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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요약

  • 이 글은 주주에게 경영을 위임받은 대표라는 자리를 주주총회라는 장면에서 다시 정의한다.
  • 스톡옵션 부여처럼 지분 구조를 흔드는 안건의 결과를 가르는 것은 총회 당일의 설명이 아니라 그전까지 주주와 나눈 맥락이다.
  • ZUZU는 대표가 상법 전문가가 되는 대신 절차와 기록은 시스템에 맡기고 경영과 주주 소통에 집중해야 한다는 관점, 그리고 거버넌스를 기업의 격을 가르는 기준으로 보는 해석의 틀을 제시한다.

회사를 키운다는 건 맡기는 법을 배우는 일입니다. 대표는 개발을 맡기고 영업을 맡기고 판단의 일부를 맡깁니다. 그렇게 손을 놓는 만큼 회사는 한 사람의 크기를 넘어 커집니다.

그런데 정작 대표 자신도 누군가로부터 회사를 위임받은 사람입니다. 주주는 직접 경영할 수 없기에 대표에게 회사를 맡겼고 대표는 그 울타리 안에서 회사를 움직입니다. 위임하는 사람인 줄로만 알았던 대표가 실은 위임의 한가운데 서 있는 셈입니다.

다만 주주가 맡긴 건 회사의 경영이지 회사에 관한 모든 결정은 아닙니다. 정관을 변경하거나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등 소유 구조나 주주의 권리를 바꾸는 결정은 여전히 주주의 몫으로 남아 있습니다. 주주총회는 바로 그 경계를 확인하는 자리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에서는 이 선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대표가 곧 대주주이자 유일한 이사인 시절에는 주주로서의 나와 대표로서의 내가 한 사람 안에 겹쳐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주총회도 그저 도장만 받는 서류 작업으로 다뤄지곤 합니다. 하지만 그 도장 한 번에는 그간 주주와 어떤 이야기를 나눠왔는지가 담깁니다.

결과를 바꾸는 건 ‘포장하는 기술’이 아니라 ‘쌓아온 시간’입니다

인재 영입을 위해 시가보다 낮은 행사가로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안건이 있다고 해봅시다.

어떤 회사는 총회 직전에야 말합니다. “좋은 인재를 뽑으려면 필요합니다. 승인해 주세요.” 투자자로서는 갑작스러운 데다 판단할 근거가 없으니 지분 희석이라는 숫자만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어떤 회사는 몇 달 전부터 맥락을 나눠 왔습니다. 어떤 포지션이 비어 있고 어떤 보상 전략을 쓰고 있으며 이 사람을 데려오기 위해 어느 정도의 희석까지 감수할 것인지 말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미리 주고받았다면 총회 안건은 이미 예상했던 다음 단계일 뿐입니다.

표결에 오르는 안건은 같아도 주주가 쥐고 있는 판단의 근거는 다릅니다. 좋은 주주총회는 단번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 차이를 만드는 건 안건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기술이 아니라 그전까지 쌓여온 시간입니다.

주주와 나눌 대화의 기준은 단 하나, ‘회사가 잘 되는 방향’입니다

주주가 안건을 판단할 때 중요한 건 표결에 이르기까지 필요한 맥락을 충분히 공유받았느냐입니다. 대표는 매일 회사를 보기에 어떤 채용이 왜 급한지 어떤 지표가 왜 꺾였는지를 몸으로 알지만 주주는 몇 달에 한 번 정리된 보고서로 회사를 볼 뿐입니다.

그러니 대표가 할 일은 주주를 설득해 마음을 돌리는 게 아니라 그 간극을 좁혀 자신이 매일 보는 현실을 주주도 함께 보게 하는 것입니다.

그 대화의 기준은 단 하나입니다. ‘회사가 잘 되는 방향인가.’ 스톡옵션 역시 나만 좋자고 주장하는 일이 아니라 “이 사람을 모셔 와 회사를 키워야 주주의 지분 가치도 함께 커진다"는 논리를 함께 만들어 가는 일입니다. VC 담당자에게도 내부 결재 라인을 설득할 명분과 사유가 필요합니다.

주주와의 소통은 제로섬 게임이 아닙니다. 나도 주주도 함께 잘 되는 판단인지 시간을 두고 확인해 나가는 것. 이것이 주주총회라는 형식 뒤에 있어야 할 본질입니다.

우리의 맥락을 단단하게 지키는 마지막 고리 ‘의사록’

아무리 오랜 시간 쌓은 관계라도 말로만 오간 맥락은 시간이 지나면 휘발됩니다. 담당자가 바뀌면 당시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서로의 기억이 갈라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하나의 결정은 네 단계로 이어져야 합니다. 평소의 소통으로 맥락을 나누고 그 위에서 판단을 내리고 상법과 정관이 정한 절차대로 결의하고 마지막에 의사록으로 남기는 것입니다. 의사록은 이 사슬의 맨 끝에 있는 고리일 뿐 앞의 세 단계를 대신하지 못합니다.

투자자가 실사에서 주주총회 의사록을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우선 의사결정 과정이 앞뒤가 맞고 적법했는지를 확인합니다. 정관 요건과 소집 통지, 정족수를 지켰는지 이 안건을 적절한 기관에서 결의했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더 크게는 이 회사가 중요한 결정을 일관된 절차로 다뤄왔는가 하는 ‘경영의 예측 가능성’을 읽습니다. 의사록은 단순히 어떤 안건이 통과됐는지를 남기는 서류가 아니라 중요한 결정을 어떤 절차와 맥락 속에서 다뤄왔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입니다.

대표는 오롯이 소통에 집중하도록

혼자 결정하던 시절 대충 넘긴 절차들은 회사가 크게 도약하려는 순간 발목을 잡습니다. 정관 요건을 빠뜨리고 준 스톡옵션이 분쟁의 빌미가 되기도 하고 투자나 M&A 실사에서 정리되지 않은 과거의 결의가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앞으로 달려 나가야 할 때 과거를 수습하느라 에너지를 쓰는 셈입니다.

그렇다고 경영을 위임받은 대표가 상법 전문가까지 되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역할을 나누면 됩니다.

대표가 책임질 몫은 회사에 좋은 결정을 내리고 그 맥락을 주주와 나누는 일입니다. 시스템이 책임질 몫은 그 결정이 올바른 절차와 정확한 기록으로 남게 하는 일입니다. 안건에 맞춰 주총인지 이사회인지 보통결의인지 특별결의인지 구분하고 소집 통지부터 의사록과 등기까지 이어지는 구조가 뒤를 받쳐주면 됩니다.

ZUZU가 존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복잡한 행정 절차는 정돈된 시스템에 맡겨두고 대표는 본래 해야 할 경영과 주주와의 소통에 온전히 집중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회사가 작을 때는 거버넌스가 잘 보이지 않지만 회사가 커질수록 이는 기업의 격을 가르는 기준이 됩니다. 이 기틀이 단단할 때 다음 투자자와 다음 동료도 안심하고 회사의 배에 올라탈 수 있습니다.

주주라는 가장 큰 동반자와의 위임 관계를 바로 세웠다면 이제 시선은 함께 회사를 키워갈 내부 동료들에게로 향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핵심 인재에게 회사의 미래를 약속하는 법, 스톡옵션과 주식보상의 본질을 풀어보겠습니다.

자본이 묻고 회사가 답하다

주식회사·자본금·등기·주주명부처럼 당연하게 여겨온 회사의 기본 제도가 왜 만들어졌고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그 기원과 본질을 다시 들여다봅니다. 제도를 깊이 이해할수록 대표의 의사결정은 더 단단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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