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네이버·현대차 사례로 본 자사주 소각 시대의 주식보상 대응 전략
자사주 소각 시대에 주식보상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삼성·네이버·현대차 사례로 RSU 재원 활용, 보상 포트폴리오 설계, 공시・회계・원천징수 실무까지 살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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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한 해 동안 상장사 263곳이 327건의 스톡옵션 부여를 공시했다. 공시 문서를 나란히 놓고 읽어 보면 회사 이름만 다를 뿐 스톡옵션의 설계 구조는 거의 같다. “부여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날부터 행사할 수 있다”, 행사가격은 부여일 전후의 주가, 행사 조건은 따로 없다. 공시 문서 어디에도 스톡옵션의 성과 요건에 대한 내용은 찾기 힘들다.
스톡옵션을 주는 이유는 분명하다. 경영진과 핵심 인력이 주가가 오를 때 함께 이익을 보게 해서, 주주와 같은 방향을 보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부여했다는 사실만으로 그 목적이 달성될까. 옵션이 언제 행사 가능해지고, 행사된 뒤 주식이 얼마나 오래 보유되는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이 글은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공시 자료를 토대로 스톡옵션 활용의 실제를 확인해 보고자 한다. 상장 전 단계 기업의 스톡옵션은 공시되지 않으니 여기 나오는 숫자는 모두 상장회사의 이야기지만, 비상장 시점에 설계한 옵션이 상장 뒤 어떤 모습으로 시장에 나타나는지를 보여 준다는 점에서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에도 해당된다.
스톡옵션은 우리 자본시장에서 이미 흔한 제도다. 2025년 사업연도 기준 유가증권·코스닥 상장사(12월 결산) 2,568곳 가운데 861곳, 셋 중 하나가 미행사 스톡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새로 부여하는 건수도 2015년 131개사 159건에서 2022년 304개사 389건으로 늘었고, 이후에도 해마다 300건 안팎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설계를 들여다보면 서로 놀랄 만큼 닮아 있다. 2015년부터 2026년 9월까지 상장사의 부여 공시 3,436건을 분류해 보면, 이 중 87%가 부여한 물량 전체를 한 날짜에 한꺼번에 행사할 수 있는 일시효력발생 방식이다. 여러 해에 걸쳐 나누어 행사 가능해지는 분할 가득 방식은 11%, 재무성과나 주가 목표를 달성해야 행사할 수 있는 성과연동형은 3%에 그친다. 행사 시작일을 보면 부여일로부터 정확히 2년인 경우가 66%다. 최근으로 올수록 조금 달라지기는 했다. 2015~2021년에는 일시효력발생이 90%, 분할 가득이 6%였는데 2022년 이후에는 82%와 15%다. 그러나 ‘2년 뒤 일괄 행사 및 특별한 조건 없음’이라는 골격은 그대로다.
미국의 활용 사례와 비교해 보자. S&P500 지수에 편입된 대형 250개사를 대상으로 한 2024년 조사(FW Cook)에서는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기업의 82%가 분할 가득 방식을 쓰고 일시효력발생은 8%뿐이다. 가득 기간은 3년(57%)과 4년(38%)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더해 250개사 중 93%는 성과조건이 붙은 주식보상을 따로 운영하고, CEO 장기보상 가치의 61%가 성과연동형이다. 한국과 미국의 설계는 비중이 거의 정반대다.
<표 1> 한국과 미국 상장기업 스톡옵션 설계 비교
| 설계 요소 | 한국 상장기업 (2015~2026.9 부여 공시, 건수 기준) |
미국 대형 250개 상장사 (FW Cook 2024, 기업 기준) |
|---|---|---|
| 일시효력발생 | 87% | 8% |
| 분할 가득 | 11% | 82% |
| 성과조건 | 3% | 성과형 주식보상 운영 기업 93% |
| 행사 가능까지의 기간 | 2년 66% | 3년 57%, 4년 38% |
우리나라는 행사가격도 정형화되어 있다. 2015년 이후에 부여된 3,265건의 행사가격을 부여일 주가와 비교해 보면, 절반 가까이가 주가의 5% 이내이고 중위값은 주가보다 1.7% 높은 수준이다. 주가보다 10% 이상 싸게 준 경우는 열에 하나, 10% 이상 비싸게 준 경우는 다섯에 하나다. 대부분이 ‘그 시점 시가’인 셈이다. 요컨대 한국 상장사의 스톡옵션은 “현재 주가로, 2년 뒤, 전량, 조건 없이”라는 하나의 정형화된 설계로 활용되고 있다.
행사 가능한 날이 오면 어떻게 될까. 2017년부터 2026년 9월까지 부여 내역이 확인되는 상장사 임원의 행사 1,591건을 보면, 행사 가능일로부터 한 달 안에 행사한 경우가 21%, 1년 안에 행사한 경우가 52%, 2년 안은 71%였다. 행사할 수 있게 되면 절반은 1년 안에 행사한다는 뜻이다. 2022년 이전만 보면 더 빨라서, 1년 안에 행사한 경우가 66%, 부여일 기준으로 2.5년 안에, 즉 법이 정한 최소 대기기간 2년이 끝나고 반년 안에 행사한 경우가 40%였다.
2022년 이후에는 속도가 느려졌다. 2026년 9월까지 임원 행사 중 행사 가능일로부터 1년 안은 44%, 2년 안은 64%다. 다만 이것은 행사 의욕이 줄어서라기보다 행사해도 이익이 없었기 때문이다. 2023~2025년에 행사 가능해진 옵션은 넷 중 셋이 행사 가능일의 주가가 행사가격보다 낮았다. 2017~2022년에는 그 비율이 절반 정도였다. 주가가 행사가격을 넘으면 곧 행사가 뒤따른다는 점은 변하지 않았다.
행사 뒤의 행동은 더 분명하다. 2017년부터 2025년 9월까지 상장사 임원의 스톡옵션 행사 3,266건 가운데 행사한 주식을 1년 안에 장내에서 판 경우가 35%였다. 그리고 일단 팔기 시작하면 행사한 물량 전체를 판 경우가 열에 여섯이다. 옵션을 행사한 임원의 상당수에게 행사는 주식 보유의 시작이 아니라 현금화의 절차였던 셈이다.
주가의 움직임은 이 행동이 우연이 아님을 시사한다. 2017년부터 2026년 상반기까지 상장사 임원의 행사 1,940건(같은 회사의 같은 날 행사는 1건으로 셈)을 보면, 행사일 전 100거래일 동안 주가는 시장지수보다 13.5% 더 올랐고, 행사 이후 100거래일은 시장지수보다 2.3% 덜 올랐다. 행사한 주식을 여러 날에 나누어 파는 경우가 많아 매도 사건은 2,387건으로 행사보다 많은데, 매도 쪽 움직임은 더 뚜렷하다. 매도 전 100거래일 동안 시장지수 대비 +23.7%, 매도 후 100거래일은 −5.2%다. 행사와 매도는 주가가 오른 뒤에 일어나고, 그 뒤 주가는 적어도 더 오르지는 않았다. 임원이 정보 우위를 이용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옵션이 ‘앞으로의 주가’에 걸린 인센티브로 작동한 기간이 짧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표 2> 국내 상장기업 임원의 스톡옵션 행사·매도 관련 분석 결과 요약
| 상장기업 임원의 행사·매도 (2017~2026.9, 건수 기준) |
통계치 |
|---|---|
| 행사 가능일 후 1개월 / 1년 / 2년 이내 행사 (누적) (임원 행사 1,591건, 2017.1~2026.9)1) |
21% / 52% / 71% |
| 행사 후 1년 이내 장내 매도 (임원 행사 3,266건, 2017.1~2025.9)2) |
35% |
| 매도 시 행사 물량 전부 매도 (임원 행사 3,266건 중 매도가 있었던 1,134건 대상) |
59% |
| 행사일 전 100거래일 / 후 100거래일 시장지수 대비 초과수익률 (종목·일자 단위 행사 1,940건, 2017.1~2026.5)3)4) |
+13.5% / −2.3% |
| 매도일 전 100거래일 / 후 100거래일 시장지수 대비 초과수익률 (종목·일자 단위 매도 2,387건, 2017.1~2026.5)3)4) |
+23.7% / −5.2% |
이 관행의 출처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상법은 스톡옵션을 받은 사람이 주주총회 결의일(공시상 부여일과 대체로 같음)로부터 2년 이상 재임해야 행사할 수 있다고 정한다. 정관과 법무법인의 표준 계약서는 이 요건을 그대로 옮겨 적고, 회사는 그 서식을 쓴다. 결과적으로 ‘2년’은 법이 정한 하한선인데 시장에서는 설계의 상한선처럼 굳어졌다. 성과조건이 드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건을 붙이면 공정가치 평가와 회계처리, 주주총회 설명이 복잡해지는 반면, 조건 없이 부여해도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자본시장의 논리에서 보면 바로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스톡옵션의 인센티브 효과는 ‘옵션 또는 행사한 주식을 보유하는 기간’에만 존재한다. 행사해서 주식을 팔고 나면 경영진의 부와 주가의 연결고리는 끊어진다. 그래서 미국의 대기업들은 행사 가능 시점을 3~4년에 걸쳐 나누고, 행사 뒤에도 일정 지분을 보유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두며, 상대 주주수익률 같은 성과조건을 붙인다. 이해관계 일치를 길게 유지하는 장치들이다. 한국의 2년 일괄 설계에는 이 장치가 거의 빠져 있어, 투자자가 기대하는 ‘장기 인센티브’가 실제로는 ‘2년짜리 콜옵션’에 가깝다.
상장기업들도 이 한계를 느끼기 시작한 듯하다.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이나 성과조건부주식(PSU)처럼 옵션이 아닌 주식 지급형 보상을 재무제표 주석에 기재한 상장사는 2021년 기준 28곳에서 2025년 120곳으로 늘었다. 옵션에서 주식으로 옮겨 간다고 문제가 저절로 풀리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비상장 기업이 지금 설계하는 스톡옵션은 상장 뒤에 공개 시장에서 현금화된다. 그 시점은 대개 상장 후 1~2년, 비상장 시절 부여분의 2년 대기기간이 끝나는 때다. 2020~2021년에 신규 상장한 155개사 가운데 107곳(69%)이 상장 전에 스톡옵션을 부여했고, 이 가운데 52곳에서 상장 후 임원의 행사가, 21곳에서 행사 후 매도가 확인됐다.
이때 공모에 참여한 주주가 보는 것은 회사가 제출한 사업계획이 아니라 임원들의 행동이다. 행사 가능일이 되자마자 행사하고 바로 파는 임원이 나타나면, 투자자에게 그 보상 설계는 ‘경영진이 회사의 장기 가치보다 현금화를 택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반대로 행사 시점이 분산되어 있고 행사 뒤에도 주식을 보유한다면 같은 옵션이 ‘경영진이 주주와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요컨대 비상장 단계의 설계는 상장 후 주주에게 하는 약속이다.
첫째, 행사 가능 시점이 ‘법을 따른 것’인지 ‘우리가 정한 것’인지 구분해 보자. 2년은 법이 요구하는 최소치일 뿐이다. 핵심 인력에게 기대하는 기여 기간이 4년이라면 4년에 걸쳐 나누어 행사 가능하게 설계할 수 있고, 그래야 투자자에게 장기 인센티브라고 설명할 수 있다.
둘째, 행사 이후를 설계하자. 행사한 주식을 일정 기간 또는 일정 비율 보유하도록 하는 내부 가이드라인은 법적 의무가 아니지만, 상장 후 ‘행사 즉시 매도’라는 부정적 뉴스와 주가 하락을 피하는 간단한 방법일 수 있다. 2024년 7월부터 상장사 임원의 대량 매도는 30일 전에 미리 공시해야 하므로,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임원의 주식 매도 정책을 미리 정해 두는 편이 낫다.
셋째, 조건 하나를 붙일 수 있는지 검토하자. 매출·이익 목표든 상장 자체든, 성과조건이 있는 옵션은 ‘왜 이 사람에게 이만큼 주는가’에 대한 답이 된다. 조건은 복잡할 필요가 없다. 조건이 아예 없다는 것이 문제다.