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요약

  • 이 글은 디자인권 등록 없이 부정경쟁방지법에만 기대어 디자인을 보호하려 할 때의 한계를, 젠틀몬스터와 블루엘리펀트 분쟁을 통해 짚는다.
  • 등록이 없으면 분쟁마다 자기 디자인이 보호받을 만큼 특별한 형태인지부터 입증해야 하고, 상품형태 모방에 대한 보호는 3년으로 끝나며, 원권리자가 등록을 미루는 사이 제3자가 유사 디자인을 먼저 등록할 위험도 크다고 설명한다.
  • ZUZU는 핵심 디자인은 출시 전 출원으로 먼저 권리화하고 부정경쟁방지법은 보완 안전망으로 함께 쓰는 디자인 보호 전략의 판단 기준을 정리한다.

디자인 등록 없이도 지킬 수 있다는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정작 분쟁이 시작되면, 등록이 없다는 사실이 가장 큰 약점이 될 것입니다.

들어가며

디자인을 법적으로 보호받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지식재산처에 출원해 디자인권을 확보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등록 없이 부정경쟁방지법을 근거로 분쟁이 생겼을 때 법원에서 보호를 주장하는 것입니다.

후자는 별도의 등록 절차 없이도 내 디자인을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언뜻 간편해 보입니다. 하지만 막상 분쟁이 생겼을 때, 등록이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싸움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최근 업계를 뜨겁게 달군 젠틀몬스터 사건이 바로 그 사례입니다. 젠틀몬스터의 상품과 유사한 상품을 판매한 혐의로 블루엘리펀트의 전 대표가 구속되었고, 수십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과 형사재판이 동시에 진행되는 초유의 사태로 번졌습니다.

이 사건의 핵심은 피해를 주장한 젠틀몬스터 측이 해당 제품에 대해 디자인권을 등록해 두지 않았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 결과 분쟁의 초점이 ‘블루엘리펀트가 젠틀몬스터의 디자인을 모방했는지’보다, ‘젠틀몬스터의 디자인이 법적으로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는지’로 옮겨가 버렸습니다. 간편해 보였던 선택이 실제 분쟁에서는 훨씬 큰 부담으로 돌아온 셈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사건을 통해, 디자인 등록 없이 부정경쟁방지법에만 기대는 것이 어떤 리스크와 한계를 지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디자인 등록 없이도 모방 상품은 막을 수 있지 않나요?”

부정경쟁방지법(이하 ‘부경법’)은 디자인 등록 여부와 무관하게, 타인이 만든 상품의 형태를 모방한 상품을 파는 행위 자체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합니다(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자목). 이번 사건에서 젠틀몬스터 측이 블루엘리펀트에 대응한 법적 근거가 바로 이 조항입니다. 그러니 등록하지 않은 디자인도 부경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말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이 보호를 받기 위한 조건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점입니다.

2. 등록이 없으면, 매번 ‘내 디자인이 특별하다는 점’을 증명해야 합니다

디자인권으로 보호받는 제품이라면, 등록된 도면과 비교해 동일하거나 유사한 디자인인지만 가리면 됩니다. 권리의 존재 자체가 이미 지식재산처의 심사를 거쳐 공인된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디자인을 등록해 두지 않아 부경법만으로 보호받으려면, 내 디자인이 단순히 예쁘고 잘 팔린다는 점을 넘어 ‘그 형태만으로 특정 상품임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특별하다’는 사실을 권리자가 직접 증명해야 합니다. 즉, 내 디자인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형태’라는 점을 분쟁마다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따릅니다.

이번 사건에서 블루엘리펀트 측이 ‘젠틀몬스터가 모방이라 주장하는 디자인은 업계에서 오랜 기간 공유해 온 보편적인 형태’라고 맞선 것도 정확히 이 지점을 파고든 것입니다. 젠틀몬스터가 디자인을 등록해 두지 않았기 때문에, 두 회사 제품의 유사 여부에 앞서 ‘젠틀몬스터의 디자인이 과연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형태인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여야 했던 것입니다.

3. ‘3년’이면 끝나는 시한부 보호

부경법은 제2조 제1호 자목에서, 상품의 형태가 갖추어진 날부터 3년이 지나면 그 형태를 모방하더라도 더 이상 이 조항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트렌드가 빠르게 바뀌는 업계를 고려한 규정이지만, 오랫동안 브랜드의 상징처럼 판매되어 온 ‘시그니처 디자인’을 가진 브랜드에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디자인권은 설정등록일부터 효력이 발생해 출원일 후 20년이 되는 날까지 유지되므로(디자인보호법 제91조), 장기적으로 브랜드 자산을 지켜 내는 데 큰 강점이 됩니다.

4. 등록을 미루면, 누군가 먼저 등록해 버릴 수 있습니다

젠틀몬스터 사건에는 또 다른 관점에서 주목할 만한 리스크도 있었습니다. 젠틀몬스터의 안경 파우치와 유사한 형태의 제품이 블루엘리펀트 명의로 이미 디자인 출원되어 등록까지 마쳐진 사실이 확인된 것입니다. 원본 디자인을 만든 쪽이 등록을 미루는 동안, 이를 토대로 유사한 디자인을 만들어 먼저 출원한 쪽에 독점적인 권리가 부여된 셈입니다.

이에 젠틀몬스터 측이 무효심판을 제기해 해당 등록을 무효로 돌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 절차적 부담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더욱이 상대방의 권리를 무효로 만들었다고 해서 젠틀몬스터 측에 새로운 권리가 생기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방어에 성공했을 뿐, 등록을 하지 않아 생긴 근본적인 권리 공백까지 메울 수는 없었습니다.

디자인권 없이 부정경쟁방지법에만 기댈 때의 리스크를 6컷으로 설명하는 웹툰

5. 출원부터 분쟁 대응까지, 내 디자인을 지키는 3단계 전략

① 핵심 디자인은 ‘출시 전 출원’을 원칙으로

이미 시중에 공개된 디자인이라도 공개일부터 12개월 이내라면 ‘신규성 상실의 예외’(디자인보호법 제36조)를 주장해 출원할 길이 남아 있습니다. 다만 이 기간이 지나면 출원 기회 자체가 사라지므로, 제품은 시장에 선보이기 전에 출원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는 것이 안전합니다.

② 디자인권과 부경법을 ‘이중 안전망’으로 활용하세요

부경법은 어디까지나 보완 장치이지, 디자인권을 대신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닙니다. 디자인권은 일단 등록되면 까다로운 입증 없이도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 출원일 후 20년까지 안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다만 출원 시 제출한 도면으로 보호 범위가 한정된다는 제약이 있습니다. 부경법은 바로 이 지점을 보완해 줍니다. 별도의 등록 절차 없이도 시장에서 실제로 판매 중인 상품의 형태를 유연하게 보호 대상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등록할 수 있는 핵심 디자인은 먼저 권리화하고, 그 외의 확장 라인업은 부경법으로 촘촘히 백업하는 식으로 두 제도를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바람직합니다.

③ 권리 유무에 따라 대응 카드를 다르게 쥐어야 합니다

경쟁사의 유사 제품을 발견했을 때, 디자인권이 있다면 등록된 도면을 기준으로 곧바로 침해 여부를 가릴 수 있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반면 디자인권이 없다면, 앞서 살펴본 ‘형태적 특이성’과 ‘3년의 시한’이라는 요건을 만족하는지부터 검토해야 하므로 대응의 출발선 자체가 달라집니다. 어떤 카드를 쥐고 있느냐에 따라 분쟁의 난이도와 소요 기간이 크게 좌우됩니다.

FAQ

Q. 이미 디자인을 공개해 버렸다면 등록은 늦은 건가요?

공개일부터 12개월 이내라면 ‘신규성 상실의 예외’ 규정을 적용받아 출원할 수 있습니다(디자인보호법 제36조). 다만 이 경우에도 출원일 자체가 공개 시점으로 앞당겨지는 것은 아닙니다. 즉, 내가 공개한 시점과 실제로 출원서를 제출하는 시점 사이에 제3자가 먼저 유사한 디자인을 출원해 버린다면 원칙적으로 방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가급적 디자인을 공개하기 전에 출원을 마쳐 두는 것이 좋습니다.

Q. 경쟁사가 내 디자인을 토대로 먼저 디자인 등록을 받아 버렸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상대방의 출원일보다 앞서 내 디자인이 대중에 공개되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다면, ‘신규성 결여’를 이유로 특허심판원에 디자인등록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때 핵심은 ‘언제, 어떤 형태’로 내 디자인이 먼저 세상에 공개되었는지 객관적으로 증명할 자료를 갖추는 것입니다. 출시일이 명시된 카탈로그, SNS 게시물, 결제 및 배송 내역 등이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디자인 등록을 미처 하지 못했더라도, 평소에 이러한 공개 시점을 입증할 자료를 체계적으로 아카이빙해 두는 습관이 결정적인 순간에 큰 힘을 발휘합니다.

마치며

부정경쟁방지법은 디자인권이 없는 브랜드에 최후의 안전망이 되어 줍니다. 하지만 이번 젠틀몬스터 사건이 보여 주듯, 이 안전망에만 의지하는 순간 분쟁이 생겼을 때 ‘내 디자인이 과연 보호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증명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 그리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이 뒤따릅니다.

따라서 부경법은 처음부터 전적으로 의지할 1차 수단이라기보다는, 미처 등록을 챙기지 못한 디자인을 구제하는 보완책으로 바라보는 것이 현명합니다. 치열한 시장이라는 바다에 나서기 전, 먼저 디자인 출원과 등록이라는 확실한 닻을 내려 소중한 나의 디자인을 안전하게 지켜 내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브랜드의 디자인을 어떻게 보호할지, 지금 출원해야 하는 시점인지 점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윌로특허법률사무소로 문의해 주세요. 사업 방향과 확장 가능성에 맞는 현실적인 디자인·상표 보호 전략을 함께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참고

본 글은 ZUZU 콘텐츠 기고처인 ‘윌로특허법률사무소’에서 기고해주신 글입니다. 글을 읽고 디자인·상표 보호나 지식재산 전략과 관련해 궁금한 점이 생기신다면 링크를 통해 문의를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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