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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씬을 주도하는 것은 누구일까요? 파괴적 혁신을 주도하는 락스타.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샘 올트먼? 락스타 뒤에는 거대 음반사와 그걸 워킹하게 하는 시스템이 있죠. 벤처판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벤처판에 흐르는 자금의 약 20%는 모태펀드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사실 혁신 산업의 뒷면은 정부 정책 자금과 규제 개선과 같은 지루해 보이는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정부 주도적 경제 성장이라는 구호는 경제 개발 5개년 시절의 구시대적 산물이 아닐 수 있습니다. 오늘은 그 사정에 대해 알아봅시다.
왜 키우나? 용맹하고 의리있고 지적이면 뭐가 된다 이거야
벤처는 용맹한 행동이야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용감한 자가 미인을 얻는다. 모험 자본이라는 것이 생겨난 이유겠죠. 우리는 하이 리턴과 미인을 원합니다. 신대륙 발견을 위해 콜럼버스에게 자본을 대준 이사벨 여왕도 그랬어요. 바다는 주어진 신분을 넘어서 자신의 운과 기술을 시험하고 싶은 이들이 모이는 대표적인 곳이었습니다.
벤처캐피탈은 한 배를 타는거야
벤처캐피탈의 원형은 해상 무역에서 찾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선박 모험대차는 배나 화물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담보대출이었는데요. 항해를 성공적으로 마치면 이자를 붙여 돈을 갚고 사고가 나면 채무를 면제받는 거래였어요. 기본적으로 대출의 성격을 가지지만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습니다. 배가 풍랑을 만나거나 해적한테 배를 뺏기는 등 사고가 나면 원금과 이자를 갚지 않아도 되었죠. 돈을 빌려준 사람과 선주가 리스크를 함께 떠앉는 구조였습니다. 오늘날 벤처캐피탈에서 받는 통상적인 성공보수가 20%인 것도 장거리 무역선의 화주가 선장에게 지급하는 비율에서 유래한거죠.
벤처캐피탈은 지적인 자본이야
세계 최초의 벤처캐피탈인 아메리칸리서치앤디벨롭먼트의 설립자들은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테크놀러지의 개발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어놓을 수 있을지를 누구보다 절감했습니다. 단지 수익만을 목표로 하는 기존 금융회사와는 다른 성격의 금융회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단순히 돈을 주는 역할에 그치지 않고 필요하다면 경영과 기술에 관한 조력을 제공하면서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지적 자본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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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벤처판의 역사와 모태펀드
기관, 법 그리고 코스닥이라는 시장
상상해보세요, 여러분이 대통령이나 정부 고위 관료인거죠. 판을 키우고 싶어요. 기술 기반의 기반의 기업이나 중소기업을 키워서 경제를 탄탄하게 하고 싶다는 목적이 있습니다. 뭐가 필요하죠? 민간에 해당 역할을 해줄 플레이어가 없으니까 공공기관을 만들거고요. 바운더리를 만들어야 하니까 법을 제정하겠죠. 마지막으로 판이 돌아가게 하는 장터, 그러니까 시장을 만들겠죠. 전 그렇게 할 거 같아요. 그리고 대한민국 벤처캐피탈 씬도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1981년에 설립된 한국기술개발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벤처캐피탈이라는 평을 듣는데요. (후에 KTB네트워크로 사명 변경 후 민영화하였고 현재 우리벤처파트너스가 되었습니다.) 초창기 기술개발로 어려움을 겪던 삼보컴퓨터는 한국기술개발로부터 2억 8000만 원을 지원받아 1983년 1월 64K 비트의 고성능 개인용 컴퓨터를 상품화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죠.
1986년에는 『중소기업창업지원법』이 제정·공포되었고요. 『신기술사업금융지원에관한법률』 또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벤처캐피탈이 법제화된 것이 이 시기고 12개의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가 이 법을 계기로 설립되었죠.
코스닥은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들이 증시에서 사업자금을 보다 원활히 조달할 수 있도록 하게 하기 위해 1996년 개설되었어요. 당시 중소기업이나 신생 벤처기업에겐 유가증권시장의 문턱이 너무 높고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탈락할 확률이 높았거든요. 이들 기업만을 위한 시장을 하나 더 만들어, 증시에서 자금 조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죠.
모태펀드는 왜 만들었는데?
한국 벤처 시장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의 닷컴 버블 이후 극심한 침체기를 겪습니다. 다시 벤처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근거해 2005년에 결성되었죠. 정부 자금으로 운영되는 공공적 성격을 가진 펀드입니다. 정부가 스타트업 벤처 생태계를 지원하는 방법은 규제를 개선하는 것과 자금 지원이 있을텐데 가장 대표적인 자금 지원 방법이죠.
근데 모태펀드가 뭔데?
모태펀드는 정부가 다수의 정부기관들에게 돈을 출자해서 만드는 재간접펀드(fund of fund)입니다. 쉽게 풀어볼까요? 재간접펀드는 펀드가 직접 어떤 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고 투자를 하는 펀드에 출자하는 거에요. 모태펀드는 펀드 결성해서 투자를 할 VC 펀드에 출자합니다. 더 쉽게 예를 들어봅시다. 정부가 8000억을 문체부, 교육부, 환경부 등에서 재원을 끌어와 모태조합이란 것을 만듭니다. (해마다 바뀌는데 올해는 9100억 원 예산 배정했습니다.) 이 재원을 활용해서 펀드를 결성하고 싶은 VC는 자기 자본을 50%-70% 정도 출자해야 하고 둘을 합친 돈으로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는거죠.
이런 방식을 쓰는 이유는 자본은 공급해 시장은 활성화시키되 시장 개입은 최소화시켜 시장 왜곡이 일어나게 하지 않기 위해서죠. 투자 의사결정은 민간 VC가 하게 되니까요. 이 때 모태펀드의 출자를 받은 펀드는 자펀드라고 부릅니다. 엄마 모, 아들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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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영향력 있는 LP는 정부 아닐까, “아직은”
미국하면 뭐 또 엄청 자유국가일 거 같지만
가장 큰 규모의 벤처캐피탈 시장을 가졌고 시장이 충분히 성숙해 민간 주도로 돌아가고 있다고 평가받는 미국도 시작은 정부의 우호적인 환경 조성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1958년에 제정된 소기업투자법 SBIA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이율도 엄청 싸고 소기업투자회사가 1달러를 투자해주면 소기업청은 2달러를 추가로 제공해준 강력한 지원이었죠. 종업원퇴직소득보장법 ERISA의 개정으로 미국 연기금이 벤처캐피털로 편입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죠. 자유의 국가 미국이라고 다를까요? 다들 그렇게 큽니다.
우리나라는 어디쯤 있을까요.
우리나라 대다수의 유니콘 기업은 모태출자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았고요. 14년~18년도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의 절반 이상이 모태출자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은 기업입니다. 21년도 전체 벤처펀드 출자의 약 30%는 정부정책자금이었고요.
모태펀드가 모태자펀드의 출자를 끌어오기 때문에 절반 정도가 정부쪽 모펀드가 유인한 자금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연구결과에 따르면 정부 자금의 신뢰성 때문에 모태 펀드가 민간 자금을 유인하는 효과가 크다고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민간 벤처모펀드 제도나 (정부기관이나 금융권이 모회사가 아닌) 독립계 VC가 성장하는 등 민간 생태계는 조성되고 있는 과정에 있습니다.
어두운 밤보다 궁금해 난 너의 뒷면이
낮이 있으면 밤이 있고 동전의 앞면이 있으면 뒷면이 있죠. 스타트업이 가진 참신한 아이디어, 에자일한 구조, 젊음의 패기와 빠른 실행력 등이 우리가 아는 성공의 앞면이라면 그 성공의 뒷면은 규제 완화와 정부 정책 자금같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경험적으로 앞면보다는 뒷면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더라고요.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고요. 오로지 시장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던 세콰이어 캐피탈의 돈 발렌타인도 같은 맥락에서 했던 말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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