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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학개미를 위한 자본시장 해설서 5편 - 주식 액면분할 · 액면병합

읽는데 약 7분 정도 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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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주주총회 시즌인 요즘, 뉴스에 유독 ‘액면 XX’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지 않으셨나요? 회사가 액면분할 혹은 액면병합을 결정했다는 소식들인데, 목적은 ‘주주 가치 제고’ 랍니다. 단어에서 유추하자면 분할은 쪼개는 거고(?) 병합은 합치는 걸 텐데, 왜 저마다 다른 결정을 내릴까요? 이번 콘텐츠에서는 액면분할과 액면병합을 자세히 살펴봅니다.

1. 공시 후 한 달 만에 주가 급등 - 에코프로 액면분할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시장의 핵심 기업이자 코스닥 시가총액 1, 2위를 다투는 에코프로, 아시나요? 올해 2월 에코프로 주가가 하루 만에 약 14% 급등한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매출 늘어난 폭보다 더 큰 폭으로 영업이익이 줄었다는 공시가 나왔는데 말이죠.

무슨 일이냐고요? 액면분할 추진 계획 공시도 나왔어요.


🔼 출처: DART

공시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액면분할하겠다, 보통주 1주의 액면금액을 500원에서 100원으로 쪼개는 거다 하는 내용입니다. 발행주식 수는 2662만 주에서 1억 3313만 주(!)로 불어나고요.

이게 무슨 일일까요. 아니, 그보다 주식을 쪼갠다는데 왜 주가가 올라간 거죠?

2. ‘5,000원짜리가 500원 되는’ 액면분할, 내 주식엔 무슨 일이?

액면분할이란 주식의 액면가(회사 정관에서 정한 1주당 금액)를 일정 비율로 감소시키고, 그 역의 배수만큼 주식 수를 늘리는 것을 말해요. 예를 들어 한 주당 액면가 5000원인 주식을 500원으로 분할하면 발행주식 수는 10배 늘어나죠. 에코프로 공시에서도 눈치 빠른 분들은 알아채셨죠? 액면금액이 500원에서 100원으로 5분의 1로 분할되면서 발행주식 수는 딱 5배 늘어나게 됩니다. 총 자본금에는 변동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 총 자본금은 그대로라 액면가가 낮아지면 발행주식 수가 늘어납니다. 마치 내가 가진 알은 정해져있는데 문자를 많이 쓰면 통화량이 줄고 통화량이 많으면 문자가 줄어드는, 추억의 비기 알 요금제(!)처럼 말이죠. (비유 무엇?) 출처: entertainment youtube

주가도 액면가를 쪼갠 만큼 낮아집니다. 예를 들어 액면가 5000원짜리 회사 주식이 시장에서 2만 원에 거래된다고 해보죠. 이 회사가 액면가 5000원에서 500원으로 10분의 1로 주식을 분할하면 주가는 2만 원에서 2000원으로 하향 조정돼 거래됩니다. 2만 원짜리 주식 1주를 들고 있었던 주주의 계좌에는 이제 2000원짜리 주식 10주가 들어있어요. 다시 말해 액면분할로 주주의 자본이득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거죠.

일반적으로 주가가 시장에서 과도하게 높아 주식 거래가 부진하거나 신주 발행이 어려운 경우 등에 기업은 액면분할을 결정합니다. 테슬라는 2020년에는 주식을 5 대 1로 쪼갠 데 이어 2022년에도 3 대 1로 분할한 바 있죠. 주당 1000달러를 넘어 ‘천슬라’ 별명이 붙었던 테슬라는 분할 후 ‘삼백슬라’가 됐어요.

천슬라에서 삼백슬라가 되니 어떠신가요?

네, 투자자 입장에서는 ‘어우 비싸다’ 하며 입맛만 다셨던 주식의 거래 장벽이 마치 낮아진 듯한 심리적 효과를 줍니다. 액면분할로 투자자에게 금전적 이득이 있거나 한 것도 아닌데 말이죠. 이렇게 액면분할 후 주당 가격이 낮아지면 투자자 접근성을 높여 주식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어요.

3. 멀쩡한 주식 쪼개면 무엇이 좋길래?

앞서 살펴봤듯이 액면분할을 하면 주주의 지분이나 회사 자본금에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기업가치도 변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액면분할이 필요하거나 이후 따르는 여러 장점 때문에 회사들은 굳이 주식을 쪼개어 액면가를 낮춥니다. 예로 기업가치가 많이 높아져 주식이 비싸진 스타트업 중에는 스톡옵션을 부여하기 위해 액면분할에 나서는 경우가 있어요.

액면분할의 장점으로는 주식 유동성이 풍부해진다는 점이 있어요. 주가가 높아 사지 못했던 소액 투자자들의 접근성이 좋아집니다. 거래량이 늘고 신규 수요를 유입시키는 효과도 있어요. 여러 투자자가 들어오는 과정에서 주주 구성이 다변화하기도 합니다.

보통 회사가 액면분할을 하면 시장에서는 호재의 신호로 받아들입니다. 비상장 시장 일각에서는 액면분할을 기업공개(IPO)의 신호로 해석하기도 하죠. 단기적으로는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주가가 올라 시가총액이 늘어, 결국 기업가치가 오르는 사례도 있고요. (다 그런 건 아닙니다. -엄근진)

반면 유동성이 늘고 주주가 다양해졌다는 건 그만큼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그러니 주가 흐름을 주의 깊게 살펴보세요. 또 액면분할 후엔 주식이 싼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는 점에 유의하셔야 해요. 예를 들어 어떤 회사에 액면분할이 일어난 걸 모르는 투자자는 ‘아니, 동종업계 경쟁사보다 주가가 한참 싸잖아?’라고 느낄 수 있어요. 혹시 그렇게 느껴지신다면 주가뿐 아니라 발행주식의 수와 시가총액도 같이 보며 비교해 보세요.

🔼 출처: giphy

한마디로 액면분할의 심리적 효과에 가려진 기업의 진짜 기초 체력, 펀더멘털을 먼저 체크하셔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4. 뭐, 주식을 합치는 액면병합?

액면분할의 반대된 개념인 액면병합도 있어요. 액면병합은 여러 개 주식을 합해 액면가를 높이고 주식 수는 종전보다 줄이는 거예요. 예를 들어 액면가 500원인 주식 5주를 액면가 2500원인 1주로 병합하는 거죠. 즉, 발행주식 수가 줄어들고 한 주당 주식의 가격이 높아지게 됩니다. 액면분할과 마찬가지로, 회사 자본금과 주주 지분에는 변화가 없어요.

액면병합을 하는 회사들을 보면 저가주, 일명 ‘동전주’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목적이 많아요. 주가 변동 폭이 높은 회사가 주당 가격을 높여 거래량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려는 거죠.

액면병합을 결정하는 회사 중에는 실적이 양호하지 않은 경우들도 있어요. 이 때문에 액면병합이라는 이벤트를 오히려 악재로 해석해 주가가 떨어지기도 합니다. 액면병합으로 주가를 높인다 한들 근본적으로 회사가 실적과 재무 건전성 등의 성과를 개선하지 못하면 주가가 더 떨어지는 걸 막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우리 독자 여러분은 액면병합한 회사의 주가가 올라 마치 기업가치가 오른 듯한 착시현상에 유의하셔야 해요.

회사가 액면분할 · 액면병합을 하는 과정에서 숫자가 맞아떨어지지 않아 1주 미만의 주식인 단주가 발생할 수 있는데요. 단주는 상법에 따라 처리되는데, 기업이 일정한 현금가에 단주를 사들이기도 하죠. 액면분할과 액면병합, 증자와 감자를 반복해 주주를 심란하게 하고, 단주를 쥐게 된 소액주주들을 대거 정리해 내보내는 등의 사례가 과거에 꽤 있었더라고요.

휴, 투자를 업으로 삼은 어떤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누군가 달을 가리키면 달을 보지 말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라고요. 액면분할과 액면병합, 회사의 진짜 의도를 우리 꼭 가려내 보아요.

✍️ 바쁜 분들을 위한 핵심 3줄 요약

1️⃣ 액면분할이란 액면가를 낮추고 발행주식 수를 늘리는 것. 회사의 발행주식 수가 늘고, 같은 비율로 주주가 가진 주식도 늘어난다. 하지만 회사 자본금과 주주 지분, 기업가치에는 실질적 변화가 없다.

2️⃣ 액면분할을 하면 높았던 주가가 낮게 조정되면서 투자자의 접근성이 좋아지며 긍정적인 심리적 효과를 낸다. 그러나 기업의 실적 개선 없이는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는 점에 유의하자.

3️⃣ 액면분할의 반대인 액면병합은 액면가를 높이고 주식 수를 줄이는 것. 보통 ‘동전주’ 이미지 탈피 목적이 많고, 실적이 안 좋은 경우도 꽤 있으니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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