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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학개미를 위한 자본시장 해설서 4편 - 자사주 취득 · 소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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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자기주식을 산다는 게 대체 무슨 말? - 자사주 취득 · 소각

3월은 기업 주주총회 시즌이죠. 우리 독자 여러분이 곧 뉴스에서 자주 보시게 될 키워드가 바로 자사주 매입이에요. 자사주 매입 또는 취득은 회사가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말합니다.

‘회사가 자기가 발행한 주식을 다시 사들인다?’

읭? 영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죠. 이번 콘텐츠에서는 자사주 매입에 대해 알아봅니다.

1. ‘주주님, 잘 나갈 때 보답해 드립니다’ - 현대캐피탈 자사주 매입

비상장 회사인 현대캐피탈은 작년 여름 약 22만 주의 자사주를 매입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자기주식 또는 자사주란 회사가 발행한 주식을 다시 취득해 보관하는 주식을 말해요.

🔼 기업의 자사주 취득은 주주의 이익을 침범하지 않도록 주주총회 또는 이사회 결의를 거쳐 결정되어야 합니다. 출처: 현대캐피탈 IR

현대캐피탈이 산 현대캐피탈 주식(!) 값은 한 주당 5만 287원, 금액으로 약 112억 원이었어요. 당시 현대캐피탈은 탄탄한 영업을 바탕으로 재무적 성과를 내고 있었고,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성장세가 확인됐습니다.

자사주 매입의 배경을 두고 회사는 ‘비상장 주식을 산 소액주주에게 경제적 이익을 실현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밝혔어요. 주주들 덕에 회사가 이만큼 컸으니 당연하다며, 타이밍도 적합하다고 했죠. (훈훈하죠..?)

그런데 이상하지 않으신가요? 현대캐피탈이 현대캐피탈 주식을 샀다니??!

🔼 마치 이런 느낌..? 출처: giphy

2. 기업 스스로 자신의 주인이 된다? - 자사주 매입이란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입니다. 주식회사는 주주가 낸 자본금으로 설립되는데, 기업이 자기주식을 가진다는 건 기업이 자기 자신의 주주 즉, 주인이 되는 거니까요. 논리적으로 모순된 셈입니다. (왠지 심오해 철학적이기도…)

옛날에는 자사주 취득이 ‘자본 충실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금지됐어요. 자본 충실의 원칙이란 회사가 법적 자본 금액에 상당하는 재산을 보유하도록 하는 상법상 규정이에요. 또 회사가 A라는 주주에게 돈을 주고 주식을 사면 회사 자산이 줄어들어 B, C 등 다른 주주와 채권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죠.

하지만 적정한 주가 유지 등 자사주 취득의 재무 전략적 효과를 고려해 상장회사는 1992년부터, 비상장회사의 자사주 매입은 2011년 상법 개정 후 허용됐습니다. 단, 배당가능이익 한도 안에서만 자사주를 취득할 수 있다는 전제가 달렸죠.

그렇다면 회사가 자기주식을 사는 진짜 이유는 뭘까요?

3. 자사주 취득은 호재? - 회사가 자사주 사는 진짜 이유

회사가 자기주식을 산다고 하면 주식시장은 보통 환영합니다. 즉, 자사주 매입 공시가 뜨면 보통 주가가 오르더라는 겁니다.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하면 시장에서 거래되는 유통주식이 줄기 때문이에요. 수요는 일정한데 공급이 적어지면 투자자는 주가 하락을 방어하는 직접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죠.

또 회사가 취득한 자사주에는 배당청구권과 신주인수권이 없어요. 이 말인즉슨 일반 주주에게 향후 지급될 배당이 늘고, 회사가 유 · 무상증자를 할 때는 주주들이 새 주식을 더 배정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 싶으면 기업들은 주주 가치 제고라는 명목으로 자사주를 사들여 주주를 달래기도 합니다. ‘자사주 매입’이라는 액션 그 자체로 투자자 호응을 얻는 건데요. 투자자에게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신호를 줌과 동시에 회사가 자기주식 살 만큼 여유 있다는 점, 주주 가치를 높이겠다는 경영진의 뜨거운(?) 의지를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주주총회 시즌 단골로 등장하는 주주 환원 정책의 대표적인 예가 자사주 매입입니다.

다른 이유도 있어요. 임직원 보상을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경우예요. 쉽게 말해 주주에게서 회사 주식을 사서 직원들에게 주는 겁니다.

예를 들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증권정보 서비스 증권플러스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작년 여름 주당 10만 원에 자기주식 50만 주, 총 500억 원 상당을 매입했어요. 두나무가 매입한 자사주 상당분은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RSU)으로 임직원에게 제공된 것으로 알려져요. RSU란 기업이 일정 조건을 만족한 임직원에게 회사 주식을 무상 지급하는 장기 보상 제도예요. 2020년 RSU를 도입한 두나무는 앞서 2022년에도 자사주를 사서 이 중 430억 원 상당 주식을 직원들에게 나눠줬죠. 물론 한때 잘나가던 두나무 주가가 장외시장에서 크게 떨어진 점도 고려했습니다.

이외에도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 이익잉여금 처분 등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하는 다양한 이유가 있어요. 회사가 자사주를 산다고 하면 우리 독자 여러분은 간단한 공시 속 숨은(?)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셔야겠죠?

4. 나에게는 무슨 영향? - 자사주 매입보다 효과적인 ‘이것’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이 얼마나 녹록지 않은지 알고 있잖습니까. 우리 잠깐, 나-쁜 시나리오도 상상해 보자고요. (주식시장 원데이 투데이 아니잖습니까)

예를 들어 ‘주식회사 다른마음’이 주가가 낮을 때 주주로부터 자기주식을 사들입니다. 이 주식을 가지고 있다가 주가가 올랐을 때 시장에서 다시 팔아 시세차익을 얻습니다. 네, 마치 주주 환원 정책으로 보였던 자사주 매입을 악용한 사례인 거죠. 투자자 입장에서 ‘주식회사 다른마음’의 주가 부양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을 겁니다.

앞서 언급했듯 최대 주주의 경영권 방어에 활용될 가능성도 있어요. 취득한 자기주식에는 상법상 의결권이 없어요. 하지만 자사주를 가지고 있다가 마음 맞는 제3자에게 팔면 이 주식의 의결권은 다시 부활합니다. 자사주가 최대 주주의 우호 지분 확보 및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쓰이는 거예요. 물론 경영권 방어를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지만, 주주 환원 정책의 하나로 자사주 매입이 많이 쓰이는 만큼 일반 주주가 본래의 목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봐야겠죠.

🔼 출처: MBCdrama

이 때문에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해 보유하고 있으면 오히려 주식시장에서 의심을 받아 주가를 억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여기서 ‘자사주 소각’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해요. 자사주 소각이란 회사가 취득한 자기주식을 아예 없애버리는 걸 말해요. 즉, 회사가 자사주 취득 후 소각까지 해야 발행주식 수가 영구적으로 줄어들어 우리 독자 여러분의 주주 가치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겁니다.

우리 이제 자사주 매입 소식이 들리면 이 회사가 자기주식을 왜 사는지, 사서 일단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소각하는지, 처분하는지 유심히 살펴보자고요. 아참, 보통 자사주 취득과 소각이 바로 이뤄질 거라고 여기는데, 물량이 많다면 자사주 취득부터 소각까지의 기간이 상당히 긴 경우가 많다는 점에도 유의하세요!

✍️ 바쁜 분들을 위한 3줄 요약

1️⃣ 자사주 매입이란 회사가 자기 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것으로, 유통주식 수가 줄고 시장에서 호재로 인식돼 단기적으로 주가 하락을 방어하거나 부양하는 효과를 낸다.

2️⃣ 이 때문에 자사주 매입이 주주 환원 정책으로 꼽히지만, 이외에도 임직원 성과 보상, 경영권 방어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된다.

3️⃣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한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취득 후 보유하는지 혹은 소각하는지 살펴본다. 자사주 매입 후 소각까지 해야 진정한 의미의 주주 환원 정책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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