는 동부 지역의 부자들에게 인기가 높습니다. 또한 플로리다 주는 개인소득세가 없어 고소득자들에게 큰 매력으로 작용합니다.
뉴욕의 부동산 재벌로 명성을 쌓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플로리다 팜비치에 있는 마라라고(Mar-a-Lago)를 주요 생활 거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트럼프 외에도 헤지펀드 시타델의 창업자 켄 그리핀, 엘리엇의 폴 싱어 및 칼 아이칸은 대표적으로 팬데믹 기간 마이애미로 거처를 옮긴 억만장자들입니다.
벤처캐피탈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특히 마이애미 예찬론자로 선봉에 섰던 곳이 바로 파운더스펀드, 그리고 당시 파트너였던 키스 라보위(Keith Rabois)였습니다. 키스는 2020년 샌프란시스코가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라며 저주를 퍼부으며 캘리포니아를 ‘영구적으로’ 떠난다고 선언하고는 마이애미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라보위가 파트너로 일하던 파운더스펀드는 2021년 마이애미 오피스를 열며 본격적으로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탈의 마이애미 진출을 알리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라보위는 2024년 초 코슬라벤처스로 자리를 옮겼고 파운더스펀드는 안데르센호로위츠와 마찬가지로 마이애미 거점의 이름만 유지한 채 유명무실한 사무실을 축소하는 모습입니다.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벤처캐피탈은 투자 대상 스타트업과 가까이 있기를 선호합니다. 새로운 지역에서 창업 생태계가 형성되면, 그들은 해당 지역에 사무실을 열어 유망한 스타트업을 조기에 발굴하려 노력합니다. 2010년 이후 많은 벤처캐피탈이 실리콘밸리를 넘어 LA와 뉴욕에 새 사무실을 적극적으로 개설한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이들 도시에서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자생적인 창업 생태계가 성장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핵심은 새로운 기술의 탄생, 자본과 인재의 유입이 선순환을 타며 자생적으로 창업 생태계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이애미는 팬데믹 기간 공화당 주지사의 느슨한 봉쇄 정책 덕분에 젊은 창업자들로 북적거리며 새로운 테크 허브의 가능성을 보였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쳤습니다.
이유는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 외에도, 지역 내 기술 연구 기반이 부족한 상태에서 크립토와 블록체인 산업의 열풍에 편승해 인재를 인위적으로 유치하려 했던 정책의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마이애미의 벤처 붐은 사실상 크립토 산업의 부상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당시 많은 크립토 기업가와 투자자들이 마이애미로 이동하면서 도시의 친기업적 규제 환경과 저렴한 세금 혜택을 누렸습니다. 마이애미의 시장 다양성,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의 역할, 그리고 마이애미 시장에 대한 시장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지지 덕분에 크립토 산업은 급속히 성장했습니다.
특히 마이애미의 시장 친화적인 정책과 비트코인을 통해 도시 재정을 일부 운영하려는 마이애미 시장 프란시스 수아레즈의 노력도 주목받았습니다. 이러한 요인들이 결합되어 마이애미는 크립토 산업의 새로운 허브로 떠오르게 된 것입니다.
2022년 마이애미에서 열린 비트코인 컨퍼런스의 키노트 연설자로 나선 피터틸은 단상에서 달러를 불태우며 비트코인의 시대를 공언하였습니다. 하지만 그게 마지막이었습니다. 2022년 말 FTX 사태와 함께 마이애미의 테크 붐도 직격탄을 맞았으며 이제는 마이애미 출신 스타트업을 누구도 진지하게 바라보지 않는 시대로 회귀하였습니다.
창업 생태계를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을까?
창업 생태계가 형성되기 위한 핵심은 사람입니다. 사람들이 모여야 스타트업도 만들 수 있고 자금도 흐르게 됩니다. 오픈AI가 왜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들이 많지만 답은 간단합니다. 오픈AI를 만든 핵심 멤버들이 모두 실리콘밸리에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 샘 알트만은 실리콘밸리 대표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의 수장 출신이며
- 그렉 브록만은 샌프란시스코에 자리 잡은 스트라이프의 CTO 출신이며
- 토론토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일리야 수스케버는 구글에 합류하기 위해 2013년 실리콘밸리로 이주 후 근무 중이었으며
- 미라 무라티는 2013년 테슬라의 프로덕트 매니저로 합류하며 마찬가지로 실리콘밸리로 이주하였습니다.
테크 분야의 일자리를 찾아 인재들이 실리콘밸리로 향하고 그 인재들이 다시 모여서 또 다른 유니콘을 만들어내는 선순환이 끊임없이 이뤄지는 곳이 바로 실리콘밸리입니다.
팬데믹 당시 마이애미로 몰려든 벤처캐피탈들의 가장 큰 오산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당시 모여든 인재들이 계속 마이애미에 머물 것이라 생각한 점, 둘째, 자신들의 자금 투입 만으로 스타트업들이 성장하고 창업 생태계가 형성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습니다. 인재들의 이동성을 과소평가한 것입니다. 크립토 산업이 쇠퇴하고 AI가 부상하자, 전도유망한 인재들은 하루라도 빨리 AI 산업에 뛰어들기 위해 주저 없이 실리콘밸리로 향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높은 물가와 여전히 우려스러운 도시 치안 등 문제에도 불구, 일생을 바꿀 기회를 잡기 위해 실리콘밸리로 향하는 인재들의 행렬은 앞으로도 쭉 이어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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