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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 우리는 거버넌스를 살펴봤습니다. 누가 회사를 소유하고 누가 결정하는가, 그 결정이 어떻게 정당성을 얻는가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 끝에서 한 가지 질문을 남겨 두었습니다. 아직 함께하지 않은 동료에게, 회사는 미래의 소유권을 어떻게 약속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은 스타트업이라면 누구나 부딪히는 현실에서 출발합니다. 좋은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은데, 회사에는 그에게 대기업만큼의 연봉을 줄 현금이 없습니다. 지금 줄 수 있는 것이 부족하다면, 회사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을 나누는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회사의 미래, 그 일부에 대한 소유권입니다. 스톡옵션과 주식보상은 이 막막한 상황에서 태어난 발상입니다.

회사를 나눠 동료를 얻다

첫 글에서 우리는 주식이 소유권을 잘게 쪼개 참여의 문턱을 낮춘 발명이라고 했습니다. 스톡옵션은 그 발상을 시간 축으로 한 걸음 더 밀고 나간 것입니다. 지금 자본을 댄 사람에게만 지분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회사를 함께 키워 갈 사람에게도 미래의 지분을 미리 약속하는 것입니다.

논리는 단순합니다. 회사가 당장 현금으로 보상하지 못하는 대신, “회사가 커지면 당신도 그 가치를 나눠 갖는다"고 약속하는 것입니다. 직원은 단순한 피고용인이 아니라 회사의 성장에 자기 몫이 걸린 사람이 됩니다. 회사의 성공이 곧 나의 성공이 되도록 이해관계를 묶는 장치, 이것이 스톡옵션의 핵심입니다.

이 방식은 20세기 후반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꽃을 피웠습니다. 현금은 부족하지만 잠재력은 큰 기술 기업들이 임직원을 공동 소유자로 끌어들이는 문화를 만들었고, 스톡옵션은 인재를 모으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초기에 합류한 직원이 회사의 성장과 함께 상당한 부를 이루는 이야기들이 쌓이면서, 스톡옵션은 단순한 보상을 넘어 “위험을 함께 지고 과실도 함께 나눈다"는 스타트업 문화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한국에는 1990년대 후반 벤처 붐과 함께 제도가 들어왔습니다. 자본은 없지만 사람과 아이디어로 승부하던 초기 벤처들에게, 스톡옵션은 큰 회사와 인재를 두고 겨룰 수 있게 해 준 거의 유일한 무기였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 발상이 첫 글에서 본 주식회사의 본질과 정확히 닿아 있다는 점입니다. 주식회사가 위험을 여러 사람이 나눠 큰 도전을 가능케 한 제도였다면, 스톡옵션은 그 ‘나눔’의 대상을 자본을 댄 투자자에서 노동과 시간을 바치는 동료에게까지 넓힌 것입니다.

공짜 주식이 아니라,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

그런데 여기서 가장 흔한 오해가 생깁니다. 스톡옵션을 받으면 곧바로 회사 주식이 생기는 것이라고 여기는 것입니다. 절반만 맞는 이야기입니다.

스톡옵션은 주식이 아니라, 정해진 가격에 회사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입니다. 부여받는 순간 미리 정한 행사가격이 있고, 시간이 지나 그 권리를 실제로 행사할 때 그 가격을 내고 주식을 손에 넣습니다. 회사가 성장해 주식 가치가 행사가격보다 훨씬 높아져 있다면, 그 차이가 곧 보상이 됩니다. 반대로 회사가 기대만큼 자라지 못하면 권리는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공짜로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라, 회사의 미래에 거는 권리인 셈입니다.

게다가 이 권리는 받자마자 온전히 내 것이 되지 않습니다. 대개 일정 기간 회사에 머물거나 성과를 내야 조금씩 권리가 익어 가는데, 이를 베스팅이라 부릅니다. 흔히 부여 후 일정 기간이 지나야 비로소 첫 권리가 열리고, 이후 시간이 흐를수록 행사할 수 있는 몫이 늘어납니다. 약속이 한 번에 실현되지 않고 함께한 시간에 비례해 익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그래서 스톡옵션은 한 장의 증서가 아니라, 시간을 두고 지켜지는 약속에 가깝습니다.

참고

행사가격‘은 나중에 주식을 살 때 내는 미리 정해 둔 값으로, 보통 부여 시점의 주식 가치를 기준으로 정합니다.

베스팅‘은 부여된 권리가 시간이나 성과에 따라 단계적으로 익어 가는 과정을 말합니다.

클리프‘는 그 첫 단추가 열리기까지의 최소 근속 기간으로, 예컨대 1년의 클리프가 있다면 입사 1년이 지나야 첫 몫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 장치들은 함께 일한 시간만큼 보상이 쌓이도록, 그리고 너무 이른 이탈에는 권리가 가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약속에도 절차가 있다

미래의 지분을 나누는 일인 만큼, 스톡옵션에는 무거운 절차가 따릅니다. 바로 앞 글에서 본 거버넌스가 여기서 다시 등장합니다.

스톡옵션 부여는 원칙적으로 주주총회 특별결의 사항입니다. 새로 발행될 주식만큼 기존 주주의 지분이 희석되기 때문에, 소유자들의 압도적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누구에게 몇 주를 주는지 권리자를 특정해 결의해야 효력이 생깁니다. 한도만 정해 두고 나중에 적당히 나눠 주면 된다고 생각했다가는, 그 부여가 무효로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발행주식총수의 일정 비율을 넘겨 부여할 수 없다는 한도도 있고, 투자를 받은 회사라면 투자계약서에 스톡옵션 부여에 투자자의 동의를 요구하는 조항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이런 절차는 까다로워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앞선 글들이 짚어 온 원칙의 반복입니다. 미래의 소유권을 나누는 일이기에 주주의 동의(거버넌스)를 거쳐야 하고, 그 결정은 의사록과 등기로 기록되어야 효력을 가지며, 행사된 주식은 다시 주주명부에 반영되어야 합니다. 스톡옵션 하나가 회사 운영의 거의 모든 장부와 맞물려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절차를 건너뛴 부여는 단지 서류 한 장의 흠결이 아니라, 나중에 그 권리 전체를 흔드는 불씨가 됩니다.

여기서 스톡옵션을 보는 두 개의 시선이 갈립니다. 하나는 그것을 현금을 대신하는 보상으로 보는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회사의 일부를 떼어 주는 소유의 분배로 보는 관점입니다. 직원에게는 보상처럼 느껴지지만, 회사와 기존 주주에게는 분명한 소유권의 이전입니다. 그래서 무겁게 다뤄야 하는 것입니다. 참고로 스톡옵션 외에도 무상으로 주식을 주는 RSU나 스톡그랜트, 주식 대신 그에 준하는 현금을 약속하는 팬텀스톡처럼 미래 보상의 방식은 여럿이고, 저마다 주식이 귀속되는 시점과 세금, 재직 조건이 다릅니다. 회사의 상황과 대상에 맞게 고르되, 어느 쪽이든 “미래의 가치를 미리 나눈다"는 본질은 같습니다.

받았지만 모르는 권리

문제는 이 약속이 한국의 현장에서 자주 절반만 작동한다는 데 있습니다.

스톡옵션을 받은 구성원조차 자신의 권리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행사가격이 얼마인지, 언제부터 행사할 수 있는지, 행사하면 세금은 어떻게 되는지를 모른 채 권리가 방치됩니다. 벤처기업이라면 행사이익 일정 금액까지 세금을 면제받는 특례 같은 혜택이 있는데도, 그 존재조차 모르고 지나치기도 합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비상장 회사의 주식은 행사해서 손에 쥐어도 마땅히 팔 곳이 없어, 그 가치를 현금으로 바꾸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회사 쪽의 실패도 있습니다. 스톡옵션을 부여하기만 하고, 그것이 지금 얼마의 가치를 갖는지, 회사가 성장하면 어떻게 커지는지를 구성원에게 전달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약속은 상대가 그 무게를 체감할 때 비로소 동기가 됩니다. 부여 사실만 통보하고 끝낸 스톡옵션은 동기부여라는 본래 목적을 잃고, 종이 위의 숫자로 남습니다.

운영의 허점도 시간이 지나면 드러납니다. 무상증자나 액면분할로 주식 수가 달라지면 이미 부여한 스톡옵션의 수량과 행사가격도 함께 조정되어야 하는데, 이를 놓치면 권리자마다 셈법이 어긋납니다. 퇴사자의 권리는 어디까지 인정할지, 베스팅은 어느 시점에 멈출지 같은 판단도 미리 정해 두지 않으면 떠나는 사람과 남는 회사 사이의 갈등으로 번집니다. 코드박스를 운영하며, 그리고 ZUZU로 수많은 회사를 지켜보며 느낀 것은 스톡옵션의 성패가 화려한 설계가 아니라 약속을 끝까지 또렷하게 관리하는 데서 갈린다는 점이었습니다.

약속을 끝까지 지키는 구조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동료에게 회사를 어떻게 나눠 줄 것인가. 답은 미래의 소유권을 약속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분명해집니다. 그 약속을 끝까지 지킬 수 있는 구조를 갖추는 일입니다.

스톡옵션의 가치는 부여하는 순간에 정해지지 않습니다. 적법한 결의로 부여하고, 베스팅이 정확히 추적되고, 행사 시점에 세금과 절차가 제대로 안내되고, 행사된 주식이 주주명부에 반영되기까지 약속이 한 번도 끊기지 않을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ZUZU가 스톡옵션의 설계와 부여 결의, 베스팅 관리, 행사, 그리고 주주명부 반영까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잇고 적법한 절차를 갖추도록 돕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약속을 화려하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한 번 한 약속이 시간이 흘러도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스톡옵션은 회사가 가진 미래를 담보로 한 약속입니다. 그 약속의 무게를 처음부터 이해하고 끝까지 관리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보상을 넘어 회사와 사람을 같은 방향으로 묶는 가장 강력한 끈이 됩니다.

미래의 지분을 동료와 나누는 법까지 정리되면, 회사는 더 큰 자본을 향해 시선을 돌립니다. 다음 글에서는 회사 바깥의 자본을 받아들이는 일, 곧 투자 유치와 주주간계약의 본질을 살펴보겠습니다.

자본이 묻고 회사가 답하다

주식회사·자본금·등기·주주명부처럼 당연하게 여겨온 회사의 기본 제도가 왜 만들어졌고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그 기원과 본질을 다시 들여다봅니다. 제도를 깊이 이해할수록 대표의 의사결정은 더 단단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