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무용(無用)론을 넘어서 - 스타트업이 만들어야 할 ‘강한 특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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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6년 2월 19일
목차
1. ‘종이호랑이’가 된 대한민국 특허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만나면 심심찮게 듣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특허 그거, 비용만 들지 실익이 있나요?”
“정부지원사업에 가산점 받으려고 하나 내는 거죠.”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런 이야기들이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닙니다. 실제로 형식적으로만 출원했거나 권리 범위와 권리 안정성이 충분하지 않은 특허라면 그런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겉으로는 특허라는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실제로는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이른바 ‘종이호랑이’에 가까운 상태인 것입니다.
특허의 가치는 결국 ‘권리를 실제로 행사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권리 범위가 지나치게 좁거나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거나 침해를 입증하기 어려운 구조라면 특허는 있어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렵습니다.
돈을 빌려줬는데 법원이 “안 갚아도 된다”고 판결한다면, 누가 돈을 빌려주겠습니까. 안타깝게도 지금 대한민국의 특허 소송 환경은 이런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특허가 무용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한국 법원에서도 승소할 수 있을 만큼 권리 안정성과 권리 범위가 우수한 특허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 이유는 끝까지 읽으시면 알게 됩니다.
참고
본 글은 ZUZU 콘텐츠 기고처인 ‘윌로특허법률사무소’에서 기고해주신 글입니다. 글을 읽고 특허 전략이나 AI 기술 보호와 관련해 궁금한 점이 생기신다면 링크를 통해 문의를 남겨주세요.
2. 특허권자 침해소송 승소율 11.9%, 한국은 왜?
숫자로 보면 더 와닿으실 텐데요.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 특허권자의 침해소송 승소율은 고작 11.9%에 그쳤습니다. 경쟁국의 상황은 어떨까요?
- 🇨🇳 중국: 80% 이상
- 🇺🇸 미국 / 🇪🇺 유럽: 60~70%
- 🇯🇵 일본: 38.2%
- 🇰🇷 한국: 11.9%
국가별 제도와 소송 구조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한국의 수치는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이처럼 한국의 권리자 승소율이 낮은 이유로는 특허성 판단에 대한 한국 법원의 엄격한 태도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됩니다.
그러나 법원 탓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특허의 내용과 관계없이 등록이라는 형식적 결과만으로 가점을 부여했고, 기업과 변리사들도 실질적인 권리 행사까지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특허를 다수 만들어 왔습니다.
이러한 관행이 이어지면서 출원 단계에서 핵심 기술을 깊이 분석하거나 권리 범위를 전략적으로 설계하는 문화가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전체 특허의 수는 늘었지만 실제로 권리를 끝까지 관철할 수 있는 특허는 좀처럼 늘지 않았습니다.
3. 학습된 무력감이 진짜 위험이다
국가별 제도와 소송 구조가 서로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한국의 수치는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이처럼 한국의 권리자 승소율이 낮은 이유로는 특허성 판단에 대한 한국 법원의 엄격한 태도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됩니다.
그러나 법원 탓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동안 정부는 특허의 내용과 관계없이 등록이라는 형식적 결과만으로 가점을 부여했고, 기업과 변리사들도 실질적인 권리 행사까지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특허를 다수 만들어 왔습니다.
이러한 관행이 이어지면서 출원 단계에서 핵심 기술을 깊이 분석하거나 권리 범위를 전략적으로 설계하는 문화가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전체 특허의 수는 늘었지만 실제로 권리를 끝까지 관철할 수 있는 특허는 좀처럼 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어차피 특허는 소용없다’는 인식, 일종의 학습된 무력감을 만들어냈습니다.
4. 사업을 지키는 ‘강한 특허’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스타트업이 만들어야 할 ‘강한 특허’는 무엇일까요?
1) 문제 해결의 본질을 담은 특허
스타트업이 풀고자 하는 문제와 맞닿아 있는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한 특허여야 합니다. 경쟁사 대비 더 낮은 비용이나 더 높은 효율로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적 차별점이 분명해야 합니다.
2) 권리 안정성과 권리 범위가 우수한 특허
한국에서 특허권자가 승소하기 쉽지 않다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분쟁이 발생했을 때 실제로 승소할 수 있는 수준의 권리 범위와 권리 안정성을 처음부터 확보해야 합니다. 무효심판에 견딜 수 있는 안정성과 실제 침해를 입증할 수 있는 청구항 구조가 필요합니다.
잠깐!
무효심판이란 이미 등록된 특허가 원래부터 등록될 자격이 없었다는 이유로 그 특허를 없애 달라고 다투는 절차입니다. 특허청이 한 번 등록해 준 특허라도 나중에 경쟁사나 이해관계인이 새로운 선행기술을 찾아내 진보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주장하면 그 특허를 처음부터 없던 것처럼 만들 수 있습니다.
잠깐!
청구항이란 특허에서 권리의 범위를 글로 정의한 문장이며, ‘청구항 구조’란 그 권리 범위를 어떤 방식으로 구성해 두었는지를 의미합니다. 어디까지가 내 권리인지, 어떤 경우 침해가 되는지 등의 기준이 청구항에 들어 있습니다.
3) 글로벌 IP 분석을 반영한 특허
해외 진출을 고려한다면 특허 역시 처음부터 글로벌 환경을 전제로 준비해야 합니다. 등록 가능성뿐 아니라 타인의 특허를 침해할 가능성까지 검토하는 FTO 분석을 포함해 주요 시장의 특허 지형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FAQ
Q. 왜 한국에서는 특허가 있어도 실제로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나요?
한국에서 특허권자의 침해소송 승소율이 낮다는 통계가 자주 인용됩니다. 여러 연구에서는 그 이유로 특허성 판단 기준이 비교적 엄격하고, 무효심판이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소송 구조가 영향을 준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특허 침해 분쟁에서는 상대방이 특허를 무효로 만들기 위한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허가 등록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권리가 자동으로 보호되는 것이 아니라, 무효 공격에 견디고 침해를 입증할 수 있어야 비로소 실질적인 힘을 갖게 됩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출원 단계에서부터 권리 범위와 안정성을 충분히 설계하지 않으면 특허가 있어도 실효성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Q. 무효심판과 청구항 구조가 왜 중요한가요?
특허 분쟁에서 가장 먼저 다투어지는 쟁점 중 하나는 특허 자체가 유효한지 여부입니다. 경쟁사는 침해 여부를 다투는 동시에 선행기술을 근거로 특허를 무효로 만들려는 시도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무효심판에 견딜 수 있는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특허는 분쟁 과정에서 효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가 청구항입니다. 청구항은 특허의 보호 범위를 결정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침해 여부 역시 청구항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청구항이 지나치게 좁으면 경쟁사가 쉽게 회피할 수 있고, 반대로 불명확하거나 과도하게 넓으면 무효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결국 강한 특허란 청구항 구조가 명확하고, 분쟁 상황에서도 권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된 특허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스타트업이 특허를 처음 준비할 때 어디부터 시작해야 하나요?
특허 출원서 작성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기술과 사업 전략을 함께 정리하는 것입니다.
- 핵심 기술과 경쟁 우위 정리: 특허는 사업 목표와 연결되어야 하며, 제품이나 서비스의 경쟁력을 지탱하는 기술을 중심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 선행기술과 경쟁 환경 조사: 기존 기술을 충분히 조사하지 않으면 거절이나 권리 약화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초기 단계에서의 조사와 분석이 중요합니다.
- 공개 시점과 해외 전략 고려: 공개 전에 출원을 준비하지 않으면 특허권을 잃을 수 있고, 국가별로 권리가 별도로 적용되기 때문에 해외 진출 계획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결국 특허는 제품, 시장, 경쟁을 함께 고려하는 전략 작업에 가깝습니다.
마치며
한국 법원은 특허성에 대한 엄격한 태도를 완화하고, 정부 역시 특허 등록이라는 형식적 결과에만 집착하기보다 실질적인 경쟁력에 더 집중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실무나 제도가 바뀌기를 기다리기에는 여러분의 비즈니스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지금의 시장에서 경쟁의 기준은 이미 국경을 넘어섰습니다. 비즈니스가 세계를 무대로 평가받는 것처럼 IP 전략 역시 처음부터 글로벌 기준 위에서 설계해야 합니다.
지원사업용, 보여주기식 특허에 안주하지 마십시오. 저렴한 비용과 모국어라는 이점을 활용할 수 있는 국내 단계에서부터 충분한 준비와 전략으로 권리를 설계해야 합니다. 스타트업이 해결하려는 문제의 본질을 깊이 파고들어 만든 ‘강한 특허’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어느 시장에서도 여러분의 사업을 지켜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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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헌 변리사(윌로 특허법률사무소)
스타트업의 아웃소싱 특허팀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일하고 있는, 윌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배지헌입니다. 스타트업 창업자로서 단기간 내에 2회의 AC 펀딩과 TIPS를 수행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실무에서는 주로 전자, 인공지능 및 로봇을 비롯한 IT 기술과 상표, 디자인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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