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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를 준비하는 기업의 해외 법인 구조,
자회사부터 플립까지 살펴보다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은 보통 어느 나라에 법인을 설립할지 부터 고민한다. 그러나 먼저 정해야 할 것은 해외 법인이 맡을 역할과 지분을 보유할 주체다. 현지 고객과 거래할 영업 거점이 필요한 상황인지, 글로벌 투자자가 투자할 그룹의 최상위 법인(홀딩스 등의 구조)이 필요한지 등에 따라 적합한 지배구조가 정해진다.

해외 자회사 설립, 처음부터 해외 모회사를 두는 창업, 기존 한국 기업의 플립(Flip)은 완전히 다른 지배구조이다.

안희철 프로필 사진
글쓴이법무법인 디엘지 대표변호사안희철

스타트업 및 M&A 전문 로펌 법무법인 디엘지의 대표변호사.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인공지능대학원의 겸직교수. 스타트업 성장 과정에서의 투자, M&A, 규제, 개인정보, 해외진출 등 전반에 관하여 전문적인 법률자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해외 자회사 vs 해외 모회사 창업 vs 플립

해외 매출을 검증하고 현지 영업 및 채용을 확대하려면 한국 법인이 해외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다. 한국의 주주구조와 투자계약을 유지하면서 현지 계약과 사업상 책임을 별도 법인에 배치할 수 있다. 해외 자회사에 직접 투자를 유치할 수도 있지만, 핵심 기술과 지식재산권(IP)이 한국 모회사에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투자는 한국 모회사로 이루어진다.

반면, 창업 단계부터 글로벌 투자 유치와 해외 M&A를 주된 성장 경로로 정했다면 쿠팡 사례와 같이 해외 모회사를 먼저 설립하고 그 아래 한국 자회사를 두는 구조를 검토하는 것이 적절하다. 기존 한국 주식을 해외로 이전하지 않아 후일 플립에 따른 주식양도 과세와 주주 설득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대신 초기부터 양국의 회계 및 세무 비용과 법인 유지비용 등을 감당해야 해서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미 한국 법인이 존재한다면 해외 법인을 모회사로 전환하는 플립을 검토해야 한다. 대표적인 방법은 기존 주주가 한국 법인 주식을 해외 법인에 이전하고 그 대가로 해외 법인 신주를 받는 주식교환 방법이다. 기존 주주는 해외 모회사의 주주가 되고, 해외 모회사는 통상 한국 법인을 100% 자회사로 보유한다. 해외 투자자는 모회사에 투자하고 한국 법인은 연구개발이나 국내 영업을 담당하도록 역할을 분배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기업용 채팅 API 기업 센드버드는 해외 투자자의 투자 조건이 플립 결정으로 이어진 사례다. 전신인 스마일패밀리는 미국 법인에 투자하는 것을 전제로 한 투자 제안을 받았고, 2014년 기존 주주들의 주식교환을 통해 미국 모회사 아래 한국 법인을 두었다. 김동신 대표가 공개한 경험에 따르면 전환에는 약 3개월이 걸렸으며, 상당 부분은 기존 주주 설득과 외환 신고에 사용됐다. 이후 센드버드는 2019년 시리즈 B에서 1억 200만 달러, 2021년 시리즈 C에서 1억 달러를 유치했다. 초기에 플립을 실행한 사례이지만, 투자자가 투자하려는 법인과 주력 시장에 맞춰 지배구조를 설계하는 의미를 잘 보여준다.

해외 자회사, 해외 모회사 설립(창업), 플립 세 가지 지배구조 비교

플립, 언제 해야 할까

플립의 적기는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하고 주주관계가 복잡해지기 전이면서, 해외 투자와 사업 확장의 실행 가능성이 충분히 확보된 시점이다. 플립을 너무 일찍 진행하면 법인 운영비가 부담될 수밖에 없고 특히 초기 스타트업이 해외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극한 경쟁에 시달려야 한다. 반면, 플립을 너무 늦추면 창업자의 양도소득세 등 세금과 이해관계 조정 부담이 커져서 플립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

특히, 플립은 주식교환을 통해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창업주가 주식을 교환할 때 현금을 받지 않고 해외 법인의 신주를 받게 되더라도 한국 법인 주식을 양도한 것으로 보아 양도소득세가 크게 발생할 수 있다. 교환가치를 임의로 낮추는 것은 세법상 불가능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가정해 보자. 창업자가 5,000만원에 취득한 보유주식을 플립 과정에서 10억원 상당의 해외 모회사 주식과 교환한다면, 취득가액만 차감한 양도차익은 9억 5,000만원이다. 그러나 창업자에게 들어오는 현금은 없다. 회사가 해외 투자를 받는 데 성공하더라도 창업자의 개인 세금 문제는 별도로 해결해야 한다.

다만, 투자 유치 때의 기업가치와 세법상 주식가치는 구별해야 한다. 국세청도 비상장법인의 RCPS 신주 발행가액이 보통주의 시가로 자동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한다.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워 보충적 평가를 적용하는 일반적인 경우에는 순손익가치와 순자산가치를 함께 반영하고, 순자산가치의 80%를 하한으로 적용한다.

시리즈 B 기업이라도 적자가 누적되어 순손익가치가 낮다면 순자산가치가 세금 부담을 좌우할 수 있다. 따라서 사업상 필요한 연구개발영업비용 집행으로 세법상 순자산가치가 낮아진 시점에, 다음 투자금이 국내 법인에 유입되기 전에 플립을 마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예컨대 시리즈 B 투자금을 연구개발에 집행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예정된 비용 집행과 시리즈 C 협상 일정을 함께 살펴 플립 시점을 정하고, 이후 미국 모회사에서 후속 투자를 받는 순서를 검토하는 것이다. 다만 현금으로 설비를 사는 자산 교체만으로 순자산이 줄지는 않으며, 최근 주식 거래가격과 수익성에 따라 평가 결과도 달라진다. 교환가치를 임의로 낮춰 과세를 피할 수는 없다.

이에, 플립 시에는 주식가치 평가, 주주별 예상 세액, 납세 재원을 후속 투자 일정과 함께 검토해야 한다. 가급적 플립이 완료되는 시점과 플립 이후 모회사가 되는 해외 법인이 투자를 받는 시점을 연계해 자금 공백도 줄일 필요가 있다.

좋은 크로스보더 지배구조는 투자 유치와 사업 운영 그리고 핵심 자산의 보유 주체를 기업의 성장 전략에 맞게 설계하는 데서 출발한다. 해외 시장을 검증하는 단계라면 자회사 설립부터 시작하고,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투자 유치와 해외 M&A를 주요 성장 경로로 삼는다면 해외 모회사를 두는 구조를 검토할 수 있다. 이미 한국 법인을 통해 성장한 기업이라면 향후 투자 계획과 세금 부담 및 주주 간 이해관계를 고려해 플립 시점을 결정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해외 법인을 설립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기업의 성장 단계와 투자 전략에 맞는 지배구조를 적절한 시점에 설계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